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 새로운 유엔 보고서는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인도적 범죄를 밝히고 있으며,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 재판소가 필요하다고 휴먼라이츠워치가 발표했다.
유엔 인권위에 의해 2013년 3월에 임명된 유엔조사위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과 국제연합 인권고등판무관이 조사를 실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호주의 형법학자, 마이클 커비가 위원장으로 있는 이 3인의 조사단은 올해 3월 17일경 유엔 인권위에 조사결과를 공식적으로 제출할 예정으로, 인권위는 조사위의 권고안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결의안을 고려할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이 충격적인 보고서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주변 정세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잔혹행위에 눈 뜨도록 할 것입니다." 라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북한의 핵 위협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기에 안보리는 강제 수용소라는 야만적 제도와 공개처형, 실종과 광범위한 굶주림을 감독해 온 북한의 지도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조사위의 보고서는 북한에서의 반인도적 범죄가 "북한 체제의 가장 고위층에 의해 수립된 정책에 따라" 이미 수 십 년 간 자행되었으며, 이 범죄에는 "사형, 살인, 노예화, 고문, 구금, 강간, 강제낙태와 여타 성폭력은 물론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성적 박해와 강제 이주, 납치 및 장기적 기아를 고의로 유발하는 비인간적 행위 등"이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정치체제와 지도력에 위협을 제기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이들에게 가해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공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새로운 특집 영상이 잔혹행위에 대한 목격자의 증언을 보여준다.
조사위의 보고서와 때를 같이하여 휴먼라이츠워치는 2월 17일,"북한: 수용소 생존자들의 이야기" 라는 영상자료를 공개했다. 이 영상은 관리소라는 정치범 수용소에 투옥되어 수 년 간의 학대를 견디고 생존한 북한주민들의 인터뷰로, 학대의 내용에는 수감된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조직적인 구타, 식량부족, 기아, 공개처형 등이 포함된다. 이 영상은 전 수용소 경비병이 수용소의 관리와 잔혹행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수용소들에 대해 조사위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정치범수용소인 관리소에서 수감자들에게 자행되는 차마 말 할 수 없는 잔혹행위들은 독재 국가들이 20세기에 설립했던 수용소들의 참상을 닮아 있습니다."
조사위의 보고서는 또한 1990년대의 대규모 기아라는 맥락에서 "굶주린 주민들에게"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었는데, 이는 "현 정치 체제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결정과 정책들을 통해, 그와 같은 결정들이 기아와 기아로 인한 사망자의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충분한 인식을 가지고 행해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덧붙여, 보고서는 1970년대 및 1980년대 초반에 북한 요원이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해 저지른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납치활동 역시 반인도적인 범죄라고 보고 있다.
"조사위에 의해 밝혀진 이 엄청난 결과물은 무시되어서는 안됩니다."로스가 덧붙였다. "이 범죄들은 국가세력에 의해 자행된 것이기에 국제 재판소만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범죄수사를 적합하게 실행할 수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인권위가 3월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조사위의 권고안을 지지하고, 반 기문 유엔총장이 이 보고서를 곧바로 유엔 안보리와 총회로 전하는 책임을 다하도록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조사위가 수집한 정보가 국제형사재판소 혹은 유엔 안보리나 유엔회원국들의 동의에 의해 구성되는 임시 재판소를 포함하여 "적합한 국내 혹은 국제사법기관에 의해 범죄수사를 받을 만한 타당한 근거"로 구성되어 있다고 결론지었다.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것 외에도, 이 보고서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특별 재판소를 구성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조사위가 기록한 범죄의 상당 부분이 형법재판소가 효력을 갖게 된 2002년 이전에 자행되었기에, 보고서의 이와 같은 지적이 적절한 행보가 될 것 이라고 언급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에 의해 만들어진 재판소는 지금까지 르완다와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자행된 범죄 수사를 위해 설립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안보리와는 독립적으로, 유엔 총회가 자발적 국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임시 재판소를 설립하도록 겨냥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안보리의 승인 없이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구성되는 이와 같은 재판소는 유엔 헌장 하의 강제력은 갖지 못하지만 안보리 승인 재판소와 동일한 많은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안보리 회원국들에게 즉각 조사위를 초청해 그간 알아낸 것들에 대해 보고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으며, 다른 국가 들에도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범죄들에 대해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이러한 노력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 속에서 바로 이와 같은 광범위한 학대를 다루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로스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이 보고서에 기술된 잔혹행위는 유엔의 설립이념에 대한 심오한 도전으로, 유엔에 충격을 주어 과감한 조치를 끌어내는 자극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피해자들이 견디어 낸 고통과 상실은 책임자들을 정의의 심판 앞에 세우도록 할, 신속하고도 확실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엔 조사위 보고서 중 선별된 진술들
정치범들이 수감된 감옥에서 근무했던 전 경비병은 조사위에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자들은 인간처럼 처우를 받지 않습니다. 그들은 결코 출옥하게 될 운명이 아닙니다. 정치범들의 기록은 영구적으로 삭제되고, 수용소에서 중노동을 하다가 사망하도록 예정돼 있습니다. 우리들은 그 수감자들을 적으로 생각하도록 훈련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한 수감자는 조사위에 자신이 요덕 수용소에 수감되었던10년 간 300구가 넘는 시체를 처분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이 수감자는 수용소의 관리들이 사망한 수감자들을 매장 했던 언덕을 옥수수 밭으로 만들기 위해 불도저로 밀었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장비가 흙을 파 올리자 마지막 매장을 했던 장소에서 사람의 살점들이 드러났습니다. 팔, 다리, 발 같은 부위들이 불도저 앞에 물결을 이루며 밀려들었는데 아직 스타킹이 신겨진 다리도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도 겁이 났습니다. 동료 중 하나는 구토를 했습니다... 경비병은 배수구를 파내고 몇몇 수감자들에게 표면에 드러난 모든 시체와 신체 부위들을 그 안에 던져 넣도록 명령했습니다."
조사위는 어린이들과 수감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들에 이르기까지 정치범수용소의 수감자들이 벌레, 설치류를 잡고 야생 초를 채집하거나 경비병 혹은 농장의 동물들에게 배당된 식량을 빼돌리는 방법을 찾아 겨우 생존할 수 있었음을 알아냈다. 식량 부족의 영향을 설명하면서 한 수감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아기들은 배가 부풀어 올랐습니다. 우리는 아기들을 먹이기 위해 뱀과 생쥐를 요리했는데 만일 쥐를 먹을 수 있는 날이면 특식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모든 것,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고기라면 뭐든 먹어야 했습니다. 날아다니는 것, 땅 위로 기어 다니는 것, 모두. 땅 위에 자라는 어떤 풀이라도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수용소의 현실입니다."
한 목격자는 조사위가 밝힌 것이1990년 대의 의도적인 기아임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우리는 나무껍질을 먹고는 했습니다. 땅 아래 묻힌 양배추 뿌리를 구하기도 했지만 충분하지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저의 할머니와 다른 쇠약한 사람들은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기에 충분한 관을 구할 수가 없었고, 매장용 널빤지를 빌려서 매장을 해줘야 했다고 발언했다. "우리는 묘비를 세워 줄 나무조차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