(도쿄) – 휴먼라이츠워치는 오늘, 한국 정부가 2027년부터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제한적인 규제로 인해 안전하고 저렴한 임신중절 서비스를 이용할 여성들의 권리가 계속해서 침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임신중절 약물 도입 계획에 관해 질의했다.
헌법재판소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낙태금지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낙태를 비범죄화하고 2020년 말까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명령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 낙태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임신중지 약물 도입 계획에 따라 미페지미소(미소프로스톨·미페프리스톤 복합제)를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절에 관한 규제 체계가 마침내 확립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페지미소를 이용한 임신중절을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임신중절 방법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이 약물의 이용이 불필요하게 제한될 예정이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수잔 버그스텐 여성권리국 연구보조 대행은 “낙태약 사용을 허용하기로 한 결정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규제가 지나쳐 사실상 낙태약을 이용할 수 없게 되거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안전한 낙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여성들의 자율성, 건강, 권리 보호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 초안에 따르면, 시행 초기 2년간은 임신 9주까지만 약물 낙태를 허용하고, 대형 병원의 의사들만이 약물을 처방 및 제공할 수 있다. 별다른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으면 이 시범 기간 이후 약물 공급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임신 12주까지 그러한 약물의 사용을 허용하는 모범 관행에 어긋나며, 또한 광범위한 보건의료 인력이 약물적 임신중절을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자격을 갖춘 다수의 의료 제공자가 약물을 처방하고 조제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환자가 시의적절하고 필수적인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은 생명권, 건강권, 사생활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
미페프리스톤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승인되었으며, 프랑스와 중국에서는 약 40년간 안전하게 사용되어 왔다. 약물 낙태 후 입원을 요하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1% 미만으로 매우 드물다. 세계보건기구는 또한 약물 낙태와 관련하여 처방전을 약국으로 직접 보내 집에서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의료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임신한 여성이 ‘정확한 정보, 우수한 품질의 약물, (약물 낙태 과정에서 해당 여성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경우) 훈련받은 보건의료 전문가의 지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임신 12주까지도 이 방법이 안전하다고 본다.
한국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모든 여성이 시의적절하고, 저렴하며, 안전한 임신중절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는 시급히 낙태의 비범죄화를 명시한 법률을 제정하고, 모자보건법을 개정하여 의료, 상담, 지원 등 안전한 낙태 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영역에서 임신한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임신한 사람은 부모나 파트너의 동의, 통지나 참여는 물론, 청소년이나 장애 여성의 경우 보호자 동행 등의 요건 없이 본인의 요청만으로 임신중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입법자들은 임신중절 서비스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하여 비용 때문에 낙태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2023년에 제정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원치 않거나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을 위한 위기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담 서비스는 낙태에 관한 충분한 정보와 중립적인 조언을 제공하지 않아 낙태 서비스의 이용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등록 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률은 또한 한국의 모든 여성이 자녀의 출생을 등록하고, 출산 전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재정 지원과 서비스를 받고, 미혼모에 대한 낙인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보장하는 포괄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는 임신의 지속 또는 중단 결정에 상관없이 임신한 모든 사람이 임신 기간과 출산 과정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자녀 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 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을 위한 지원과 정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2023년도 보고서에서 많은 사람들이 낙태에 관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재생산 건강과 임신중절 서비스에 관한 편견 없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학교에서 포괄적이고 연령에 적합한 성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낙태를 원하는 사람은 편견 없고 존중하는 태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전문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버그스텐 연구보조 대행은 “한국 국회는 환자와 의료 제공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국제 인권 기준에 맞게 시급히 낙태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안전하고 저렴한 낙태 서비스 없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자율성과 재생산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