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일본은 북한 당국의 거짓선전에 속아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교포와 그 가족들이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즉각 허용할 것을 북한 정부에 공개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휴먼라이츠워치가 오늘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향후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이 있을 시 이러한 요구를 따라야 할 것이다.
‘지상낙원’이라는 약속을 믿고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피해자 5명은 2018년 8월 19일에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와 그 변호인들은 북한이 이 사업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북한을 떠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나이 도이 (Kanae Doi) 휴먼라이츠워치 일본 디렉터는 “지상낙원 사업의 피해자들은 그 선전을 믿고 북한으로 갔으나, 그들이 북에서 경험한 것은 낙원이 아닌 지옥이었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 역사적인 과오를 바로잡는데 있어서 그 역할을 직시하고,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음을 인식하며, 피해자들의 요구를 지지함으로써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9년부터 1989년까지 93,000여 명에 달하는 재일교포와 일본인이 이 사업을 통해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했다. 북한 정부는 친북단체인 조총련을 통해 북한이 ‘주거, 식량, 의복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되는’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했다.
북한과 (내각 결의안을 통과시킨) 일본 정부는 최고 결정 단위에서 이 사업을 승인했다. 그러나 양국 간에 외교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이 사업은 일본과 북한 적십자사 그리고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지원 하에 조총련이 주도적으로 진행하였다.
소장에서 원고들은 허위선전으로 재일교포들을 기만한 것에 대해 북한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원고들은 북한이 자국 내의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숙련 노동자와 기술자 등 재일교포들을 북으로 유인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은 입국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북한의 약속이 거짓이었음을 알아차렸으나 북한 당국은 그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사업의 생존자들은 북한에 도착한 순간부터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며, 어디에서 살고 공부하고 일할 지 등 북한 당국이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했다고 증언했다. 북한 당국은 식량을 배급했고, 일본에 있는 가족들과의 교류를 검열하거나 차단했으며, 이웃 주민들을 감시하여 그들의 행동을 보고하도록 강요했다. 충성도가 의심되는 사람은 강제노역소 또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거나, 강제실종되거나, 처형되었다.
이 소송을 제기한 5명의 원고는 모두 ‘지상낙원’ 사업의 피해자로, 1960년에서 1972년 사이에 일본에서 북한으로 갔다가 2001-2003년에 탈북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18년의 여러 시점에 이들을 인터뷰했다.
에이코 가와사키(Eiko Kawasaki) (76세)는 17세의 나이에 혼자서 일본을 떠나 북한으로 갔다가 2003년에 탈북했다.
히로코 사가기바라 (Hiroko Sakakibara) (68세)는 11살 때 부모와 함께 북한으로 갔다. 그의 부모는 북한에 가면 빈곤에서 벗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고종미(Ko Jong-mi ) (57세)는 2살 때인 1963년에 가족과 함께 일본을 북한으로 이주했다. 고종미의 오빠는 북한의 현실에 충격을 받아 배에서 내리기를 거부하고 일본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북한 당국은 그 자리에서 그를 체포하여 정신병자 수용소에 감금시켰다. 1971년에 그는 수감 중 사망했다. 고종미는 2003년에 탈북했다.
마나부 이시가와 (Manabu Ishikawa) (60세)는 중학생이었던 1972년에 형제자매와 함께 북한으로 갔다. 그의 누나는 북한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되어서 정신병을 얻었고 1991년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시가와는 2001년에 탈북했다.
일본 국적의 히로코 사이토 (Hiroko Saito) (77세)는 조선인이었던 남편과 1살된 딸을 데리고 1961년에 북한으로 건너갔다. 그녀의 딸은 북한의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사이토는 2001년에 탈북했다.
이 소송은 일본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낸 첫 번째 소송이다. 북한의 주권면책을 부인하고 북한 정부에 직접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된 이 소송은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가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채로 본국에 송환된 후 며칠 후에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4월에 제기한 소송과 비슷하다.
북한에서 탈출한 많은 ‘지상낙원’ 피해자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보복이 두려워 공개적인 발언을 꺼려하고 있으나, 일부 피해자들은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2008년에 고종미는 조총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소송이 기각되었다.
2015년 1월에 본 소송의 원고 5인을 포함한 12명의 피해자가 인권 절차에 따라 일본변호사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피해자들은 ‘지상낙원’ 사업의 책임 소재에 대한 조사를 원했다. 이들은 또 ‘지상낙원’ 사업의 모든 피해자들이 북한을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변호사협회가 북한과 일본 정부, 조총련, 일본과 북한 적십자사, 국제적십자위원회가 피해자들의 송환을 위해 노력하도록 권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변호사협회는 이들의 주장과 관련하여 조사단을 수립하였고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이다.
2018년 2월에 에이코 가와사키는 (Eiko Kawasaki) 이 북송사업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했다. 또한, 이 사업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국제형사재판소의 검사가 이 사건을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원고 5인은 아직까지 북한에서 침묵을 강요받으며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여러 차례 휴먼라이츠워치에 밝혔다.
2014년도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 탈북하려다 붙잡힌 사람들, 기독교 신자, 체제 전복적인 사상을 전파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보고서는 또한 1959년 이후 “93,000여 명의 사람들이 거짓선전에 속아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갔으며…… 이들 중 다수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나 기타 구금시설에 감금되었다. 이 중에는 북한을 떠날 권리를 명시적으로 약속받은 일본인 수천 명이 포함되었다.”고 기록했다.
카나이 도이 (Kanae Doi)휴먼라이츠워치 일본 디렉터는 “아베 총리는 지상낙원 사업의 피해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응당한 보상을 받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아베 총리는 향후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시 언제나 ‘지상낙원’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에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일본으로 돌아올 수 있게 허용할 것을 북한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