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에 열린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주석 사이의, 사상 두 번째였던 남북간의 정상회담은 미디어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냈다. 기자단은 두 지도자의 일거수 일투족과 한마디 한마디를 보도했고, 그 중에는 노대통령의 방문 일정을 하루 연장하지 않겠냐는 김주석의 격식 없는 제안과 그에 대한, 예의는 바르지만 다소 어색했던 노대통령의 거절도 포함되어 있었다.
분위기에 대한 얘기는 차치하고, 이번 회담에는 한 가지가 명백하게 빠져있었다. 바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이다. 시민,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적 권리를 고의적으로 부인해 온 북한의 전력을 고려했을 때, 이는 주목할만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양측이 모종의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하여 장래에도 인권에 대한 논의를 꺼내는 것이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 합의한 듯 하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대통령과 김주석이 서명한 협의문 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그 중에는 서로의 내정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보증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 기자가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내정 간섭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질문했을 때, 남한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인권은 그 정치 체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도의적이고 윤리적인 입장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라고 대답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 장관은 그렇다면 다른 어떤 방법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노대통령이 김주석과 어떤 내용에 협의를 했든, 혹은 이 장관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든 지와 무관하게 남북한 양측은 인권의 침해를 단순한 "내정"으로 간주하지 않는 국제인권협정을 통해 보편적 가치로서의 기본적 인권 보호를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인권침해를 내정으로 치부하는 것은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들이 자국민들을 대우하는 방식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접근방식이다.
남한의 한 야당의원은 남한 정부의 이러한 행동을 인질들이 두려움과 분노에 시달리다 납치범 들과 공감하게 되는 소위 "스톡홀름 신드롬"의 한 형태라고 칭했다. 다른 관찰자들은 이를 악당 달래기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 북한 사람들은 남한 정부가 자신들을 한반도 평화라는 큰 그림에 있어 피할 수 없는 희생양으로 여기는 것인지 의아해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한의 관료들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비 생산적이라고 한다. 즉, 그러한 문제제기를 했을 때, 북측은 회담을 취소하고 대화를 중단하며, 협약을 무효화 시키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권문제의 제기가 북한이 자국민들을 다루는 방식을 개선시키는데 있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이 인권 상황에 대한 비난에 직면했을 때 종종 신경질적이고 분노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외부의 압력을 수용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할 근거 역시 존재한다.
2007년 8월에 이루어진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온성 출신인 49세의 남성은 여러 번의 체포와 북한으로의 강제송환 중에 했던 경험에 대해 진술했다. 1999년, 그가 처음으로 정부 허가 없이 중국 국경을 넘은 죄로 체포되었을 때, 그는 조사 도중 구타를 당하고 욕설을 들었다. 2006년, 그가 마지막으로 체포되었을 때, 같은 조사관은 그에게 담배를 권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작년, 선고를 기다리며 감옥에 있을 때 그는 국선 변호사의 방문을 받았으며, 그 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질문했다고 한다. "글쎄요, 이번에는 학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니라고 대답했죠."라고 그 남성은 말했다.
그가 감옥으로 보내진 후에도 이전에 비해 구타나 욕설이 훨씬 덜 해진 것을 느꼈다고 한다. 왜 그런 변화가 생겼는지 질문했을 때 그는 "잘 모르겠지만, 국제적인 압력 때문이란 말을 들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물론, 이 사람은 처음부터 체포되어서는 안됐었다. 그의 이동의 자유권은 국제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다. 그는 정당한 재판을 받지도 못했다. 그가 만났다는 변호사는 법정에서 그를 변호하지 않았으며 사실, 감옥을 방문했던 것이 변호사와의 유일한 대면이기도 했다. 또한 구치시설에서의 학대 빈도나 수위는 비록 낮아졌을 지라도 이 남성은 학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이 탈북자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가장 기본적인 자유의 행사를 시도하며 감옥에서 고통 받고 있다. 당국은 여전히 주민들을 공개적으로 처형하며, 종종 아동이 보는 앞에서 처형을 집행한다. 종교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주민들은 이를 비밀리에 행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북한에서의 억압은 너무나 가혹해서 대외적으로 알려진 반체제 정치인이나 운동가가 존재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국제적 압력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북한 내부에 정치적 논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외부의 압력은 필수적이다. 남한은 그들의 동포들이 계속해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는 협약에 서명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국제적 노력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케이 석은 휴먼라이츠워치 북한 연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