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연령 기반 고용 정책과 법률은 고령 근로자들을 차별하며 본업에서 강제 퇴직시키고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 불충분한 사회보장제도는 강제퇴직으로 인한 소득 손실을 악화시켜 나이가 들수록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 정부는 60세 이상 정년제와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재취업제도와 사회보장 제도를 재고해야 한다.
(서울) – 휴먼라이츠워치는 오늘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연령 기반 고용 정책과 법률이 고령 근로자들을 차별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충분한 사회보장제도는 고령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악화시키고 있다.
63-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나이 든 게 죄인가요? 한국의 연령 기반 정책과 고령 근로자들의 권리(Punished for Getting Older: South Korea’s Age-based Policies and Older Workers’ Rights)’에서 휴먼라이츠워치는 60세 이상 정년제, 임금피크제, 재취업 정책이라는 3가지 연령 기반 고용 정책과 법률을 조사하여 기록했다. 이러한 정책과 법률은 고령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불충분한 사회보장제도가 그들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브리짓 슬립 노인인권 전문 선임연구원은 “고령 근로자를 연령 차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한국의 법률과 정책은 사실상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슬립 선임연구원은 “그러한 법률과 정책은 단지 나이를 근거로 본업에서 계속 일할 기회를 박탈하고, 임금을 삭감하며,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몰아넣는다. 정부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관행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24년 2월부터 9월까지 서울에 있는 공공 및 민간 사업장에서 근무한 42-72세 근로자 34명을 인터뷰했다. 또한 연구자와 노조 활동가, 언론인, 비정부단체 대표 등 41명으로부터 자문을 구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법률과, 정부, 학자, 근로자협회, 언론, 국제기구 등이 작성한 보고서(국문 및 영문)를 검토했다.
고용상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민간 부문 사업주는 근로자의 직무 능력에 상관없이 60세 이상 의무 정년제를 시행할 수 있다. 공공 부문과 종업원 수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정년제가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조사에 의하면, 사업주가 정년퇴직 이전 3-5년간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임금피크제는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야기하며, 연령주의적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연금 납부액, 퇴직금, 실업급여와 같은 다른 경제적 권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인터뷰 참가자(남, 59세)는 회사 정책에 따라 1년 후면 퇴직해야 한다. 60세가 되면 그는 55세에 받은 임금의 52%만을 받게 된다. 그는 “단순히 나이 때문에 월급이 깎이는 것은 차별”이라면서 “이건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그와 같은 강제퇴직이 고령 근로자의 정신건강과 안녕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6년간 일해온 직장에서 60세가 되면 강제퇴직해야 하는 한 간호사(59)는 “이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바람 부는 길목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일 거 같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법 하에서 연령과 같은 차별 금지 사유를 근거로 사람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려면 그러한 처우가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으며 비례적이고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정당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한국의 법률 하에서 정년제는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고령 근로자들은 정년제가 차별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의 연령 기반 정책과 법률이 차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년제와 임금피크제는 각각 고령 근로자가 적어도 60세까지 본업에 종사하도록 돕고 청년 근로자 채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고령 근로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편익보다 크다.
정부는 고령 근로자의 기술 능력 향상을 위한 전문성 계발 기회 제공, 청년 근로자 채용 사업주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덜 해로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은 모든 고령 근로자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여성들에게 불균형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여성들은 대체로 고위직에 오르고, 높은 임금을 받고, 충분히 저축하고, 많은 연금을 받을 기회가 더 적기 때문이다.
연령차별금지법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본업에서 퇴직한 고령 근로자의 재취업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러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 근로자들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60세 이상 근로자는 비고령 근로자에 비해 평균 29% 적은 임금을 받는다. 재취업한 고령 근로자는 경비원이나 요양보호사와 같이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저임금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이와 같이 연령에 기반한 ‘직업 분리’는 차별의 한 형태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또한 인권 기준에 미달하는 불충분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60세에 강제퇴직한 사람들은 실업급여 최대 수령 일수가 270일에 불과한 반면, 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 수급 자격이 주어지는 65세가 되려면 최대 5년을 기다려야 한다. 2023년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는 60세 이상 고령 인구의 40%에 불과했다.
국제인권법 하에서 한국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차별 받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누리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는 60세 이상 정년제와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 또한 고령자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공정하고 우호적이며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누리고 적어도 생활임금에 해당하는 소득을 보장받도록 재취업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재고해야 한다.
슬립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연령 기반 고용 정책과 법률은 고령 근로자와 미래세대를 차별한다. 정부는 연령 차별과 연령주의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