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휴먼라이츠워치는 오늘 한국에서 여성들의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무단으로 인터넷 상에 유포하는 행위가 만연하고 이러한 범죄가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그러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90쪽에 달하는 보고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에서는 정부의 관련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기술을 이용한 젠더폭력 행위인- 디지털 성범죄의 표적이 된 여성들은 가해자에 대한 민·형사상 절차를 진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은 일정 정도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불평등 문화에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성적 촬영물을 무단으로 유포하거나 또는 조작·합성된 영상물을 이용하는 범죄로서, 피해자는 거의 대부분 여성이다.
휴먼라이츠워치 여성권리국 임시 공동디렉터이자 본 보고서의 작성자인 헤더 바는 “형사사법제도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남자로, 그것이 매우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보인다”면서 “그러한 비동의 촬영물을 한 번이라도 본 누군가가 화면을 캡쳐해서 언제든지 인터넷에 올릴 수 있고, 그러면 통제불가능하게 다시 확산될 수 있다. 피해자들은 사법제도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채 평생동안 이 범죄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및 전문가들과 진행한 38회의 인터뷰와 피해자들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2008년에는 한국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 중 불법 촬영 관련 사건이 4% 미만이었으나, 2017년에는 그러한 사건의 수가 2008년 585건에서 6,615건으로 11배나 증가하면서 전체 성범죄 사건의 20%를 차지했다. 처음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대부분 초소형 카메라(몰래카메라)를 이용하여 화장실, 탈의실, 모텔 등에서 비밀리에 촬영하는 행위에 집중되었고, 가해자들은 때로 그러한 촬영물을 팔아 돈을 벌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법적 대응을 할 때도 큰 장벽에 직면한다. 경찰은 신고 접수를 거부하고, 피해를 가볍게 여기고, 피해자를 비난하고, 촬영물을 신중하게 다루지 않고, 부적절하게 심문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2019년에 검찰의 불기소율은 살인 사건의 경우 27.7%, 강도 사건의 경우에는 19%였는데,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이 비율이 43.5%에 달했다. 판사들은 낮은 형량을 부과한다. 2020년에 불법 촬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해자의 79%가 집행유예나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벌금형을 받았다. 52%가 집행유예만으로 풀려났다. 법적 대응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여성 경찰과 검사 및 판사 수의 부족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가해자에게 자신이 올린 촬영물을 직접 삭제하도록 명령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강제하는 법정 명령 등 민사상 구제책도 쉽게 이용할 수 없다. 형사상 처벌 대상인 행위를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는 대체로 형사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민사소송을 미뤄야 한다. 이는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형사소송이 끝날 무렵이 되면 피해자들은 대체로 너무 지치고 트라우마에 시달린 상태가 되며 때로는 수년에 걸쳐 여러 번의 항소를 거친 후여서 형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민사 법정에서 새롭게 소송을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는 서류에 자신의 실명과 주소를 기입해야 하고 그러한 정보가 가해자를 포함한 일반에 공개되는데 그것을 편하게 감당할 수 있는 피해자는 거의 없다.
헤더 바 임시 공동디렉터는 “한국에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너무도 만연하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모든 여성과 여아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여성들로부터 공중화장실 이용을 피하고, 밖에서만이 아니라 때로는 자기 집에서조차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것을 걱정한다는 말을 들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상당수로부터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8년에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가 몇 차례 있은 후, 정부와 국회는 법률을 개정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몇 가지 중요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만으로는 여전히 미흡한데, 디지털 성범죄를 조장하고 정상으로 간주하는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발표한 성별격차 지수(Global Gender Gap)에서 한국은 156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고, 특히 경제적 참여와 기회 측면에서는 선진경제국 중 가장 큰 성별격차를 보였다.
한국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무급 노동을 하는 비율이 4배나 높으며, 남녀 임금 격차는 32.5%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여성 3명 중 1명이 젠더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국의 젠더폭력은 이것보다 더 만연한 수준이다. 2017년에 한국 남성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0%가 데이트 상대에게 폭력적으로 행동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15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성교육 표준안은 유해한 성정형화를 고착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헤더 바 임시 공동디렉터는 “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 원인은 여성과 여아에 대한 유해한 사고와 행동이 널리 수용되는 현실에 있으며, 한국 정부가 이에 시급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법률을 조금 바꾸기는 했으나,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며 여성혐오는 결코 수용될 수 없다는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일부 사례
박지영(대부분의 이름은 가명이다)은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보다가 공공장소에서 여자들의 치마 속이나 엉덩이를 촬영한 사진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이후에 그녀는 남자친구의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성관계 상대 여성들의 것으로 보이는 사진 40-50장을 찾았다. 자신의 사진도 4장이 있었다. 박지영은 사진 속의 여성들을 찾으려고 했으나, 남자친구는 그녀를 협박했다.
박지영은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러나 배정된 변호사는 계속해서 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했다. 그녀는 변호사를 바꾸었지만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에 수사관이 전화를 해서 가해자와 합의하지 않으면 가해자의 변호사가 명예훼손과 가해자의 파일을 무단으로 뒤진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면서 그녀에게 사건 취하를 종용했다.
2018년 어느 날 오전 1시, 최지은이 막 잠들려던 순간 초인종이 여러 차례 울렸다. 현관문을 열자 경찰관 한 명이 서 있었다. 그 경찰관은 최지은에게 한 남성이 인근 건물의 지붕에서 창문을 통해 그녀를 촬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2주 동안 최지은을 촬영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이 영장을 통해 가해자의 전자기기를 압수해서 확인한 결과 가해자는 최지은 외에 다른 여성 7명의 촬영물을 갖고 있었다. 나중에 최지은은 그 가해자가 몇 년 전에도 동일 범죄로 체포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해자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어느 날부터인가 직장 상사가 이예린에게 추근대기 시작했다. 그는 유부남이었고, 이예린은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그가 이예린에게 시계를 선물로 주었다. 이예린은 침실에 그 시계를 두었는데, 나중에 그것이 몰래카메라였고 한 달 반동안 이예린의 방을 촬영하여 스트리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예린은 이 사건으로 인해 지속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그 일이 내 방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때로는 아무 일 없는데도 갑자기 너무 무서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후에도 이예린은 계속해서 우울증과 불안증 약을 먹고 있었다.
손지원은 16살 때 무작위로 채팅 상대를 연결해주는 웹사이트에서 가해자를 만났다. 손지원은 “그때 너무 힘들어서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손지원에게 성적인 촬영물을 요구했다. 손지원은 그러한 촬영물을 보냈으나 바로 후회하고 다시 지우려고 했다. 가해자는 화를 내고 폭력적이 되었다. 손지원은 텔레그램에서 다른 남자들을 만났는데, 그들도 손지원에게 보고 즉시 삭제할테니 사진을 보내달라고 압력을 가했다. 나중에 손지원은 그 사진 중 하나가 채팅방에 게시된 것을 발견했다.
강유진은 4년간의 연애관계를 끝낸 후 두 달이 지난 후부터 낯선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문자를 받기 시작했다. 한 남자는 인터넷에 게시된 그녀의 사진들을 보내주었다. 강유진은 거기에 “내 주소, 내가 다닌 학교, 내 직장명, 직장 주소, 그리고 내가 살았던 건물의 외관 사진까지 다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강유진의 전 남자친구는 자신이 그랬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의 행위는 지속되었고 점점 더 심해졌다.
수개월에 걸쳐 수백 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텀블러, 트위터, 페이스북, 토렌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다음 블로그, 다음 카페, 구글 포토 등의 사이트에 올라왔다. 그 게시물들을 보고 하루는 강유진의 사무실에 낯선 남자 2명이 찾아왔다. 그녀는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에서 나를 만나려고 한 남자들도 있었고…… 섹스 하자고 나한테 문자를 보낸 남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유진은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했고, 다시는 그 집에 살지 못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