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생존자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본 보고서는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그 영향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이용하는 범죄이다. 이러한 범죄는 젠더폭력의 한 형태로써, 상대의 동의없이 무단으로 촬영하고 이를 유포하거나, 동의 하에 촬영한 사진∙동영상을 무단으로 공유하거나, 합성∙조작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용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촬영물의 피해자는 거의 언제나 여성이다. 본 보고서는 정부와 기업이 인권 중심적인 보호장치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젠더폭력을 조장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예린의 상사는 이예린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표현했다. 그는 유부남이었고, 이예린은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그가 이예린에게 시계를 선물로 주었다. 이예린은 침실에 그 시계를 놓았다가 나중에 방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시계의 위치를 옮긴 후에 상사가 시계를 원치 않으면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예린은 “뭔가 이상해서 그 시계를 검색해봤더니 특수 시계였다”고 말했다. 그 시계는 몰래카메라였다. 한 달에서 한 달 반동안 그 시계가 하루 24시간 이예린의 방을 촬영하여 상사의 휴대폰으로 스트리밍한 것이었다. 이예린이 상사에게 그 사실을 따지자 상사는 “그거 검색하느라고 밤에 잠안자고 있었던 거야?”라고 말했다. 그녀가 검색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예린은 인터넷에서 그 시계가 어둠 속에서도 완벽한 영상을 제공한다고 광고되는 것을 보고 그것이 몰래카메라인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이런 모델이 굉장히 많은데 인터넷에서 어떻게 똑같은 시계를 찾았냐며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 이예린이 인터넷 검색창에 ‘시계 몰카’를 치자 다양한 모델의 시계 몰래카메라가 끝도 없이 나왔다. 이예린 사건의 가해자는 징역 10개월형을 받았다.
이예린은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밤마다 울었어요. 잠도 못자고 진정제를 먹어야 했고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잖아요.”라고 했다. “그 일이 제 방에서 일어났잖아요. 그래서 때로는 아무 일 없는 데도 내 방에서 이유없이 너무 무서울 때가 있어요.” 1년이 지난 후에도 이예린은 계속해서 우울증과 불안증 약을 먹고 있었다.
한국은 한국전쟁(1950-1953)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룬 급속한 경제성장 덕분에 흔히 경제적인 기적을 이룬 나라로 간주된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한국은 전세계에서 성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가장 높고, 인터넷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가구 인터넷 접속률이 99.5%에 달하는 등 기술적인 발전에서도 선도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기술적 발전에 비해 성평등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한국 사회에는 전통적 유교사상에 기반한 가부장적 가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유교는 사회적 위계와 조화를 중시하는 철학적 및 윤리적 제도이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보다 낮고, 여성의 평판은 ‘성적으로 순수’한 이미지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그러한 평판은 여성의 고용과 대인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21년에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 이 발표한 성별격차 지수 (Global Gender Gap) 에서 한국은 156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고, 특히 경제적 참여와 기회 측면에서는 선진경제국 중 가장 큰 성별격차를 보였다. 한국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무급 노동을 하는 비율이 4배나 더 높으며, 남녀 임금 격차는 32.5%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여성 3명 중 1명이 젠더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국의 젠더폭력은 이것보다도 더 만연한 수준이다. 2017년에 한국 남성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0%가 데이트 상대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세계적으로 흔치 않게 한국은 남성과 여성 피살자의 비율이 비슷하다.
2008년에는 한국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 중 불법 촬영 관련 사건이 4% 미만이었으나, 2017년에는 그러한 사건의 수가 585건에서 6,615건으로 11배 증가하면서 전체 성범죄 사건의 20%를 차지했다.
처음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대부분 초소형 카메라(몰래카메라)를 이용하여 화장실, 탈의실, 모텔 등에서 비밀리에 촬영하는 행위에 집중되었다. 일부 가해자들은 음란물을 판매하거나 음란물을 이용해 광고 수익을 노리는 웹사이트에 그러한 촬영물을 팔아 돈을 벌었다. 몰래카메라는 크기가 매우 작아 쉽게 숨길 수 있고 시계나 계산기, 옷걸이, 머그잔 등 일상 가정용품으로 위장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 이러한 카메라는 값이 싸고 건전지를 끼워 오랫동안 작동시킬 수 있다.
몰래카메라 피해자의 80%가 여성일 정도로 디지털 성범죄의 대상은 거의 여성이다. 가해자의 대다수는 남성이다. 2016년의 경우 몰래카메라 사건 가해자의 98%가 남성이었다.
디지털 성범죄는 무단으로 대상자의 사적인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행위를 포함하며,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에서 모르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직장이나 학교에서 아는 사람에 의해 그리고 데이트 상대에 의해서도 일어나는 인권침해 행위이다. 본 보고서에는 직장 내 탈의실에서 몰래 촬영을 당한 후 자살한 여성의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또 데이트 상대에 의해 몰래 촬영을 당하거나 친구로 생각했던 남성에 의해 몰래 촬영을 당한 여성들의 사례가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또 다른 유형은 촬영에는 동의했으나 유포에는 동의하지 않은 경우이다. 예를 들어, 연인 사이에서 동의 하에 촬영하거나 데이트 상대에게 자발적으로 사적인 촬영물을 보냈는데 그러한 촬영물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유포된 경우, 모델로서 사진 촬영에 동의했으나 그러한 사진이 무단으로 유포 또는 판매된 경우 등이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의 세 번째 유형은 합성 또는 조작된 사진·영상물을 이용하는 경우로, 가해자들은 흔히 피해자와 비슷한 모습을 이용하여 온라인 상에서 피해자의 평판과 대인관계, 안전에 해를 입힌다. 본 보고서에는 피해자를 잘 아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닮은 모습으로 조작한 사진·영상물을 유포하여 해당 여성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본 보고서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몇몇 정부 관료와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성폭력 사건에 디지털적 요소가 포함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가해자가 강간 상황을 촬영하여 인터넷에서 유포하거나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2018년에는 남성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남자의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한 여성이 징역형을 선고받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올랐다. 이 사건으로 여섯 차례의 시위가 연달아 조직되었고 수만 명의 여성이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에서 행진을 했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의 범위를 넓히고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또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센터를 설립했다.
그러나 본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가 지금까지 취한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 대응에서는 핵심적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생존자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거나 피해자가 유포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하면 피해자는 그러한 촬영물이 올라오거나 다시 올라올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웹사이트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하더라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1초라도 그것을 본 누군가가 화면을 캡쳐했을 수 있고 그렇다면 그 사진이 언제든지 다시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누군가가 인터넷 상의 어느 사이트에서 그 사진을 보고 화면 캡쳐를 해서 저장하고, 업로드하고, 유포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다시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은 매우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본 보고서에 포함된 두 사건에서와 같이 트라우마가 때로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많은 피해자들이 자살을 생각한다. 또 경찰 등 사법관계자들을 상대하면서 그리고 자신이 직접 사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자신의 촬영물이 다시 올라오는지를 감시해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생존자들이 피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트라우마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생존자들은 또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는데, 이러한 낙인은 생존자의 대인관계와 교육 및 고용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들은 법적 대응을 하고자 할 때도 큰 장벽에 직면한다. 경찰은 신고 접수를 거부하고, 피해를 가볍게 여기고, 피해자를 비난하고, 촬영물을 신중하게 다루지 않고, 부적절하게 심문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위로 올라가면 생존자들은 사건 진행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재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판사들은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신고가 접수된 사건에서는 대체로 혐의자가 조사를 받고 일단 조사를 받으면 대부분 검찰로 이관된다. 그러나 우리가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검찰은 이 중 상당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다. 2019년에 검찰은 성범죄 사건의 46.8%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데, 이에 비해 살인 사건의 불기소율은 27.7%, 강도 사건은 19%였다. 몰래카메라, 촬영물의 무단 유포,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및 유통으로 한정된 성폭력 사건에서는 그 비율이 43.5%에 달했다.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대체로 형량이 가볍고 징역형을 면한다. 2017년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로 체포된 가해자 5,437명 중 단 2%(119명) 만이 징역형을 받았다. 유죄가 확정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경우에도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과 의무 수강명령 등으로 해결된다.
사법제도에서 생존자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여성 경찰과 검사 및 판사의 부족으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나 금지명령구제와 같은 민사상 구제책도 효과적이지 않아 생존자들이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는 피해자가 자신의 실명과 주소를 기입해야 하고 가해자를 포함해 일반에 이 정보가 공개되는데 그것을 편하게 감당할 수 있는 생존자는 거의 없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서 가장 중요하게 빠진 부분은 불법 촬영물의 소비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뿌리 깊은 성불평등을 바꾸는 등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동 그리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건강하고 동의에 의한 성관계와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의식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일이 예방활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한국의 성교육제도는 피상적이고, 미흡하며, 성적 정형화로 점철되어 있다.
주요 권고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
-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현행 양형과 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한다
- 디지털 성범죄의 만연과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의 포괄적인 국가행동계획을 개발하여 온전히 이행하고, 정부의 모든 유관기관에서 이 계획의 이행을 우선과제로 책정하도록 의무화한다.
- 촬영물 삭제 지원, 법률 지원, 심리사회적 지원 등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지원 서비스에 충분한 기금을 제공한다.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이 금지명령구제와 손해배상 등 민사상 구제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과 서비스 제공을 지원한다.
- 경찰 및 법조계, 정치적 대표성, 공적 생활, 민간부문에서 특히 고위직에서의 여성 참여를 높이고, 성별 임금격차를 철폐하고, 돌봄 노동에서 평등한 참여를 증진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을 최소화하고, 성차별적 태도를 종식시키기 위한 조속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성불평등 수준을 낮춘다.
국회에 대한 권고
다음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킨다.
- 생존자들이 민사상 구제제도와 지원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포함되도록 피해자 보상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 생존자가 민사소송을 하더라도 가해자에게 생존자의 실명과 주소가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등 생존자의 사생활을 보호한다.
- 모든 학교와 사업장에서 포괄적이고 인권을 존중하는 성교육과 디지털 시민교육 제공을 의무화한다.
교육부에 대한 권고
- 성교육 표준안과 제공방식을 개선하여 성정형화를 없애고, 성관계시 동의의 중요성, 젠더폭력, 건강한 관계, 디지털 성범죄 등 디지털 시민의식에 관한 교육을 포함시킨다.
경찰청, 대검찰청, 대법원에 대한 권고
- 모든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한다.
-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피해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경찰과 검사, 판사들을 교육시킨다.
- 각 기관에서 디지털 성범죄 담당부서와 고위직 등 모든 직무에서 여성의 수를 늘린다.
- 범죄 생존자, 특히 젠더폭력 생존자들에게 정중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가능케 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그러한 정책을 위반하는 경우 책임을 묻는다.
방법론
본 보고서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38회의 인터뷰를 포함한 조사 ·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인터뷰 참가자에는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12명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 후 자살한 여성의 부친이 포함되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또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과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부 정책에 관여한 전직 정부 관료 1명, 수사관 1명, 정부기관 전문가 2명을 인터뷰했으며, 여성가족부와 서신으로 연락하고, 피해자 지원기관, 학계, 민간부문, 변호사, 활동가 등 정부기관 외의 전문가들과 20차례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또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의 경험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한국어로 진행되었으며,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포되었다. 이 설문조사는 편의 표본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응답자들에게는 익명으로 설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경험에 대한 질문을 했다. 설문조사가 시작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총 554명이 응답했다. 우리가 인터뷰한 생존자 중 일부는 이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와 연결되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윤리적인 인터뷰를 중시하며, 인터뷰 참가자들이 정확히 정보를 숙지한 상태에서 인터뷰에 동의하도록 하고, 참가자들의 재트라우마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를 수립하여 실천하고 있다.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는 대부분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과 통역자만 배석하고 생존자의 사생활과 안전, 편안함을 최대한 고려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인터뷰는 통역사를 통해 한국어로 진행되었고, 일부는 영어로 진행되었다. 한 인터뷰 참가자는 상담원 배석을 요청했고, 한 명은 화상 통화로 진행했으며, 한 명은 서면으로 우리에게 내용을 전달했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인터뷰에 대한 보상을 전혀 받지 않았다. 교통비가 든 경우에는 참가자에게 교통비를 제공했다.
생존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본 보고서에 표기된 생존자 이름은 대부분 가명이다. 사망한 여성 생존자의 부친은 일부 언론 보도에서와 같이 딸을 ‘A’로 표기해줄 것을 요청했고 우리는 이 의사를 존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터뷰에 대해 기관의 허락을 받지 않았거나 정부의 보복을 우려하여 익명을 요청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여러 차례에 걸쳐 디지털 성범죄를 담당하는 정부기관과의 만남을 시도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우리와 면담을 했고, 여성가족부는 서면 질의에 답변했으나 면담에는 응하지 않았다. 경찰청과 법무부 등 다른 정부기관은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우리는 2021년 5월 27일과 6월 2일에 우리의 권고에 포함된 모든 기관에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기관도 응답하지 않았다. 우리가 발송한 서신은 부록에 포함되어 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또 한국 정부 내의 여러 기관에 정보를 요청했다. 몇몇 기관에서 정보를 제공했고, 또 일부는 정부 웹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다른 요청의 경우에는 정부가 규정한 민원 답변 기한인 10일 이내에 답변을 주지 않거나 우리가 요청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또 구글에 서신을 발송하여 구글 검색 결과에서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삭제 시까지 평균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와 촬영물이 처음 게시된 사이트에서 삭제된 후에도 왜 여전히 구글 검색 결과에 나타나는지에 대해 문의했다. 구글은 이러한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본 보고서의 한글본은 영문 보고서를 번역한 것으로, 본문에 인용된 인터뷰 참가자들의 발언도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기술과 성불평등이 만나는 곳
생존자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본 보고서는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그 영향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이용하는 범죄이다. 이러한 범죄는 젠더폭력의 한 형태로써, 상대의 동의없이 무단으로 촬영하고 이를 유포하거나, 동의 하에 촬영한 사진∙동영상을 무단으로 공유하거나, 합성∙조작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용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촬영물의 피해자는 거의 언제나 여성이다. 본 보고서는 정부과 기업이 인권 중심적인 보호장치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젠더폭력을 조장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한국전쟁(1950-1953)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룬 급속한 경제성장 덕분에 흔히 경제적인 기적을 이룬 나라로 간주된다.[1]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한국은 전세계에서 성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가장 높고, 인터넷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가구 인터넷 접속률이 99.5%에 달하는 등 기술적인 발전에서도 선도자로 부상했다. [2]
그러나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기술적 발전에 비해 성평등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세계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여성 권리의 보호 측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는 전통적 유교사상에 기반한 가부장적 가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3] 유교는 사회적 위계와 조화를 중시하는 철학적 및 윤리적 제도이다.[4]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보다 낮고, 여성의 평판은 ‘성적으로 순수’한[5] 이미지를 유지하고, 순진하고, 남자를 포함하여 위계가 높은 사람들에게 복종하는가에 달려 있는데 그러한 평판은 여성의 고용과 대인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6]
2021년에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 이 발표한 성별격차 지수(Global Gender Gap)에서 한국은 156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고, 특히 경제적 참여와 기회 측면에서는 123위로 남녀간 큰 격차를 보였다.[7] 한국은 또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이 15.7%에 불과하여 156개국 중 134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8] 여성은 상위 200대 기업의 이사회에서 3% 미만, 임원 중에는 4% 미만을 차지한다.[9] 한국 여성들은 무급 노동을 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4배 더 높으며, 성별 임금격차는 32.5%에 달한다.[10] 2021년도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4명만이 피해 사실을 신고했는데 그 중 90%가 보복을 당했다.[11]
성폭력은 놀라울 정도로 만연해 있다. 2019년에 한국여성의전화는 1.8일당 한 명의 여성이 살해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12] 한국은 전세계에서 흔치 않게 남성과 여성의 피살율이 비슷한 나라이다. 전세계적으로는 살인 피해자의 81%가 남성이다. [13]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의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기구인 여성차별철폐위원회(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는 2018년에 한국 정부가 보고한 가정폭력 사건이 2013년 160,272건에서 2016년 264,528건으로 급증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14] 2017년에 형사정책연구원이 남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0%가 데이트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15]
2018년도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20대 남성 응답자 3,000명 중 50% 이상이 ‘반페미니스트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 50억 달러에 이르는 K팝 산업은 여성의 성적 이미지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7]
성불평등에 대한 분노는 한국에서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운동의 발전을 이끌었다. 2015년에 설립되어 2017년에 차단된 페미니스트 웹사이트 메갈리아는 여성혐오적인 발언들을 뽑아 성별을 바꾸어 다시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여성들의 경험을 전복시키고자 했다.[18] 메갈리아에서 파생되어 나온 온라인 커뮤니티인 워마드는 “We are here to bathe in male tears.” (우리는 남자들의 눈물로 목욕하기 위해 여기 모였다) 고 주장한다. 18F[19] 2018년에 탈코르셋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은 뷰티산업이 연간 110억 달러에 이르고 전세계에서 국민 1인당 성형수술율이 가장 높을 정도로 여성의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에 대항하여 화장품을 없애거나 부수는 모습을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20] 여성들은 또 연애, 성관계, 결혼, 출산을 거부하는 ‘4B 운동’에 동조하고 있다. [21]
2008년에는 성폭력 사건의 4%가 무단 촬영과 연관되었다.[22] 그러나 2017년에는 그러한 사건의 수가 585건에서 6,615건으로 11배나 증가했고, 전체 성폭력 사건의 20%를 차지했다.[23]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적으로 30,000여건의 몰래 카메라 사건이 경찰에 신고되었다.[24]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경찰이 확인한 불법 촬영 피해자는 26,000명이었다.[25]
2019년에 진행한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성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한 수사관은 지금은 사건 유형을 막론하고 전체 성범죄의 30% 가량이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수사관은 “예를 들어, 강간의 경우 그 장면을 촬영해서 유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26] 젠더폭력 생존자 지원단체들이 접수하는 사건에서도 이와 같이 기술이 관여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한 성폭력 생존자 지원센터의 부소장은 현재 센터에 접수되는 사건의 4분의 1 가량이 기술을 이용한 폭력이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부소장은 “과거에는 강간 사건을 많이 봤는데, 지금은 강간 촬영물도 봅니다. 가해자들이 촬영을 해서 피해자를 협박하는 거죠.”라고 말했다.[27]
한국에서는 상대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성적인 사진·영상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때로는 남성들도 피해자가 되고 그 중 특히 성소수자 남성의 비율이 높지만, 몰래카메라 사건의 피해자 중 80%가 여성일 정도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28] 가해자는 대다수가 남성이다. 2016년에 경찰청은 몰래카메라 사건 가해자의 98%가 남성이라고 발표했다.[29]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대표는 “우리는 1990년대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이 CD와 DVD에서 인터넷 상으로 옮겨가는 것을 보았고요…… 일각에서는 이것을 신종범죄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볼 때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범죄가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간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30] 1999년에 설립된 소라넷은 2016년 강제폐쇄되기 전까지 여성들을 무단 촬영한 동영상 수천 개를 호스팅하여 백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끌어들였다.[31]
생존자 지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확대와 발전에 비례해서 사이버범죄가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32] 2004년에 정부는 당시 카메라폰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치마속 촬영을 하는 문제에 대응하여 모든 카메라폰에 촬영시 일정 음역 이상의 촬영음이 나도록 설정할 것을 의무화했다.[33] 그러나 지금은 무음 카메라 앱으로 이를 무효화할 수 있다.[34]
초소형 카메라(몰래카메라)를 이용하여 화장실, 탈의실, 모텔 등에서 -주로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때로 그러한 촬영물을 인터넷에 게시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하여 돈을 번다.[35] 몰래카메라는 크기가 매우 작아 쉽게 숨길 수 있고 시계와 같은 일상 가정용품으로 위장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36] 이러한 카메라는 값이 싸고 건전지를 사용하여 오랫동안 작동시킬 수 있으며, 상대방 몰래 성행위를 촬영하여 무단으로 유포하는데도 사용되어왔다.[37]
2018년도의 시위
2018년에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정부의 무대응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올랐다. 5월에 한 여성이 비밀리에 남성 누드 모델을 촬영하여 해당 사진을 동의없이 온라인 상에 올린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불과 며칠만에 그 여성을 체포했고, 2018년 8월에 그 여성은 징역 10개월과 40시간의 성폭력 가해자 상담을 선고받았다. [38]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신속한 대응과 엄한 처벌은 여성들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서 경찰과 법원이 그간 보여준 안일한 대응과 크게 대조되었고, 또한 경찰과 법원의 이중잣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사건은 여섯 차례에 걸친 시위로 이어졌고, 수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서울의 거리에서 행진을 벌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가해자를 잡기 힘들다고 해서 우린 그 말을 믿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냥 버스에서 조심하고, 나쁜 남자를 만나지 않으려고 했죠. 그런데 남자가 당하니까 뭔가를 하는 거에요. 그때 우리의 분노가 폭발한 거죠. 현실에 번쩍 눈이 뜨인 거에요.” [39]
시위자들은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가?’ 등의 구호를 외쳤다. [40]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가 전달하고자 했던 가장 큰 메시지는 정부가 여성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기술이 이렇게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여성의 권리는 진전이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41] 2019년 6월 9일에 진행된 시위에는 3만 여명의 여성이 참가하여 여성들이 주도한 시위 중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추산되었다. [42] 이러한 시위들은 트위터를 통해 결성된 ‘불편한 용기’라는 익명의 모임에 의해 조직되었다.[43]
몇몇 생존자들은 이러한 시위가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 생존자는 “전국에서 여성들이 올라왔다”면서 “이 시위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내 사건에 관심 갖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위에 참가한 모든 여성들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44] 전직 정부 관료였던 한 여성은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면서 “5만 명의 여성들이 시위했습니다. 전례없는 일이고 그 규모가 커서 정부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죠.”라고 말했다. [45]
이러한 시위는 정부로 하여금 법률을 개정하고,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를 수립하는 등 중요한 조치들을 취하도록 했다. 특히 후자는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흔치 않은 혁신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들에게 보호와 구제책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전문가는 시위 후에 정부가 약속한 개혁의 60% 가량을 이행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지난 3년간 이 문제가 아주 큰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촬영물이 아직도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원 인프라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계속해서 나는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46]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
“성적 쾌락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을 통제하고 자신의 존재, 권력을 보여주려는 겁니다. ‘넌 나한테 아무 것도 아니다. 넌 그저 젖가슴일 뿐,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거죠.”
- 친구로 지내던 남자가 왜 자신의 스커트 속을 촬영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생존자의 답변[47]
디지털 성범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촬영 및 유포된 영상물이 포함된다. 모르는 사람에 의해 비밀리에 촬영된 사진/동영상이 있는 반면, 아는 사람, 동료, 친구 또는 데이트 상대가 상대의 동의없이 무단으로 촬영하기도 한다. 몇몇 생존자는 촬영에 동의하거나 자신이 직접 촬영하였으나 유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어떤 사진/동영상은 위조 또는 합성된 것이고, 성폭력 가해 상황을 촬영한 것도 있다.
가해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러한 촬영물을 이용한다. 일부는 온라인 상에서 팔아 돈을 번다. 또 대상자의 대인관계, 교육이나 고용, 심지어는 신변에 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러한 촬영물을 이용하여 상대를 위협하고 모욕감을 준다.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의 관음증을 해소하기 위해 불법 촬영물을 수집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기소된 형사 사건 360건을 분석했다. 이 법률에 의거한 첫 판례가 나온 것은 2017년이었다. [48] 이 분석에 따르면, 그러한 범죄가 가장 흔히 발생하는 장소는 ‘지하철’(전체 사건의 55%)이었고, 그 뒤를 이어 ‘길거리’가 11%를 차지했다. 이것은 이러한 범죄의 대부분이 모르는 사람에 의해 자행됨을 의미한다. [49]
디지털 성범죄를 연구한 장다혜 연구원은 모르는 사람에 의해 촬영 당한 여성들은 아는 사람에 의해 촬영 당한 경우보다 사회적 낙인이 덜하기 때문에 좀더 당당하게 경찰에 신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0] 아는 사람에 의해 불법 촬영을 당한 경우 생존자들은 경찰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거나 이성관계에서 그러한 범죄가 발생한 경우 여성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것을 두려워할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한 수사관은 생존자와 가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고 또 그러한 사건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대부분은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만나서 데이트를 하거나 동거하는 사이죠. 둘이서 때로 성적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데 헤어지고 나서 남자가 그런 촬영물을 올리거나 협박하고…… 해마다 그런 사건의 수가 급증합니다.”라고 했다. [51]
연인 사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일 때 디지털 성범죄는 보다 포괄적인 폭력 행동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본 보고서와 관련하여 우리가 인터뷰한 몇몇 생존자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들로부터 다른 형태의 폭력도 경험했다. 한 사건에서 가해자는 남자 친구로서 피해자를 폭행한 적이 있었다. [52] 한 생존자는 CCTV에서 전 남자친구였던 가해자가 자신의 집을 감시하고 자신이 내놓은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온라인 상에서도 폭력을 가했다. [53] 한 여성은 무단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졌던 남자에 의해 교내에서 촬영을 당했는데, 나중에 그가 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영상은 해당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 유포된 것으로 보였다. [54]
몇몇 인터뷰 참가자들은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로부터 다른 형태의 심리적 폭력을 경험했다. [55] 한 전문가는 남편이 아내의 동의 하에 부부관계를 촬영한 후 해당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협박하면서 자신의 아내를 통제한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56]
디지털 성범죄는 입법과 사법기관이 따라잡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 활동가는 “[경찰은] 신기술이 여성혐오에 얼마나 빨리 이용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57]
무단 촬영
모르는 사람에 의한 촬영
“한국 남자들은 도대체 왜 여자들이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요. 화장실은 대소변을 보는 곳인데, 왜 그런 걸 보고 싶어하는 거에요?”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58]
2018년에 서울시는 서울시 내의 20,554개에 달하는 공공 화장실을 월 1회 점검에서 매일 점검으로 변경하며 이를 위해 담당 직원의 수를 50명에서 8,000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59] 이처럼 막대한 인력 투자는 공공화장실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의 불법 촬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는 흔히 ‘몰카’라고 불린다.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전문가는 이 용어가 사회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부적절한 태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 상담원은 “몰카라는 표현은 코메디 프로에서 나온 거죠. 다른 사람을 놀려준다는 뜻이거든요.”라고 했다. [60]
일부 가해자들은 대상 피해자를 무작위로 선택하는데, 이렇게 촬영된 여성들은 자신이 촬영되었는지, 촬영되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누가 그 촬영물을 보았는지를 모를 가능성이 있다. 한 설문 응답자는 “학교에서 내가 이용한 적이 있는 화장실에서 몰카를 발견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무섭고 수치스러웠다. 한국 남자들을 죽여버리고 싶었다.”라고 적었다. [61]
최지은의 사례
2018년 어느 날 오전 1시, 최지은이 막 잠들려던 순간 초인종이 여러 차례 울렸다. 현관문을 열자 경찰관 한 명이 서 있었다. 그 경찰관은 최지은에게 한 남성이 인근 건물의 지붕에서 창문을 통해 그녀를 촬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2주 동안 최지은을 촬영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이 영장을 통해 가해자의 전자기기를 압수해서 확인한 결과 가해자는 최지은 외에 다른 여성 7명의 촬영물을 갖고 있었다. 나중에 최지은은 그 가해자가 몇 년 전에도 동일 범죄로 체포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지은은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좌절감을 표출했다. 그녀는 경찰로부터 가해자가 그녀의 알몸을 촬영했기 때문에 그녀의 사건이 기소될 수 있지만 다른 여성들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촬영당했기 때문에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래에서 논의한 것처럼 이 발언은 현행 법률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최지은은 가해자가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박탈하는 것에서 쾌락을 느꼈다”고 지적하고 “그래서 법이 효과가 없는 겁니다. 이건 성적 자극에 대한 문제가 아니거든요.”라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지은은 “법률에서는 아직도 촬영물이 자극적이고 모욕적이어야 한다고 하는데, 굉장히 피해자를 비난하는 거죠. 그냥 ‘동의없이’라고만 되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처벌 강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녀의 사건에서 가해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징역도 안살고 벌금도 안내요. 그 남자는 예전처럼 계속 살 수 있는 거죠.” 그녀는 “그가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범죄를 계속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지은은 “신체 접촉이 없다는 이유로 카메라[로 자행한 범죄]를 가볍게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는 고려하지 않는 거죠.”라면서 “시위를 통해서 여성들은 이것이 집단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직도 이해를 못합니다.”라고 했다.
그녀는 선정적인 신문 보도로 인해 자신의 피해가 가중되었다고 지적하고, 자신이 경찰의 대응을 비판하자 한 남성 기자가 과잉 반응을 한다면서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그녀를 성적인 이미지로 포장했다. 최지은은 “한국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항상 그런 식으로 보도한다”면서 “한국 언론은 여자들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화하기로 악명이 높다”고 말했다.
최지은은 새 집으로 이사한 후에도 계속해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집에 있어도 굉장히 불안했어요. 안전하지 않은 거에요. 내가 나간 사이에 누가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근처에서 누가 나를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집까지 걸어오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공공장소에서 너무 불안하고 겁이 났어요.” [62]
동료 등 아는 사람에 의한 촬영
대학교에서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터져나왔다. 신윤정은 당시 가까운 친구 사이였던 동급생으로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촬영을 당했다. 가해자는 그의 남자 친구들이 그의 방에서 여학생들의 이름이 적힌 CD를 발견하면서 그간의 행동이 발각되었다. 그의 친구들은 그의 행동을 의심하여 당국에 신고했다. 여섯 장의 CD에는 최소 16명의 피해자에 대한 촬영물이 담긴 폴더가 있었다. 신윤정의 폴더에는 10개 이상의 동영상 클립이 있었다. “강의 중에, 카페에서, 식당에서, 술집에서 [촬영했어요]…… 복사실에서…… 휴대폰을 제 치마 밑에 넣어서 촬영하고…… 지하철에서도 촬영하고…… 계단을 올라갈 때 내 뒤에서도 촬영했더라고요.”[63]
A의 사례
불법촬영 사건은 또 직장에서도 일어난다. A는 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일하고 있었다. 2019년 8월에 동료 남자 임상병리사가 병원 탈의실에서 A를 포함하여 여러 명의 여성 동료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체포되었다.[64] 2020년 1월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A는 2019년 9월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65]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불법 촬영은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더라도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피해자로서는 자신의 사적인 부위를 촬영한 사진·동영상이 존재하고 이미 악의로 행동한 누군가의 손에 있다는 사실로 인해 해당 촬영물이 언제든지 유포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A의 아버지는 휴먼라이츠워치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시골에 살아서 사람들이 서로 다 압니다. 우리 딸이 “누가 봤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했어요. 전화가 올 때마다…… 그 남자가 유포하지는 않았어도 친구들한테 보여줬을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내 생각엔 아이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한 거 같아요. 또 모르는 사람이 한 게 아니라 더 그랬던 거 같고요. 아는 사람이었잖아요.
검찰은 가해자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가해자는 10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A의 아버지인 이영태씨는 10개월은 고사하고 2년도 “너무 짧다” 고 생각했다. 그는 “무엇보다 법이 더 강력해져야 한다”면서 “지금보다 더 강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66]
이예린의 사례
이예린의 상사는 이예린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표현했다. 그는 유부남이었고, 이예린은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그가 이예린에게 시계를 선물로 주었다. 이예린은 침실에 그 시계를 놓았다가 나중에 방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시계의 위치를 옮긴 후에 상사가 시계를 원치 않으면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예린은 “뭔가 이상해서 그 시계를 검색해봤더니 특수 시계였다”고 말했다. 그 시계는 몰래카메라였다. 한 달에서 한 달 반동안 그 시계가 하루 24시간 이예린의 방을 촬영하여 상사의 휴대폰으로 스트리밍한 것이었다. 이예린이 상사에게 그 사실을 따지자 상사는 “그거 검색하느라고 밤에 잠안자고 있었던 거야?”라고 말했다. 그녀가 검색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예린은 인터넷에서 그 시계가 어둠 속에서도 완벽한 영상을 제공한다고 광고되는 것을 보고 그것이 몰래카메라인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이런 모델이 굉장히 많은데 인터넷에서 어떻게 똑같은 시계를 찾았냐며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 이예린이 인터넷 검색창에 ‘시계 몰카’를 치자 다양한 모델의 시계 몰래카메라가 끝도 없이 나왔다.
사건을 신고한 후에 남자 경찰관이 이예린을 4시간 동안이나 조사하면서 촬영되는 동안 방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꼬치꼬치 캐물었으나 이예린은 결국 자신의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아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런 사건의 피해자들은 언제 재판이나 판결이 나오는지 통보도 안해줍니다. 알 수가 없죠. 통보도 안해주고 오라는 통지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두 명의 검사가 이예린의 사건을 담당했다. 한 명은 재판 전에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재판 중에 사건을 담당했는데, 첫 번째 검사는 이예린에게 증거와 정보도 요청하고 때때로 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자 이예린에게 더 이상 자신의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검사는 이예린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내 사건의] 날짜가 혹시 바뀌었는지 보려고 날마다 법원 웹사이트를 확인했어요. 재판이 있을 때마다 참석했고요…… 변호사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한 마디도 안놓치고 들으려고 했고 진정서를 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고요…… 재판에 오라는 통보는 한 번도 안받았지만 그래도 갔어요. 그리고 그때마다 증언 기회를 요청했지만 한 번도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예상되는 형량이라든지 아무도 나한테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이야기해주지 않았어요.
가해자는 유죄를 인정받아 10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이예린을 인터뷰할 당시 그는 항소 중이었다. 이예린은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장기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밤마다 울었어요. 잠도 못자고 진정제를 먹어야 했고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잖아요.”라고 했다. “그 일이 제 방에서 일어났잖아요. 그래서 때로는 아무 일 없는 데도 내 방에서 이유없이 너무 무서울 때가 있어요.” 1년이 지난 후에도 이예린은 계속해서 우울증과 불안증 약을 먹고 있었다. 66F[67]
데이트 상대에 의한 촬영
데이트 상대도 불법 촬영을 한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설문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데이팅앱을 통해서 그냥 가볍게 만났는데 그 사람이 성관계하는 것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걸 알아채고 파일을 삭제하라고 했는데 그 파일이 제대로 삭제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68]
박지영의 사례
박지영은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보다가 공공장소에서 여자들의 치마 속이나 엉덩이를 촬영한 사진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이후에 그녀는 남자친구의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성관계 상대 여성들의 것으로 보이는 사진 40-50장을 찾았다. 자신의 사진도 4장이 있었다. 그녀의 사진은 속옷을 입은 모습이었는데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또는 자신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촬영된 것이었고, 그 중 두 장은 데이트를 시작한 초기에 찍은 것이었다.
다른 사진들은 박지영이 모르는 여성 2명의 것이었는데 박지영은 그의 전 여자친구들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 여성들은 잠자는 사이에 나체 상태로 사진을 찍혔다. “어떤 사진은 머리 부분이 없고 어떤 사진은 얼굴이 나왔어요. 옷 벗은 여자들 사진을 모아놨더라고요. 내 것만이 아니라 전 여친들 것도요.”
이 사진들을 발견한 후에 박지영은 사진 속의 여성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대학교의 채팅방에 자신이 그 사진들을 찾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사진 속의 여성들을 찾고자 했다.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서 함께 증거를 모아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어요.” 그녀가 올린 게시물을 본 남자친구는 “오늘 자정까지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네 사진을 유포할 것”이라면서 그녀를 협박했다. 그는 데이트하는 중에도 그녀를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한 적이 있었다.
박지영은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러나 자신에게 배정된 변호사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진에 대해 발설을 했기 때문에 형사상 명예훼손에 걸릴 수 있고 남자친구의 동의 없이 그의 파일들을 뒤졌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계속해서 사건을 취하하라고 종용했다. 그녀는 변호사를 바꾸었지만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에 수사관이 전화를 해서 가해자와 합의하지 않으면 가해자의 변호사가 명예훼손과 가해자의 파일을 무단으로 뒤진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면서 그녀에게 사건 취하를 종용했다.
박지영은 경찰에 사건을 신고한 후 수개월 동안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그녀는 “그때 이후로 그의 가족이 계속 나를 괴롭힌다”면서 “계속 연락하고…… 합의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의 모(母)와 누나는 박지영에게 그가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앓아 누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박지영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박지영은 학교에서 그를 자주 보았다. 박지영은 “내 동정심을 얻으려는 거죠. 하지만 학교에서 보면 평상시와 다름없이 다니더라고요.”라고 했다. 박지영이 사건을 취하하지 않자 그들은 박지영의 어머니가 다니는 직장까지 찾아가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잠든 사이에 무단으로 가해자에게 사진을 촬영당한 여성들을 찾기 위해서 박지영이 대학교 채팅방에 글을 올렸을 때 채팅방 구성원 중 한 명이 전체 메시지로 “그냥 넘어가 😊.”라고 답했다. 박지영은 “그게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지영은 그 채팅방의 구성원들이 다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을 지지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가해자가 유죄를 선고받고 3백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학교에서 그의 생활은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가해자와 그녀를 모두 아는 사람들 몇몇은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69]
촬영물의 무단 유포와 유포하겠다는 협박
“굉장히 안좋게 헤어졌는데, 그렇게 복수를 한거죠.”
–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경험에 대한 설문 응답자의 답변[70]
자신의 사적인 부위를 자신이 직접 촬영했거나 촬영에 동의한 적이 있는 사람은 그러한 사진이 언제든지 유포되거나 사진 소지자에 의해 협박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 가능성이 있다.
사진 속 피사자가 사진 촬영에 동의했는지 여부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니다. 피사자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가해자는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가해자가 동의 하에 촬영물을 확보한 후 그것을 이용하여 피사자를 협박하기도 한다. 이러한 협박은 성적으로 더 노골적인 촬영물을 보내라는 요구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소위 ‘n번방 사건’ 이후 성적인 촬영물을 이용해 여성들을 협박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은 조주빈과 다수의 공모자들이 여성들을 협박하고 성폭행한 비디오를 텔레그램의 여러 채팅방에서 공유한 사건이다.
이들은 모델을 구한다는 허위 광고를 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광고에 응한 여성들은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와 사진을 제출했다. ‘채용’이 된 후에는 노출이 더 심한 사진을 제공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가해자들은 개인정보와 함께 그러한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들이 더 강도가 높은 촬영물을 제공하도록 강요했다. 거기에는 강간과 피해자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위들이 포함되었다. [71]
이 사건의 피해자는 미성년자 26명을 포함해 최소 103명에 이른다. [72] 채팅방 참가자들은 촬영물을 보기 위해 유료 회원 가입을 했는데, 당국은 회원 수가 260,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73] 2019년 9월에 124명이 체포되었으며, 조주빈을 포함한 18명은 채팅방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74] 2020년 11월에 조주빈은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았다. [75]
n번방 사건은 위험하고 광범위한 동향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생존자들을 대변하는 한 변호사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무작위로 채팅 상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에서 만난 사건들에 대해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미성년자로, 동의 하에 [성적인] 사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가해자가 그 사진을 이용해서 피해자를 위협하고 실제 성관계에 응하게끔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76]
손지원의 사례
손지원은 16살 때 무작위로 채팅 상대를 연결해주는 웹사이트에서 가해자를 만났다. 손지원은 “그때 굉장히 힘들어서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자신이 24살이라고 밝히고 채팅방 밖에서도 계속 연락을 취했으며, 이후에는 손지원에게 성적인 촬영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손지원은 촬영물을 보냈으나 곧 후회했다. 손지원이 두 사람의 채팅방에서 그 촬영물들을 삭제하려 하자 그는 화를 내고 폭력적이 되었다. 손지원은 “그때는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못했어요. 지금은 내가 멍청하고 어리석었다는 걸 알고 화가 나죠.”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텔레그램에서 다른 남자들과 연락을 했는데, 그 남자들은 손지원에게 보고 즉시 삭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사진을 보내라고 압박했다. 나중에 손지원은 그 사진 중 하나가 채팅방에 게시된 것을 알게 되었다. 손지원은 가해자들이 그 사진들을 유포하거나 업로드했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랬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녀는 “내 사진이 어디 웹사이트에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77]
합성 또는 조작 사진
가해자의 목적이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 경우에는 합성·조작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한 설문 응답자는 “선정적인 자세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배우의 몸에 내 얼굴을 합성해서 인터넷에 올렸다”고 말했다. [78]
때로는 피해자와 닮은 사진·영상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폭력 생존자를 지원하는 한 단체는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이용해 성적인 모욕감을 주는” 신분 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79] 그러한 사진들은 조작(딥페이크)되었거나 피해자와 닮은 사람의 사진을 이용한 것이다.
강유진의 사례
강유진은 4년간의 연애관계를 끝내고 두 달이 지난 후부터 낯선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문자를 받기 시작했다. 강유진은 한 남자는 “나에 대해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강유진에게 텀블러에서 구한 사진을 보내주었다. “내 방과 내 차, 내 주소, 내 얼굴, 그리고 (내 것이 아닌) 속옷 사진이 담긴 사진이었어요. 거기에는 내 주소, 내가 다닌 학교, 내 직장명, 직장 주소, 그리고 내가 살았던 건물의 외관 사진도 들어 있었어요.” 강유진은 너무 놀랐고 전 남자친구의 소행임을 확신했다. 그녀는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다음 날 오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전 남자친구를 찾아갔고, 그는 며칠 후에 자신이 그랬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화가 나서 그녀가 다른 남자 만나는 것을 어렵게 하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처음에 강유진은 안심을 했지만, 그의 행위는 지속되었고 점점 심해졌다. 그녀는 “내가 다른 남자들을 만나는 것을 알고는 외설적인 것들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더 강도 높은 성적 컨텐츠를 올렸는데, 모두 다른 여성의 반누드 사진, 여성의 성기와 나체 사진에 강유진의 얼굴을 붙인 합성 사진들이었다. 또 남녀가 성관계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그 여성의 얼굴이 강유진과 너무도 닮아서 강유진을 아는 사람들뿐 아니라 강유진 자신도 처음에는 자신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가해자는 강유진 주변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그 사진들에 강유진의 연락 정보와 집, 직장, 부모에 관한 정보를 해시태그로 붙였다. 또 “섹스 파트너를 구하러 차를 몰고 나갑니다”라고 쓰는 등 그녀가 여러 명의 섹스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고 암시하는 글을 함께 올렸다.
수개월에 걸쳐 그러한 게시물이 텀블러, 트위터, 페이스북, 토렌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다음 블로그, 다음 카페, 구글 포토 등의 사이트에 올라왔다. 그 게시물들을 보고 하루는 강유진의 사무실에 낯선 남자 2명이 찾아왔다. 그녀는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에서 나를 만나려고 한 남자들도 있었고…… 섹스 하자고 나한테 문자를 보낸 남자들도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적어 놓은 주소를 보고 내 집과 직장에 찾아온 남자들도 있었고요.”라고 말했다. 강유진은 “그때 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했고, 다시는 그 집에 살지 못하게 되었다.
강유진은 비영리단체를 통해 도움을 얻기 전까지 대부분의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혼자서 수천 번의 삭제 요청을 해야 했다면서 “사이버범죄에 대응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수많은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너무 고통스럽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녀의 경우에는 전 남자친구가 수백 개의 사진을 올렸고 점점 더 그 숫자가 증가했다. 그녀는 자신이 연락한 모든 플랫폼에서 사진마다 별도의 삭제 요청 양식을 작성하고, 사진의 링크를 붙이고, 삭제 요청 사유를 기입해서 제출하도록 했는데 요청서 하나를 작성하는데 10-2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사이트마다 가해자가 올린 게시물을 직접 캡쳐해서 증거를 수집하고 게시물 하나하나마다 삭제 요청을 해야 했습니다. 게시물 여러 개를 한 번에 삭제하지 못하고, 하나씩 일일이 해야 하니까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일을 그만 두고 할 일이 없으니까 그걸 했죠. 삭제하고 삭제 요청하고…… 날마다 나를 비판하고, 낯선 남자들이 나한테 욕을 하고, 성적인 말을 하는 댓글들을 보니까 너무 지치고 마음에 병이 들더라고요. 정말 고문이었어요…… 처음 두 달동안은 하루 종일 그것만 한 것 같아요.
강유진은 어떤 플랫폼은 금방 응답을 해주었지만 특히 구글이 느렸는데 그런 사진을 삭제하기까지 며칠 또는 최대 일주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의 플랫폼에서 사진을 삭제하더라도 구글을 통해서 그 사진의 섬네일을 찾을 수 있었다. 강유진은 사진이 삭제된 후에 아무도 그 사진을 다시 올린 것 같지 않은데 몇 주 후에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유진은 “가해자들에게 제한된 시간 안에 자신이 쓰고 유포한 게시물들을 삭제하도록 시켜야 합니다. 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피해자가 그것까지 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돼요.”라고 말했다. 재판 후에도 문제는 지속되었다. “가해자가 기소된 지 몇 달이 지나고 판결이 나온 후에도 가해자가 여러 사이트에 게시한 글과 사진들이 여전히 너무 많이 남아 있었어요. 그걸 삭제하는 건 여전히 피해자의 몫이었어요.”
강유진의 전 남자친구는 결국 디지털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강유진은 “이 범죄는…… 한 사람을 사회적, 정신적으로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범죄가 강력하게 처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이 바뀌지 않고는 항소를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내 고통을 경감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80]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태도
“사람들은 재미있는 가십 정도로 생각해요…… 그냥 즐기는 거죠. ‘그 사진 봤어? 나도 보고 싶어. 나한테 보내주라!’”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가 불법 유포된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자들의 대화를 엿들은 경험에 대해 한 발언[81]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하여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는 일부 남성들이 촬영물 속 당사자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개의치 않고 불법 촬영물의 유포와 소비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으로 간주한다는 말을 인터뷰 참가자들에게서 많이 들었다는 점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정다혜 연구원은 온라인 상의 ‘사적인 남성 집단문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문화를 유지하는데 여성의 대상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여성을 대상화해서 남자들끼리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82]
성범죄를 담당하는 한 수사관은 “정말 이상한 짓인 거 같아요…… 도대체 왜 모르는 사람의 몸을 엿보려고 하는지…… 다른 사람들과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는데서 쾌감을 느끼거나, 또래들로부터 자신의 남성성을 인정받았다고 느낄 수도 있죠. 한 가해자는 그렇게 했을 때 진짜 남자로 인정받은 것 같았다는 말을 했어요.”라고 했다. [83] 한 생존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가해자가 기자에게 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무단으로 여자들을 촬영하면서 일종의 권력감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아요.” [84]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한 한 기자는 (아래 논의한 것처럼) 한국에서 음란물이 전반적으로 금지된 것과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하는 현상을 연관시키면서 “모든 것이 불법이니까, 디지털 성범죄 자료가 불법이라는 것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85]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대표는 “현재 범죄와 폭력으로 간주되는 행동이 오랫동안 오락문화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많은 남자들이 그것을 ‘범죄’라고 딱지 붙이는 것에 부당함을 느끼죠. 누군가 잡히면 운이 안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만연해 있고, 붙잡히지 않은 수많은 다른 남자들을 알고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86]
남자들만 참여하는 채팅방에서는 불법 촬영물이 종종 공유된다. 유명한 남자 연예인들이 디지털 성범죄 스캔들에 휩싸였다. [87] 또 법관에서부터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연루된 사건들이 있었다. [88] 디지털 성범죄가 어느 정도 정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더욱 고립감을 느낀다.
각급 학교와 대학교에서도 성적 촬영물과 관련한 행동 규범을 정하는 일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한 생존자는 중학생이었을 때 교실에서 누군가 급우 한 명의 성관계 영상을 틀어놓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디오에 나온 여학생이 “그 일로 왕따를 당했는데, 우리는 그 아이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어요…… 그 아이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그 아이와 말을 섞지 않았어요. 거기에 대해 아직도 죄책감이 있어요. 하지만 그때 우린 어떻게 행동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에그 아이에 대해 편견이 있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89]
불법 촬영물을 이용한 돈벌이
“이 나라에서 이런 물건을 그렇게 쉽게 만들고, 팔고, 살 수 있다는게 너무 충격적이에요.”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90]
디지털 성범죄 척결에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많은 가해자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피해자 지원단체는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 간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산업이 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 불법 산업을 제어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91]
불법카메라를 탐지하는 한 회사의 대표는 “두 가지 유형의 가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개인적인 이유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유형이다. “두 번째는 촬영물을 팔아 이윤을 취하는 유형입니다. 촬영물을 팔거나 광고를 통해 또는 그 둘 모두를 통해 돈을 버는 거죠.” 그는 이것이 프리랜서 업종이라면서 “대부분은 처음에 성적인 만족감때문에 시작하지만 한 번 자료를 올리면 그 자료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그러면 [플랫폼에서 더 많은 자료를 올리도록] 요청을 받을 수 있죠.”라고 말했다. [92]
그는 1기가바이트 또는 동영상 1시간 반 분량에 시장가가 5백만원이라고 했다. [93] 불법카메라를 탐지하는 또 다른 회사의 대표는 동영상 1시간 분량이 2-3백만원에 거래될 수 있다면서, 어떤 플랫폼에서는 동영상에 대해 먼저 돈을 지불하고 광고나 해당 동영상을 링크한 웹사이트들이 낸 수수료와 회비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매자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다양한 옵션이 나옵니다. 어느 언어로나 검색이 가능하죠…… 이런 동영상에 대한 수요가 높으니까 암시장이 클 수밖에 없죠.” [94]
한 설문 응답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최근에 스터디 카페 화장실에서 몰카 촬영을 당했어요. 몰카를 찍고 있던 중학생 애를 잡아서 경찰서에 데려갔는데, 신형 아이폰을 살 돈을 벌려고 그랬답니다.”라고 했다. [95]
디지털 성범죄의 영향
“칼이나 흉기만 안썼지 살인이나 마찬가집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이나 정신에 대한 살인이에요.”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96]
디지털 성범죄의 만연함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적어도 자신이 아는 한 범죄의 대상이 된 적이 없는 여성들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성폭력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상담원은 “가장 흔한 경우는 피해자들이 과거에 자기가 보냈던 성적 촬영물을 전 애인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많은 피해자들이 이 문제가 국가적으로 논의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97]
화장실 등에서 촬영하는 가해자들은 대체로 피해자를 무작위로 선택한다. 이러한 무작위 범죄로 인한 문제는 많은 여성들이 공공 장소에서 큰 불안감을 느끼거나 그러한 장소에서 배제된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한 설문 응답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밖에서 화장실 가기가 겁난다. 꼭 가야 할 때는 변기, 벽 사이, 화장실 문, 경첩 등에 몰카가 설치되어 있는지를 한참동안 확인한다. 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혹시나 촬영되고 있을까봐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된다. 가끔씩 나도 모르는 내 사진이 공유되고 있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며칠 전에 동대구 기차역에서 화장실에 갔는데 거의 모든 칸에 다른 여자들이 막아놓은 구멍이 적어도 한 개 이상 있었다. 내 불안감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끔찍하다. [98]
생존자들의 경우에는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큰 영향을 끼친다. 불법 촬영물이 한 번 유포되거나 피해자가 단순히 유포 가능성을 걱정하기 시작하면, 그 촬영물이 인터넷에 올라오거나 다시 올라오는 것이라는 두려움이 떠나지 않는다. 웹사이트에서 사진을 삭제했다 하더라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본 누군가가 화면 캡쳐를 해서 언제든지 어느 한 사이트에 올릴 수 있고 그것이 통제 불가능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생존자는 “하나를 삭제하면 10개가 더 올라왔다”고 말했다. [99]
한 전문가는 “올리자마자 전세계로 확산되고…… 순식간에 퍼진다”면서 “촬영물을 완전히 삭제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요. 촬영물을 완전히 삭제하거나 영원히 삭제한다는 건 없습니다. 그게 디지털 성범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100] 정부의 생존자 지원센터 설립 계획을 알리는 언론보도문에서도 “다른 성폭력과 달리 디지털 성범죄는 지속되고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1]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은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이것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경찰 등 사법관계자들을 상대하면서 2차 피해를 경험하고, 아래에서 설명한 것처럼 생존자 자신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자신의 촬영물이 인터넷에 새로 올라오는지를 감시한다는 현실로 인해 생존자가 그 폭력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서 트라우마가 악화된다. 생존자들은 또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대인관계와 교육, 고용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가해자는 말할 것도 없고 경찰과 검사, 판사, 입법가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유발하는 피해의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는 한 기자는 “남자들은 그것이 여자들에게 그렇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은 실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자들은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누가 자살했다는 말을 들으면 울어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런 걸로 왜 죽어?’라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102]
사회적 낙인과 명예훼손, 교육 및 고용 상의 피해
“범죄자들은 잡혀도 직장을 잃지 않아요. 평판도 잃지 않죠. 그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삽니다. 피해자만 어둠 속에 숨죠.”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103]
생존자들은 특히 촬영에 동의했거나 성행위에 동조하는 모습이 보여진 경우 사회적 낙인과 비난에 직면한다. [104] 그러한 낙인은 여성들의 교육과 고용 그리고 대인관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이 사회에는 성에 대해 엄격한 이중 잣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를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지 않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면 헤픈 여자라고 비난하죠.”라고 말했다. [105]
촬영물이 유포되면 생존자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다. 한 여성은 자신의 사진이 처음에 웹사이트에서 판매용으로 올라왔다가 채팅방에서 유포되고 그 다음에 자신이 사는 곳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의 손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 여성은 아직 가족들은 모르지만 곧 가족들까지 알게 될 것을 두려워하면서 “그러면 가족들이 정말 상처받을 것”이라고 말했다.[106]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되었더라도 낙인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신윤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무단으로 십여 명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대학 동기에 의해 치마 속 등을 촬영 당했다. 신윤정은 피해 여성 중 한 명이 부모님이 알게 될 것을 너무도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신윤정에게 “우리 부모님이 아시면 나를 비난하거나 내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그랬다고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윤정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여자가 짧은 치마를 입었거나 그럴 만한 동기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07]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생존자는 스스로를 비난한다. 전 남자친구에게 피해를 입은 한 인터뷰 참가자는 인터넷에서 남자를 만나서 자신이 위험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108]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상담원은 자신이 만난 한 내담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 그 여성분을 만났을 때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사진들을 찍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자신이 잘못 했다고 생각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 사진을 찍고, 유포하고, 올리고, 본 놈들의 잘못이라고 말해줬어요. [109]
사회적 낙인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에 생존자들의 신분을 밝히는 것은 특히 피해가 클 수 있다. 그러나 때로 경찰은 사람들이 생존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한다. [110] 이것은 생존자들에게 더욱 피해를 줄 수 있다. 한 생존자는 대학 측에서 제대로 기밀을 유지하지 않아 자신도 사회적 낙인과 가해자의 보복을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111]
트라우마
“공중 화장실, 지하철역, 어디를 가든지남자들이 나를 보고 있고, 어딘가에서 내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여기가 지옥이다.”
– 설문 응답자[112]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은 이것이삶의 여러 측면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학교 동기에 의해 치마 속을 촬영 당한 하나는 “이제는 절대로 짧은 치마는 안입어요. 전에는 반바지나 바지를 싫어해서 한 벌도 없었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 바지를 여러 벌 샀습니다. 그리고 긴 치마만 입고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아주 가까운 사람이 찍을 때를 빼고는 사진 찍히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113]
무단 촬영을 당한 또 다른 생존자는 이 피해 경험으로 인해 “더 이상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집 밖에서 화장실에 가야 할 때는 CCTV가 설치된 믿을 수 있는 건물을 찾는다고 말했다. [114]
한 생존자는 “남자들을 싫어하고, 증오하고, 남자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면서 “경찰이 남자였기 때문이고, 확인된 건 아니지만 [가해자가] 남자인 것을 거의 100퍼센트 확신하고, 내 전 남친도 남자였죠. 그래서 남자들을 증오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115]
또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육과 고용 및 사회적 관계에서 온라인 세상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시기에 디지털 성범죄는 여성들을 인터넷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 한 생존자는 “그때 이후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은둔하고 있어요. 내 계정에서 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차단시켰어요.”라고 말했다. [116]
자신이 무단으로 촬영된 것은 알지만 해당 촬영물을 보지 못한 생존자들은 자신의 촬영물을 보고 어느 부분이 포함되었고 포함되지 않았는지를 아는 생존자들보다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117]
아는 사람에 의해 피해를 당한 경우, 또는 신원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의 소행이라고 확신하는 경우에는 특히 더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과 가까운 관계들을 정확히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인터넷 상에서 닮은 모습을 이용하고 조작하여 피해를 입은 한 생존자는 “그때부터 아무도 믿을 수가 없고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118]
몰래카메라를 탐지하는 한 회사의 대표는 자사의 고객들이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다른 삶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그의 고객 중 한 명은 자신의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있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5년 전에 유포되었는데 누가 촬영했는지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 여성은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것을 우려하여 여러 차례 이사를 했지만 그래도 불안감을 느껴 자신의 집에서 텐트를 치고 살면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집에서 카메라를 숨길 수 있는 모든 공간과 창문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119]
많은 생존자들은 자신에게 직접 증거를 수집할 것을 요구하는 경찰과 검사들로 인해 더 큰 트라우마를 겪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심각한 자살충동을 겪는 한 생존자는 “인터넷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인터넷 검색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증거를 수집하려면 컴퓨터를 켜야 하는데, 그게 너무 무섭고 겁이 났어요. 컴퓨터를 켜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고, 너무 겁이 나서 죽고 싶었어요.” 그녀는 자신의 촬영물을 찾으면서 불법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여성들의 촬영물도 많이 보았는데 그런 촬영물을 보는 것도 트라우마를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120]
법적 대응 과정에서도 트라우마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 생존자들이 신고를 꺼리게 만든다. 생존자들을 대변하는 한 변호사는 “불법 촬영물에서 동의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수사과정에서 모든 수사관이 그 촬영물을 보는데 이것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고요. 그런 다음에 재판부가 또 그 촬영물을 검토하는데, 판사는 피해자가 동의를 암시하는 어떤 말을 했는지, 피해자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지 등을 조사합니다. 이런 모든 것이 피해자에게는 상당한 2차 피해를 유발합니다. 신고를 안했으면 안일어났을 일들이죠.”라고 말했다.[121]
한 생존자는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거기[카메라]에 내 사진이 있으면 경찰, 판사, 검사 등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 그걸 볼 수 있다는 거에요. 전부 다.”라고 말했다. “그게 끔찍했어요. 끝이 없으니까요.” [122]
디지털 성범죄가 언론에서 다루어지면 선정적인 보도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를 악화시킬 수 있다. 사회적 낙인이 너무도 강하기 때문에 생존자의 신원 공개는 특히 피해가 크고 생존자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 [123]
자살
디지털 성범죄는 많은 피해자들이 자살을 고려하고 또 실제 자살을 실행할 정도로 파괴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 컨텐츠 삭제 대행사의 CEO는 해마다 불법 촬영물 삭제를 요청하는 고객 중 4명 정도가 자살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24]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전문가는 “피해자를 상담할 때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합니다. 왜 죽고 싶냐고 물으면 끝낼 수 없으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퍼지니까라고 말해요.”라고 했다.[125]
최근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자살한 사건이 여러 건 있었다. 2019년 11월에는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구하라가 28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26]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는 구하라의 동의 없이 두 사람의 성관계를 촬영한 후 비디오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는 2019년 8월에 다수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법정은 구하라가 계속 관계를 유지했다는 이유로 무단 촬영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27] 그로부터 석 달 후에 구하라는 자살했다.
본 보고서에서 인터뷰한 많은 생존자들이 자살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는 것
몇몇 생존자들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경험으로 인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한 생존자(21세)는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사는 것은 내 존엄성을 해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민 갈 거에요. 다른 나라에서 일자리를 구할 겁니다. 정부가 아무 것도 안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런 변화가 없어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128]
한 생존자는 “내가 유학을 결심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이것 때문이에요.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나라에서는 법과 법 집행이 더 강력하기를 바라고, 거기서 영구적으로 정착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아오고 싶지 않아요.” [129]
한 수사관은 자신이 만난 여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피해자는 대학생이었을 때 남자 친구에 의해 성관계를 촬영 당했다. 이 동영상은 그녀의 이름 및 학교명과 함께 게시되었고 일파만파로 퍼졌다. 수사관은 “그래서 대학을 자퇴하고 미국에 가서 거기서 공부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알아봐서 다시 한국에 돌아왔죠.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을 바꿨어요. 그런데 수술을 했어도 누가 알아볼 것 같아서 밖에 전혀 못나갔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130]
몰래카메라 탐지 회사의 대표는 가끔 한국을 떠난 여성 고객들을 전화로 상담하는데, 여성들이 그곳에서도 여전히 감시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집에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탐지해주기 위해 몇 차례 외국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슬프죠. 외국에 나가서도 집에서 안전하게 느끼지를 못하니까요.”라고 말했다.[131]
삶의 방향 변화
일부 생존자들은 앞으로 다시는 누구를 사귀거나 성관계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한 생존자는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무성애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계속 나 자신을 비난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 잘못이 아닌 것도 알고, 생각도 달라졌어요. 지금은 섹스나 성관계가 역겨워요…… 모든 성적인 관계를 끊었어요. 그게 내가 개인적으로 선택한 해결책이에요.”라고 말했다. [132]
이러한 반응은 여성들이 연애, 성관계, 결혼, 출산을 모두 거부하는 ‘4B 운동’을 촉발시킬 정도로 대세가 되었다. [133] 4B에 동조하는 한 생존자(21세)는 “이 나라에서는 남자가 아니면 자신의 성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남자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기로 선택했어요. 남자를 만나지도 않고, 결혼하지도 않고, 남자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이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200명 정도 있어서 가끔 모임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非)연애 운동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남자들에 의해 살해되고 폭행 당하는 여성의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생각하면 “나는 더 끔찍한 상황에 처하지 않고 일찌감치 남자들의 실체를 알게 되어서 운이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134]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정부가 포괄적인 대책을 발표하고 사이버범죄대책반을 만들었어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준비가 안되어 있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대표
한국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이들 중 일부, 특히 생존자 지원센터의 수립과 같은 조치는 다른 나라들에 긍정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135] 그러나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고, 생존자들은 여전히 효과적인 구제책을 부인 당하며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전직 정부 관료는 “정부가 행동계획을 수립하는데 좀 느리게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이 관료는 정부가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촬영물이 언제든지 다시 올라올 수 있고 보다 포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촬영물 삭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136]
한 활동가는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정책이 40-60대의 남자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면서 “그 사람들은 이 문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네티즌으로서의 경험도 없습니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이공계 분야의 여성들이 참여하고, 여성들이 정책 수립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137]
관련 법률
“인터넷 공동체 또는 인터넷 사회는 일종의 공적인 공간으로써, 어느 정도의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합니다.”
– 전직 정부 관료[138]
한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몇 차례 법률을 개정했으나, 여전히 중요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정부는 2018년과 2020년에 성폭력처벌법(2010년 제정)을 개정하여 불법 촬영과 유포를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해당 법률 하에서 규정된 범죄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시켰다. [139] n번방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이루어진 2020년도의 개정 법률에서는 형량이 강화되고, 무단 촬영물을 소지, 구매, 저장 또는 시청하는 행위나 촬영물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협박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다.
촬영물을 이용한 인권침해가 범죄화되는 범위
휴먼라이츠워치가 인터뷰한 많은 전문가들은 법에 규정된 범죄의 범위와 관련하여 아직까지 남아 있는 문제들을 지적했다. 정부기관의 한 전문가는 “범죄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만들어냅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신종 범죄이고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데 법률은 예방이나 처벌 면에서 다소 느린 감이 있습니다. A라는 범죄에 대해 법률을 만들면 범죄자들은 B라는 범죄를 고안해내는 것이죠…… 우리는 언제나 한 발 늦을 것이지만 계속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140]
한 전직 정부 관료는 웹사이트에 연락해서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해당 사이트에서 삭제에 응할 지 응하지 않을 지는 사이트 운영자가 그 컨텐츠를 불법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형법 조항의 내용이 가해자의 처벌만이 아니라 생존자들이 실질적으로 컨텐츠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 관료는 “디지털 성범죄를 어떻게 범주화하는지, 어떻게 규정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 [그걸]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이 없는데 어떻게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이야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141]
현행 법률에 대해 전문가들이 제기한 가장 주된 우려사항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문구이다. 이 조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142] 이 기준은 노출이나 성적 컨텐츠가 아닌 경우 무단으로 -예를 들면, 집에 있는- 사람을 촬영하는 행위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성적 자극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가도 주관적인 기준이다.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단체는 “촬영물이 불법 또는 폭력적이지만 음란물로 간주되지 않거나 충분히 성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면 경찰은 수사를 거절할 수 있고 판사는 사건을 기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143]
장다혜는 “피해자들은 자신이 입은 피해가 법적 처벌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성적이지 않다’는 말을 듣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디지털 성범죄를 음란성의 문제와 분리시키고 사생활 침해 방지에 관한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면서 “정책과 법률에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를 음란물과 음란성의 정도로 규정하는 한, 정책은 결코 그 피해에 대응하지 못할 것입니다…… 먼저 여성의 권리라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144]
전문가들은 상대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성행위 도중을 포함하여) 녹음을 하거나 닮은 모습을 이용하는 경우는 법률에서 범죄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검토한 사례들에서 일부 가해자들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피해자와 닮았지만 실제 피해자는 아닌 촬영물을 올리는 등 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듯 보였다. [145]
전문가들은 또 사진 한 장을 아는 사람 몇 명과 공유한 사람과 다수의 촬영물을 올려 돈을 벌고 대량 유포한 사람을 다르게 처우하는 등 법률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보았다. 또 생존자가 촬영에 동의했고 해당 촬영물을 상대방이 소유하고 있더라도 생존자가 동의를 취소하고 상대방에게 촬영물을 삭제하고 돌려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등, 동의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사상 구제책의 부재
민사상 구제책이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을 지원할 수 있고 또 지원해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민사상 구제는 또한 가해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부과함으로써 디지털 성범죄를 차단할 수 있다. 한 생존자는 “우리는 그들이 불법 촬영물을 공유해서 번 돈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46]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은 실직, 이사, 촬영물 삭제나 몰래카메라 탐지 의뢰 비용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직면하기도 한다. 재판에서 가해자에게 벌금형이 내려질 수도 있지만, 벌금형이 집행되더라도 그 돈이 피해자에게 가지는 않는다.
민사 구제는 중요한 보완책이 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디지털 성범죄의 형사상 처벌에 대한 대체제로 이용될 수 있다. 효과적인 민사구제제도와 생존자들이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도록 도와주는 지원시스템을 통해 생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생존자는 가해자나 불법 촬영물 소지자들에게 해당 촬영물의 유포를 중단하고 삭제하도록 하는 법정 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 또 가해자가 개인적으로 그리고 금전적으로 촬영물 삭제 서비스 등을 이용하여 책임지고 그러한 촬영물을 삭제할 것을 명령하도록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다. 정신적 피해,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촬영물 삭제 또는 몰래카메라 탐지 의뢰 비용, 보안 관련 비용, 이사 비용 등에 대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생존자는 또 불법 촬영물 삭제를 거부한 인터넷 플랫폼에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러한 구제제도가 없으며 생존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형사상 처벌 대상인 행위를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대체로 형사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민사소송을 미룬다. 이는 생존자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금지명령구제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형사소송이 끝날 무렵이 되면 생존자들은 대체로 너무 지치고 트라우마에 시달린 상태가 되며 때로는 수년에 걸쳐 여러 번의 항소를 거친 후여서 형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민사 법정에서 새롭게 소송을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형사소송이 취하되거나 피고가 석방되면 변호사는 대체로 해당 사건이 민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147] 생존자들은 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서류에 자신의 실명과 주소를 기입해야 하고 그 서류가 가해자(피고)측에 전달된다는 사실때문에 민사소송을 꺼려하기도 한다.[148]
인터넷 검열
한국 정부는 음란물 차단 활동 등을 포함하여 인터넷 상에 검열과 인권 장벽을 설치하고 있다. [149] 일례로, 여성들이 낙태에 관한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정보를 차단하고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대안적인 음란물 웹사이트를 차단시켰다.[150] 일각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한 방편으로써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검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그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생존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책을 제공하지 않은 채 표현의 자유만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2020년에 발행한 「인터넷 상에서의 자유」(Freedom on the Net)에서 한국은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서 전세계 100개국 중 66위를 차지했다. 프리덤하우스는 한국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 보호 부재, 컨텐츠 제한, 형사상 명예훼손죄의 존재에 대해 우려하고, 한국이 “여성과 여아 및 아동에 대한 새로운 디지털 폭력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는 점을 비판받았다”고 지적했다. [151]
한국의 법률은 정보통신망에서의 유포를 금지하는 정보 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152] 이와 같이 금지된 정보에는 ‘음란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나 해당 법률 하에서는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153]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은 이 법률에 위반되는 정보를 거부, 정지 또는 제한하라는 명령을 받을 수 있다.[154] 표현의 자유 전문가들은 이 법률의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되어왔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부를 비방하는 발언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왔다고 비판한다.[155]
이러한 규제를 집행하는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다. [156]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전기통신 활동을 규제하고 기준을 수립하는 기관이다. 직원 수가 170여명에 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온라인 상의 컨텐츠를 검토하여 불법 정보를 찾아내고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157] 이 위원회는 주로 접수된 불만 신고에 대응하지만 자체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158] 2019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6명으로 구성된 팀을 조직하여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검색, 차단, 삭제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159] 이 팀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요청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정보를 검색한다. [160]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삭제 요청을 받은 사이트들은 법률의 문구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삭제 요청에 이의 제기를 해도 성공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요청에 순응한다고 말했다. [161] 불법 정보가 해외 웹사이트에 있는 경우에는 정부에서 해당 사이트를 차단한다. [162] 손변호사는 “정말 심각합니다. 해마다 평균 20,000개의 게시물과 사이트가 삭제되는데, 그 중 80%가 웹사이트이고 20%가 게시물입니다. 검열의 80%는 이러한 사이트를 차단하라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명령을 내리고 차단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163]
전문가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한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분명하다고 우려한다. 진보넷의 오병일 대표는 “우리는 지난 20년간 정부의 검열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정보 규제와 관련한 주된 문제는 한 기관이 어떤 정보를 규제하고 금지할 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입니다.”라고 말했다. [164]
형사상 명예훼손죄
한국의 형법은 명예훼손을 형사상 범죄로 규정하는 포괄적인 조항을 두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실제 사실인 내용에 대해 발언하는 것도 범죄가 된다.[165] 표현의 자유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형법에서 명예훼손죄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166]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에게는 명예훼손으로 민사소송을 허용하는 법률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변호사는 촬영물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그것이 폭력 피해로 이어져 2차 트라우마로 고통받은 생존자들을 대신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167]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하여 온라인 컨텐츠 삭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회사의 CEO는 자사의 직원들이 명예훼손 조항을 이용해서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컨텐츠를 삭제하도록 설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168]
휴먼라이츠워치는 모든 형사상 명예훼손법에 반대한다. 그러한 법률은 명예 보호와 관련하여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대응수단이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형사상 명예훼손법은 또 생존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생존자들이 사법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다수의 생존자들은 경찰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상 절차를 진행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휴먼라이츠워치에 증언했다. |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형사사법제도의 대응
“때로는 범죄 자체보다 경찰의 대응방식때문에 더 상처를 받는다.”
– 설문 응답자[169]
한국의 사법제도는 디지털 성범죄를 효과적으로 또는 인간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2018년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기소율이 낮고 처벌이 미약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170] n번방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2020년에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에 사과하고 보다 강력한 대응을 약속했다. [171]
한 생존자 지원단체는 자신들이 지원하는 생존자의 63%가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해자 처벌이 매우 미약한 것을 알기 때문에 생존자들이 그 정도의 결과를 얻으려고 소송과정에서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경찰이 수사를 거부하거나 생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활동가는 “피해자들은 너무 어려워서 수사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것이 피해자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172]
법적 대응을 하는 생존자들은 그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대부분이 남성인- 경찰이 이 범죄의 심각성과 영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지은은 “신체 접촉이 없다는 이유로 카메라[로 자행한 범죄]를 가볍게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는 고려하지 않는 거죠.”라면서 “시위를 통해서 여성들은 이것이 집단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는데,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직도 이해를 못합니다.”라고 했다.[173]
생존자들로 하여금 법적 대응을 포기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는 일단 수사가 시작되면 경찰이 생존자의 주소지로 사건 현황에 관한 정보를 담은 우편물을 보내는데 그러면 생존자의 동거인들에게 사건이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활동가는 “생존자들은 그렇게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174]
법률자문 및 피해자 지원을 하는 활동가는 법적 절차가 느리게 진행되는 것도 생존자들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사건이 1년만에 해결되면 빠른 것”이라면서 생존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데 “사건이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삶으로 복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175]
사법관계자들 자체가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도 사법제도에 대한 생존자들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사건을 신고하지 않은 한 생존자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남자 검사, 남자 판사, 남자 경찰, 남자 교사들이 모두 [디지털 성범죄로] 붙잡혔다”면서 “[사법관계자들이] 몰래카메라를 이용하다가 붙잡힌 사건들이 여러 건 있습니다. 단기간에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176] 또 다른 생존자는 한 판사가 출근길에 여성들을 촬영하다가 붙잡혔으나 계속 판사직을 유지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177]
생존자인 임예지는 경찰로부터 자신의 사건에 대한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에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몰래카메라로 여성들을 촬영하다가 붙잡혔다는 뉴스를 접했다고 말했다. 임예지는 “그러니까 아무도 믿을 수가 없는 거에요. 내 친구들도 ‘경찰이 몰카를 하다가 붙잡히는데 네가 누구를 믿겠냐’고 해요.”라고 말했다. [178]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수위
“가해자가 500만원도 안되는 벌금형을 받을 건데 그래도 [기소를] 하실 건가요?”
– 한 검사가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에게 한 말[179]
형사상 대응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가해자가 받는 처벌이 생존자가 겪는 피해 수준에 상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와 생존자들은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대부분의 가해자에게 선고되는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생존자들이 신고를 포기하게 만들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에도 이 범죄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인 사진∙영상물을 촬영하는 행위와 무단으로 유포하는 행위 모두 성폭력처벌법 하에서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 이 두 행위는 모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180]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목적으로 대상자의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허위로 제작하거나 그러한 허위 영상물 등을 유포하는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181]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 또는 유포된 성적 영상물을 소지, 구입, 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82] 성폭력처벌법 하에서 디지털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또한 신상정보를 경찰에 제공해야 하며, 그러한 정보는 대중에 공개된다.[183]
그러나 판사들은 상담이나 사회봉사 명령을 추가하여 소액의 벌금형만으로 유죄가 확정된 가해자들을 풀어줄 수 있고 또한 대부분 그렇게 한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신고가 접수된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체포되고 일단 체포되면 대체로 검찰로 이관된다. [184] 그러나 이러한 사건 중 다수에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검찰은 성범죄 사건의 46.8%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데, 이는 살인 사건의 27.7% 및 강도 사건의 19%와 비교되는 수치이다. 카메라를 이용한 성폭력, 무단 촬영물의 유포,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물의 제작 및 유포로 한정시킨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경우 검찰의 불기소 처분율은 43.5%에 달했다.
사건이 재판까지 올라가면 대체로 유죄가 선고된다. 2020년의 경우 무단으로 성적 영상물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사건 1,849건 중 12건만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185] 그러나 그렇게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형량은 비교적 가볍다. 2020년도 자료에 의하면 성적 영상물을 무단 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1,849명 중 거의 대부분이 유죄를 확정받았으나 그 중 79%가 집행유예나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벌금형을 받았다. 53%는 집행유예만 받고 풀려났다. [186]
성적 영상물의 무단 촬영 및 유포죄로 징역형을 받은 비율은 더욱 낮았다. 이 죄목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건 총 338건 중 303건에 대해 유죄가 확정되었다. 이 중 82%가 집행유예나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벌금형을 받았는데, 그 중 가장 흔한 것(유죄가 확정된 가해자의 53%)이 벌금형이었다. [187]
생존자들이 고소 취하 압력을 받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낮은 형량이 선고되는 경우를 모두 감안하면 이러한 사건의 가해자가 중대한 처벌을 받을 확률은 낮다. 2017년에 체포된 가해자 5,437명 중 단 2%(119명) 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188] 휴먼라이츠워치가 인터뷰한 한 수사관은 “가해자를 신고해도 처벌받을 가능성은 10%도 안됩니다. 처벌 가능성이 이렇게 낮고 신고할 경우 경찰로부터 또 다른 인권침해를 받을 것을 아니까 디지털 성범죄 신고율이 아주 낮죠.”라고 말했다. [189]
2020년 12월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형량을 결정할 때 판사들이 고려해야 하는 기준을 수립한 새로운 양형 기준을 채택했다.[190] 한국에서는 양형 기준제로 인해 (1) 보다 높은 선고 형량이 증가하고 (2) 관할 법원 간 양형 편차가 감소하고 (3) 집행유예 비율이 감소하고 (4) 형량 선고시 양형 인자를 더 많이 고려한다는 증거가 있다.[191] 그러나 양형 기준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경우 판사가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내리는 것을 막지 못하며,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 선고 근거를 제시하여 양형 기준에서 벗어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형량이 낮으면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이 발각되고 경찰에 쉽게 추적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범죄 행동을 계속 해도 된다고 느낄 수 있다. 전 남자친구로부터 피해를 당한 한 생존자는 “처벌이 그렇게 가볍다는 걸 누구나 알기 때문에 자신을 컨트롤할 필요가 없는 거에요. 가로막는 게 없으니까. [내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는] 책임을 묻는 사람이 없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그걸 즐겼어요.” 라고 말했다.[192]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낮은 형량은 한국에서 젠더폭력에 대한 형량이 낮고 관련 법률에 맹점이 있다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2018년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5년에 한국에서 보호 명령이 포함된 사건의 약 43%가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고 보호 명령을 위반하더라도 벌금형만 선고받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위원회는 한국의 강간 관련 법률이 단순히 동의의 부재가 아닌 ‘폭력 또는 위협 방식’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고 혼인강간이 성문법이 아닌 판례법에 의해 범죄로 규정된 것을 비판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에게 부착되는 사회적 낙인과 제도적 편견”에 우려를 표명했다.[193] 강간의 경우 최소 형량은 3년이며, 판사들은 가해자의 음주 상태 등을 감형 요소로 고려한다.[194] 한국에서 혼인 강간에 대한 유죄 판결은 2013년에 처음 나왔다.[195]
몇몇 생존자들은 강간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언급하면서 강간이 그렇게 무시되는데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하게 간주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 전화 송란희 공동대표는 “사이버범죄,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 범죄에 대해 가해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런데 아무 것도 정당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196]
많은 생존자들은 자신이 입은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가해자들은 최소한도의 처벌만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 및 형사사법제도 내에서 여성의 부재 문제
“경찰 등 여성들이 연락해야 하는 조직들이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그런 곳에 가기가 어렵죠. 설령 간다고 해도 ‘왜 그랬느냐?’고 비판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도들이 더 페미니스트적이 되어서 여성들이 더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합니다.”
– 디지털 성폭력 관련 정부 대응에 참여했던 전문가[197]
한국의 사법 분야는 여성의 비율이 낮고, 이것은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이 법적 대응을 하는데 상당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여성 경찰의 수가 매우 낮은 점을 고려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그 수를 늘리겠다고 공약했으나 그렇게 해도 15%에 불과하다.[198] 한 설문 응답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신고했을 때 “여성 경찰을 원하면 3-7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199]
여성 경찰의 수가 그처럼 적은 한 가지 이유는 여성들이 경찰조직 내에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여성 수사관은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고립되고 혼자라는 느낌이 들며 승진에서 제외되는 것처럼 느낀다면서 “그래서 항상 화가 나고 정말 여기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200]
한국에서는 한 여성 검사가 대검찰청 내에서의 성폭력과 차별을 고발하면서 미투 운동이 가속화되었다.[201] 전체 판사 중 여성의 비율은 30%이지만 상급 판사로 올라가면 그 비율이 하급 법원에서는 20%, 고등법원에서는 4%로 급격히 떨어진다.[202]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은 법률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느낀 이유로 형사사법제도, 특히 경찰 내 여성 부족 문제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203] 한 생존자는 “경찰은 남성 중심적이고, 그들에게 감수성을 높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204] 2018년도 시위에서 여성들은 ‘경찰에 여성 인력을 충원하라’고 외쳤다.[205]
한 페미니스트 출판사의 대표는 “경찰과 수사기관은 이 범죄의 공모자”라고 말했다.
남성중심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여성혐오가 만연합니다……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많은 경찰이 이 범죄의 공범이기 때문에 구조적변화가 필요합니다. 수사과정의 개혁이 전부가 아니고, 이 나라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몸을 이용하는 문화가 너무도 뿌리 깊기 때문에 그 기관들이 여성으로 채워지지 않는 한 이런 문제를 다룰 역량이 없을 것입니다.[20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대다수가 여성이지만, 경찰 내의 성범죄 수사단과 사이버범죄 수사단은 대다수가 남성이다. 어떤 생존자들은 전체가 남성으로만 구성된 수사팀을 만나기도 했다.[207] 여성 경찰관을 요구하면 다른 경찰서로 연계되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부서로 연계되었다.[208]
성범죄 수사관들은 8명이 한 팀이 되고 팀당 여성 수사관 1명이 배정되는데, 여성 경찰의 수가 적어서 성범죄 사건마다 여성 수사관을 배정해야 한다는 요건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다.[209] 우리가 인터뷰한 여성 수사관은 “여성 수사관의 수가 너무 적어서 어느 부서든지 여성이 10%를 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210]
경찰
“경찰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합니다.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두려움과 공포감을 이해하지 못해요.”
– 최지은,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211]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생존자들은 부정적이고 때로는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법률자문 및 피해자 지원을 하는 활동가는 여성들이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경찰의 인권침해적인 행동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법에 대해 알아도 느리고 복잡한 절차때문에 주저한다”면서 “2차 트라우마의 문제가 있습니다. 수사관들이 피해자 앞에서 촬영물을 보고 ‘화면 속에 저 여자는 가슴에 혹이 있네요. 당신도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는데요.’라거나 ‘질 속에 다른 성기들이 들어간 적이 있나요?’처럼 성희롱에 해당하는 질문을 합니다.”라고 말했다.[212] 한 수사관도 경찰관들이 서로 불법 촬영물을 돌려보고 비웃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213]
경찰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거나, 형량이 아주 낮다거나, 외국 플랫폼이 관여된 경우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생존자에게 사건 접수를 하지 말라고 권유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임예지는 관할 경찰서의 사이버범죄 수사단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에 너무도 화가 나서 수사단 단장에게 “내가 이걸로 신체적 손상을 입어야만 조치를 할거냐?”고 물었다가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214]
어떻게 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도록 만든 경우에도 생존자들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거절당하기를 반복했으며, 그러는 사이에도 폭력이 지속되어 트라우마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사는 오래 걸리고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몇몇 생존자들은 경찰의 인권침해적인 태도에 대해 증언했다. 임예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신고했을 때 수사관 중 한 명이 남자 수사관들만 가득 있는 곳에서 그녀가 성매매를 한다고 암시하는 문구를 소리내어 다섯 번 읽었다고 말했다.[215] 심문도 프라이버시가 거의 존중되지 않는 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을 상대하는 한 전문가는 “피해자의 프라이버시가 더 잘 존중되도록 심문실을 만들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216]
동네 경찰서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너무 복잡해서 직접 다룰 수 없다며 구단위 경찰서로 이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217] 그렇게 되면 수사력이 더 높아질 수는 있으나 인터넷에서 촬영물 삭제가 지체되는 것을 포함해 수사과정이 지연될 수 있고,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재차 진술해야 해서 트라우마가 증폭될 수 있다.[218]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는 한 기자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해결하기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해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해당 수사관의 업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맡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경찰관들이 ‘이미 해결된’ 사건이 아니면 맡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그것때문이라는 것이다.[219]
경찰은 피해자에게 직접 자신의 피해 촬영물에 대한 증거를 찾아오라고 하며 이것을 수사의 전제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생존자들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진행하려면 더 강력한 증거를 가져오라는 말을 들었다.[220] 이러한 관행이 매우 흔하기 때문에 한 상담원은 내담자들에게 검증 가능한 날짜와 시간이 찍힌 정보를 저장하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221]
촬영에 동의한 피해자들은 특히 범죄의 증거를 제공하라는 압박을 받는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인터뷰한 한 변호사는 “부담이 피해자에게 있습니다. 자신이 유포된 촬영물에 동의했는지, 피고가 그것을 유포했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피고는 해킹당했다거나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죠. 피해자는 피고에게서 받은 이메일 등 확실한 증거가 필요합니다.”라고 했다.[222]
촬영물을 검색하고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는 일은 많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를 악화시킨다. 그러한 촬영물을 계속해서 보고 많은 시간을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면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은 자신의 촬영물을 검색하는 동안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의 불법 촬영물과 여성폭력 촬영물 등 여러 충격적인 것들을 보게 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생존자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증거를 없앨 수 있다는 점이다. 몇몇 생존자들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송되었거나 가해자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촬영물을 처음 봤을 때 무조건 삭제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생존자들은 인터넷 플랫폼에서 성공적으로 촬영물을 지웠는데 이후 경찰에게서 형사상 기소에 필요한 증거를 파괴했다는 말을 들었다.[223] 이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 사이에서 이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경찰이 플랫폼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의 지원과 관련하여 생존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또 한 가지 문제는 경찰이 사건 진행상황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018년에 정부는 각 구단위 경찰서에 사이버/성범죄를 전담하는 수사팀과 중앙에서 이 팀들을 지원하는 별도의 팀을 수립했다.[224] 그 전까지 이러한 사건은 성범죄 전문 수사관이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는 사이버범죄수사단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했는데, 생존자들이 젠더범죄 또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알지만 기술은 모르는 수사관과 성범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민감하지 않은 사이버 전문가 사이에서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225]
그러나 새로 설립된 수사팀이 만능해결사는 아니다. 이 수사팀도 대부분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전문가에 의하면 젠더 감수성 훈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226] 법률자문 및 피해자 지원을 하는 활동가는 이 수사팀이 성범죄에 대해 민감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필요한 전문성이 없는 단순한 사이버범죄 수사팀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생존자의 관점에서 보면 “사이버팀에 가는 것이 맞지만 그 사람들은 젠더 감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227] 중앙수사팀 역시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는데, 생존자들이 대체로 지역 경찰서에 먼저 연락을 하고 그곳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사건을 더 진행할 의지가 꺾이기 때문이다.[228]
검찰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은 검찰에서도 피해 사실을 의심 받거나, 성차별적인 태도를 경험하고, 사건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받지 못하는 등 비슷한 경험을 한다. 참여연대 이지은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이 법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가 한국에서 검찰의 영향력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보았다.[229] 이지은 변호사는 “성범죄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검사가 어떤 사건을 기소할지, 어떤 영역이 중요한지를 결정하는데 성폭력은 중요한 영역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검사가 대부분 남자라는 점도 강조했다.[230] 2020년 9월 현재, 검사 중 여성은 32%이다.[231]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는 검사가 판사처럼 행동하고 사건 진행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232] 한국의 검사들은 권력이 막강하며, 혐의자를 기소하고 수사의 개시 및 진행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233] 이 변호사는 “검사가 피해자를 믿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서 (나는) 사건이 진행되도록 피해자가 검사를 설득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사를 설득하려면 생존자가 거짓말 탐지기에 응하고, 관련 판례가 되는 유사한 사건을 검사에게 알려주고, 생존자의 증언을 정리하고 증거를 수집·정리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234]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9년도의 자료에 의하면 검찰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상당수(43.5%)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가 검찰 내의 전문 부서에서 다루어지는데, 일부 검사는 해당 부서에 특별히 자원하여 이러한 사건을 다루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만 다른 검사들은 업무상 배정된 것이기 때문에 열의가 없고 마지못해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235]
또 법률자문 및 피해자 지원을 하는 활동가는 남성 검찰수사관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사무실에서 대형화면에 증거로 제출된 불법촬영물을 트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여성 검찰수사관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이 갖고 있는 증거를 다른 검찰수사관들에게 자랑하려는 것”이며 “자리에 둘러 앉아서 촬영물에 대해 농담을 하고 내용-또는 피해자-에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내 친구는 자신이 피해자라면 증거물을 경찰이나 검사에게 넘겨주기가 정말 겁났을 것”이라면서 남성 검찰수사관이 그러한 촬영물을 유출할 가능성을 걱정했다고 했다.[236]
또 검사가 생존자에게 재판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존자는 혼자서 진행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고전해야 하고 그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임예지는 자신의 사건을 진행시키도록 오랫동안 경찰을 설득해야 했다. 마침내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이관했으나, 그 후 넉 달이 지나서야 검찰청으로부터 웹사이트에서 사건을 확인하라는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검찰청 웹사이트에서 임예지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의심되는 사람이 있고 그 내용을 경찰에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건이 불기소 처분되었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임예지는 휴먼라이츠워치와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흉내내어 디지털 성범죄를 자행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237]
생존자들은 자신의 사건과 관련한 재판 날짜를 알아보는 데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한 생존자는 재판일이 지나고 나서야 재판 날짜를 알게 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238]
고소를 취하하라는 압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는 사이일 때 디지털 성범죄의 생존자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거나 고소를 취하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경찰과 검사, 판사들은 생존자가 동의한다면 기꺼이 기소를 피하려는 듯한 경우가 많다. 가해자 측의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사건을 취하하거나 합의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한 생존자는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 도중에 가해자의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합의하라는 압력을 받았다.[239]
백수연은 십여 명의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대학 동급생에 의해 무단 촬영을 당했다. 그가 체포된 후에 그의 아버지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간청했다. 백수연은 “그 아버지가 나한테 와서 그냥 사과하더라고요. 그래서 합의문에 사인해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바보짓을 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합의문에 서명한 후에 그의 아버지가 계속 돈을 주려고 했지만 안받았다고 말했다.[240]
법원과 판사
휴먼라이츠워치와 인터뷰한 생존자와 다른 사람들은 판사들이 생존자가 받은 고통보다 선처를 호소하는 피고에게 더 동정적인 듯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을 대변하는 한 변호사는 “가해자가 불법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그것을 강력히 부인하면 그냥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도 있다”면서 “초범이고 학생이거나 직업이 있으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241]
무단으로 자신과 다른 여성들의 사진을 촬영한 전 남자친구를 처벌하기 위해 1년 반동안 싸운 한 생존자는 “[내] 전 남자친구는 법정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주 최소한의 처벌만 받았습니다. [범죄로 기소된 것이] 처음이었고 미래가 유망하다는 이유로요.” 라고 말했다. 그는 유죄 판결 후 3백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생존자는 “그것때문에 최소 형량을 받았어요…… 가해자들은, 특히 그 아이처럼 부자이면, 벌금형은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라고 했다.”[242]
디지털 성범죄를 취재하는 한 기자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낮은 형량이 선고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판사들입니다. 이게 정말 문제라는 사실을 믿지 않거든요.”라고 말했다. “남자들한테 이것이 용서 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요. ‘불평하는 여자들이 문제다’라는 메시지를 줍니다.”[243]
생존자들은 또 판사들의 성차별적인 태도에 직면한다. 한 수사관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일 때는 가해자를 찾아서 체포하기가 대체로 쉽지만 유죄 판결을 얻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처녀가 아니면 판사들은 그 여성을 순수하지 않다고 보고 피해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커플인 경우에는 여성을 피해자로 보지 않아요. ‘너도 좋아서 한 거 아니냐’라는 거죠. 디지털 성범죄는 어렵습니다…… 체포하는 것보다 기소하는 것이 더 어렵고, [판사로부터] 정당한 판결을 얻어내는 것은 더욱 어렵죠…… 재범들만 감옥에 갑니다. 문제는 법률만이 아니라 판사들에게도 있습니다.”[244]
정부의 한 전문가는 판사들이 여성들이 받은 피해를 무시한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판사들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더 포괄적인 처벌 범위를 적용하고, 피해자들에게 끼친 영향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사들과 검사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요.”라고 했다.[245]
재판 과정은 생존자들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인 경우가 많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어떻게 참여하고 어떻게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지를 생존자가 이해하도록 법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거의 또는 전혀 없다. 몇몇 피해자들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을 쓰도록 허락받았지만, 가해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재판에 참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246] 또 다른 우려는 재판 기록으로 인해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연락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 생존자는 판결로 인해 (자신을 스토킹했던) 가해자에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될 것이 두려워 재판이 끝날 때까지 새 주소로 전입 신고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247]
최지은은 가해자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성교육 수강 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판사가 남자였는데, 최종 판결문에서 [피고가] 직업이 있고, 최근에 결혼을 했고,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가 아주 어려웠다, 그래서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말했습니다.”라고 했다. 이 판사는 또 동영상이 흐릿하고 가해자가 해당 영상을 유포했다는 증거를 경찰이 찾지 못했다는 점도 양형 참작의 사유가 되었다고 말했다. 최지은은 경찰이 너무 느리게 행동해서 가해자에게 유포 등의 증거를 없앨 시간을 제공했다고 생각했다.
형사소송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재판부에 서면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는데, 사건이 재판까지 올라간 생존자들은 그러한 진정서를 작성한 경험에 대해 증언했다.[248] 최지은은 “2페이지를 썼고 너무 무서웠다고 썼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집에 있어도 불안했고 가해자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들을 보면 겁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지은은 “판사의 결정문에서 내가 한 말은 한 줄로 요약되었더라고요. 그 판결은 피고를 위한 것이었어요. ‘피고는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딱 한 문장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재판에서 최악이었던 것은 내게 발언권이 없었다는 거에요. 그런데 가해자는 자기가 죄를 짓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건데도 자기 상황을 이야기를 하고 설명을 했어요.”[249]
이예린은 생존자들이 법정에 출석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가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법제도가 피해자가 아닌 피고에게 맞춰져 있어요. 물론 피해자도 판결이 나올 때 재판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진짜 올거냐?’ 그런 거죠. 그게 제가 법정에서 느낀 거였어요. 그 사람들은 성범죄 피해자는 가해자와 대면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하니까요. 그게 피해자에게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는 달랐어요. 나는 [피해자가 법정에 없으니까] 가해자가 낮은 형량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나는 피해자들이 법정에 출석할 권리가 있고 출석할지 안할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기를 바래요. 그리고 법정에서 어떤 일이 진행될 것인지를 피해자에게 알려주기를 바랍니다. 안그러면 피해자들은 또 피해자가 될 거에요.
이예린의 사건에서 가해자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후 항소했다. 이예린은 가해자가 징역형을 받은 데는 자신이 법정에 출석한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하고, 비록 그것으로 인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1차 항소심에도 그리고 2차 항소를 한다면 2차 항소심에도 꼭 출석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린은 피해자에게 발언할 기회를 달라는 변호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판사에게 직접 발언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예린의 발언을 들은 판사는 사건을 취하하라고 말했다. “판사는 ‘합의를 하지 그러냐? 재판이 계속 진행되면 너한테 좋을 것이 없다’라고 했어요. 어떻게 판사가 감히 피해자에게 합의를 하라고 말할 수 있나요? 도대체 판사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요?”[250]
생존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 서비스
“지금쯤 죽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 법률 지원과 경찰 수사 지원, 촬영물 삭제 지원을 제공하는 NGO의 도움이 없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한 한 생존자의 답변[251]
디지털 성범죄의 생존자들은 시급히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 경찰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률 지원이 필수적이다. 몇몇 생존자들은 NGO의 지원 덕분에 경찰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52] 위기 상황에 처한 생존자들은 앞서 논의한 것처럼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 지원이 시급하다. 또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촬영물 삭제와 관련해서도 절실하게 도움을 필요로 한다.
법률 지원
법률 지원은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서비스이다. 사법제도가 이들에게 적대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변호사는 자신의 역할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검사가 피해자를 도와주지 않으려는 사건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53]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은 정부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와 다른 젠더폭력 피해자 지원단체들을 통해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254]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의 경우에는 건당 최대 5백만원의 지원금이 배정되어 있고, 사건의 복잡성에 따라 피해자의 변호사가 추가 지원금을 요청할 수 있다.[255]
법률자문 및 피해자 지원을 하는 활동가는 이 제도를 통해 배정된 변호사들이 전화로만 상담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이 제도를 통해 생존자들이 받는 지원 수준이 불균일하고, 많은 변호사들이 경험이 크게 부족하며, 어떤 경우에는 군복무에 대한 대체복무로 이 일을 하고, 아무도 과거에 유사한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 없으며, 변호사에게 지급되는 수임료가 너무 낮아 숙련된 변호사들은 꺼려한다고 말했다.[256]
촬영물의 삭제와 차단
“사이버범죄에서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그런 컨텐츠가 완전히 삭제되고 더 이상 올라오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편하게 살아가거나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257]
많은 생존자들에게 있어 최우선과제는 촬영물이 더 유포되기 전에 인터넷에서 삭제하는 것이다. 생존자 지원단체의 한 활동가는 “촬영물이 인터넷에 있으면 상담만으로는 충분한 도움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촬영물이 아직 거기 있으니까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영향을 받거든요.”라고 말했다.[258]
경찰은 때로 피해자들에게 증거 보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물을 삭제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정부가 촬영물과 기타 불법 정보의 삭제를 지원하지만, 많은 생존자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혼자서 이 일을 감당하려 애쓰고 있다.
가해자들에게 자신이 올린 자료를 삭제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삭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한 가지 중요한 개혁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은 형사소송에서 선고 형량의 한 부분으로써 그리고 민사상 판결을 통해 부과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2018년 4월에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를 출범시키면서 “상담, 삭제 지원, 수사 지원, 소송 지원, 후속 모니터링 등의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 이라고 발표했다.[259] 이 지원센터는 중요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로써 유사한 문제로 씨름하는 다른 국가들에도 모범이 될만하다. 이 센터의 서비스를 이용한 생존자들은 센터로부터 받은 서비스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했다.[260]
그러나 이 센터의 활동은 한계가 있다. 현재 서울에 하나의 사무소를 두고 있어 다른 지역의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261] 법률자문 및 피해자 지원을 하는 활동가 는 “서울과 지방 간에 큰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262] 센터는 또 직원 중 상당수가 임시직이어서 높은 이직율, 전문성 상실,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263] 생존자를 이 센터로 연계하는 한 지원단체는 이 센터가 하는 활동이 중요하지만 직원들에 대한 장기 계약과 안정적이고 충분한 예산 확보 등을 통해 직원의 전문성과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264]
한국 정부는 이 센터가 지원한 생존자의 수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한 전직 정부 관료는 이 센터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 높은 것을 보고 모두가 놀랐다고 말하면서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았다.[265]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는 전국적으로 센터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기 위해 그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 센터의 존재와 서비스 이용방법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 많은 생존자들은 아직도 이 센터에 대해 잘 모르는 듯 보였다. 한 생존자는 “나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친한 친구가 우연히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 전화한 덕분에 도움을 받게 되었거든요…… 나는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될지 몰라서 헤메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266]
한국의 NGO들은 정부 외에는 기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설립되기 전에는 일부 활동가들이 간혹 정부 기금을 받아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NGO를 설립했다. 그러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설립된 후 그러한 기금 중 일부가 이 센터에 배정되면서 다른 NGO들이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267]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중요한 자원이기는 하지만 지원기관이 여러 곳일 때 생존자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고, 또한 NGO들은 홍보를 강화하고, 서울 외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활동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물 유포를 막기 위해 생존자들이 민간 기업에 의뢰하고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
“사이버공간을 청소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 ‘디지털 작업’ 회사의 CEO[268]
실효성 있는 민사상 구제와 충분한 정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생존자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 촬영물 삭제 회사와 몰래카메라 탐지 및 제거 전문 회사 등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여 출현한 회사들에 도움을 요청한다.
현재 한국에는 인터넷 상에서 컨텐츠 삭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4-5곳 있다.[269] 이 중 한 회사의 CEO는 자사의 활동을 ‘온라인 평판 관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기업들로부터 부정적인 리뷰 삭제와 같은 의뢰도 받지만 업무의 60% 이상이 노출 또는 성적 컨텐츠 삭제라고 말했다. 연간 3,000여명의 고객 중 70%가 여성이고 65%가 십대 청소년이다. 이 회사는 해당 플랫폼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 또는 신고하겠다는 협박, 저작권이나 명예훼손 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해당 컨텐츠를 삭제하도록 설득한다. 서비스 비용은 월 2백만원이며, 컨텐츠 삭제에 3-6개월이 소요된다.[270]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생명줄이 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유료 서비스에 의존하는 생존자들은 다른 사람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271]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설립을 발표하면서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그동안 자신의 피해 영상물을 검색하여 해당 사이트에 직접 삭제 요청을 하거나 자비로 ‘디지털 장의사 업체’ 등에 의뢰해야 해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부담을 야기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삭제 지원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제공한다.[272]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하는 탓에 이윤을 얻는 또 다른 사업은 몰래카메라를 찾아내 제거해주는 것으로, 서울에만 약 5개의 회사가 있다.[273] 이 중 한 회사의 대표는 몰래카메라를 탐지하여 제거하는 대가로 아파트 당 50-100만원을 받는데, 매달 100-150명의 신규 고객으로부터 문의를 받는다고 말했다.[274] 또 다른 회사의 대표는 개인 고객의 80%가 여성이라고 말했다.[275]
포괄적인 성교육과 디지털 시민교육의 필요성
“한국의 성교육은 여자 아이들에게 남자와 단 둘이 있지 말라고 하는 수준이다.”
– 디지털 성범죄 전문가[276]
한국 정부는 법률 개혁,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의 설립, 몰래카메라 탐지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성들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사회적 태도를 바꾸는 것인데, 정부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하여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회적 태도를 바꾸는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은 성평등, 동의의 중요성, 건강한 관계 등을 포함하는 성교육과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은 연간 15시간의 성교육을 받는다.[277] 2015년 초에 교육부가 발표한 성교육 표준안은 그동안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다.[278] 특히 성소수자 문제의 배제,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금욕을 강조하는데 교육 내용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279], 유해한 성정형화를 지속시킨다는 점 등이 비판의 요지였다.[280] 표준안 발행 후 1년 여가 지난 뒤에 개정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이 표준안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281] 문제성 있는 표현의 한 예로써 2015년에 발행된 고등학교 성교육 지침서에는 “데이트에 많은 돈을 쓰는 남자의 입장에서는 상대 여성에게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원치 않는 데이트 강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쓰여 있다.[282]
유엔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에 대한 해석을 담당하는 기구인 유엔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는 2019년에 한국 정부가 성교육 표준안을 개정하고 “청소년 임신과 HIV/에이즈를 예방하고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 문제를 충분히 다루는데 특히 주목하여 연령별로 적합한 성교육을 제공하고,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서 차별적이고 성정형화가 반영된 표현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283]
포괄적인 성교육은 디지털 시민교육과 병행되어야 한다. 한 전직 정부 관료는 “법률만으로는 [디지털 성범죄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올바른 시민의식을 갖도록, 디지털 시민의식을 기르도록 교육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284]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18년에 청소년에 의한 사이버폭력을 척결하는 한 방법으로써 “사이버윤리교육과 사이버폭력의 방관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285]
국책연구소에서 일하는 윤덕경 연구원은 “우리는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부터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하는 것을 보면서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섹슈얼리티와 디지털 시민의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술을 바르게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부재합니다.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만 강조하고 바르게 이용하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거든요.”라고 말했다.[286]
정부는 디지털 시민의식을 포함하여 성교육 표준안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287] 2018년에는 이러한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모였다.[288] 정부와 협력하는 전문가들은 학령전 아동부터 교육을 시작하고 모든 학교에서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정부는 아직까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289] 한 전직 정부 관료는 “현 정부가 페미니스트 정부라고 주장하지만 성교육에서는 매우 보수적” 이라고 말했다.[290]
어린 나이부터 아이들에게 성교육과 디지털 시민교육을 제공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사법기관을 포함한 모든 사업장에서 성인들에게도 이러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공동대표는 “공교육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에게 성평등 교육이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291]
디지털 성범죄에서 민간부문이 하는 역할
민간부문은 디지털 성범죄에서 때로는 이윤을 취하고, 때로는 맞서 싸우고, 때로는 둘다에 관여하면서 상당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성범죄에서 유포와 금전적 이득이 포함될 때는 인터넷 플랫폼이 직접적으로 관여된다. 인터넷 플랫폼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불법 촬영물을 이용한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러한 촬영물들을 삭제하고, 차단하고, 다시 올라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빠르며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들은 또한 디지털 성범죄의 증거를 가지고 있으며, 경찰이 가해자를 찾는데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컨텐츠 규제와 다운로드 옵션을 통해 가해자들이 해당 플랫폼을 범죄에 이용하기 쉽게 또는 어렵게 하는 정책을 만든다.[292]
디지털 성범죄에 관여되는 회사는 여러 범주가 있다. 한국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형태는 UGC(user-generated content)를 호스팅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이들 플랫폼은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금지하는 정책을 갖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회사들을 상대할 때 어려운 점은 그러한 정책을 (설령 있더라도) 항상 이행하지는 않으며, 기소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의 소재지가 아닌 곳의 사법권과 언어에 대응해야 할 때는 정책과 집행 간의 간극이 더욱 넓어진다.
두 번째 범주는 불법 촬영물인 것을 알면서도 삭제를 거부하고 연락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도메인/이메일 주소를 바꾸는 사이트들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웹사이트에 있는 불법 촬영물에 링크를 거는 검색엔진이 있다. 검색엔진은 검색 결과에서 그러한 촬영물들을 삭제할 수 있으나 컨텐츠 자체를 삭제하거나 기소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는 없다.
이러한 기업들을 다루는 일은하나의 사법권을 넘어서는 국제적인 문제여서 복잡하다. 일례로, 북미 대륙에 있는 회사가 서울에 있는 경찰이 필요로 하는 증거를 갖고 있을 수 있다. 한 생존자 지원단체의 대표는 “우리는 국경없는 범죄와 싸우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많은 부분이 외국에 있어요.”라고 말했다.[293]
업로드, 다운로드, 삭제 관련 정책
생존자들과 생존자 지원기관들은 불법 촬영물의 삭제와 차단에서 플랫폼들의 도움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특히 해당 플랫폼이 외국에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한 생존자 지원단체의 대표는 “사이트가 외국에 있으면, 그 외국 사이트를 관할하는 법률에서 해당 컨텐츠가 불법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주 어렵고 또 많은 자원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294] 한 NGO의 변호사는 내담자를 대신해서 외국 회사에 삭제 요청을 해도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한국에 사무소가 있는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의하면, 소셜미디어 기업의 한국 사무소와 본부에서는 그러한 요청을 무시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 대해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이 센터도 외국 플랫폼으로부터 협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와서 상담을 할 때 그 웹사이트가 한국에 있으면 당연히 우리가 접근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인터넷은 국경이 없습니다.” 이 전문가는 촬영물이 외국 플랫폼에 있을 때는 해당 플랫폼에서 삭제 요청에 응답하지 않거나 삭제 또는 차단하겠다고 약속하고서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여러 번 요청을 하면 도메인명이나 이메일 주소를 바꿔서 연락을 차단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포함된 경우에는 대체로 신속하게 답변을 받지만,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직접 요청을 하고 해당 촬영물이 비동의로 촬영 및 유포된 것이라고 말을 해도 플랫폼에서는 동의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촬영에는 동의했으나 유포에는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플랫폼에서 이 둘을 혼합하여 동의에 의한 촬영물이기 때문에 자사의 지침 하에서 허용된다고 말한다.
이 전문가는 많은 국가에서 아동성착취물을 금지하기 때문에 아동의 성적 촬영물이 포함되었다고 하면 플랫폼이 훨씬 더 적극적인 반응하지만 “성인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에는 서버나 컨텐츠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아동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그들을 설득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국제적으로 일종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고, 디지털 시민의식을 세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해요. 이 문제에 대해서 국제법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295]
웹사이트에서는 때로 차단 요청을 하는 사람들에게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자료에 해시값(디지털 지문)을 할당하여 다시 게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해당 촬영물의 사본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페이스북(Facebook)은 2017년에 이 계획을 발표했다.[296] 물론 이것이 유해한 촬영물을 차단하는 합법적인 방법일 수 있으나, 또한 이미 트라우마와 신상 노출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무단으로 유포된 자신의 성적 촬영물을 다시 유포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인터넷 플랫폼들은 유포를 막기 위해 생존자들이 제공한 촬영물을 철저히 기밀로 유지하고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는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경찰과의 협력
생존자들과 한국 경찰이 직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외국에서 운영되거나 외국에 등록되어 있는 회사들을 상대할 때다.
성범죄를 담당하는 한 수사관은 외국의 플랫폼들로부터 협력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그런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가해자의] 개인정보를 내주지 않는다”면서 “영장을 발부하고 [이용자] ID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청하지만, 그쪽에서는 이 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거나 갖고 있지 않다고 답합니다. 대부분의 사이트가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수사관에 따르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모를 때는 가해자를 체포하는 경우가 10%도 안되는데, 외국 플랫폼에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297] 외국 회사에서 제시하는 요건을 경찰이 실행하고 있는지 또는 실행할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한 요건은 회사마다 다르며 법원 명령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한 변호사 역시 외국에 있는 플랫폼들로부터 협력을 얻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일부 생존자들의 경우 사건을 해결할 수 없었던 주된 이유가 그러한 플랫폼이 갖고 있는 증거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298]
적용 가능한 국제인권법
한국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하여 국제적 인권의무를 이행하기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많은 기업들 역시 이 부분에서 국제적 인권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젠더폭력 없는 삶을 누릴 권리
한국은 온라인과 가상공간을 포함하여 젠더폭력 없는 삶을 누릴 권리를 보호하고 그러한 권리를 충족시킬 국가적 의무를 명시한 여성차별철폐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등 핵심적인 국제인권조약의 당사국이다.[299] 이 협약과 기타 조약들에 의거하여 한국 정부는 개인과 기업에 의한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그러한 행위를 조사하여 처벌할 책임이 있다.[300] 여성들이 불균형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 문제와 관련하여 국가가 일관성 있게 그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이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처우에 해당하며, 여성들을 평등하게 법적으로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301]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이행을 감시하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국가가 젠더폭력을 예방하고 젠더폭력으로부터 여성과 여아를 보호하며, 효과적인 신고와 수사제도, 피해에 상응하는 형사상 처벌과 민사상 손해보상의 제공 등 그러한 폭력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책을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한 국가적 의무는 일반권고 제19호와 제35호에 명시되어 있다.[302] 일반권고 제35호는 구체적으로 “오늘날 인터넷과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 형태”를 언급한다.[303] 일반권고에서는 또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학교 교육과정에 성평등을 포함시키고, 포괄적인 성교육을 제공하고, 법률 지원[304], 성인지적인 재판 절차[305], 체계적으로 세분화된 자료 수집 [306] 등 사법제도에 대한 실질적 접근을 보장하는 등 국가가 취해야 할 단계들을 규정하고 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도 한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디지털 성범죄 등 온라인 젠더폭력의 증가를 주요한 우려사항으로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폭력적인 영상물을 삭제하지 않는 인터넷 플랫폼과 배포자에 금전적인 제재를 부과하는 등 예방적 조치를 강화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피해자의 요청 등에 따라 그러한 불법 컨텐츠를 삭제 및 차단하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또 교육부에 “차별적인 정형화를 [삭제하고], 연령에 적합하고 증거에 기반하며 과학적으로 정확한 방식으로 성 및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307] 한국 정부가 국가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일부 조치를 취하기는 했으나,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지적한 문제 중 다수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예방과 실효성 있는 민사상 구제와 관련해서는 거의 진전이 없으며,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처벌에서도 상당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한국 정부는 여성과 여아들이 젠더폭력 없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으로써 여성과 여아가 차별받지 않으면서 온전하게 인권을 향유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여성폭력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은 “여성의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성은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기본 인권을 향유하는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308] 유엔특별보고관은 또 다음과 같이 온라인 상에서의 영상물을 이용한 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를 강조했다.
사이버폭력 피해자의 성적 촬영물이 검색엔진에서 검색되어 피해자가 직장을 구하기 어렵거나, 설령 취업이 된다 하더라도 직장 동료들에게 그러한 영상물이 발각될까 두렵고 수치스러운 나머지구직 활동을 포기함으로써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309]
사생활에 대한 권리
온라인 젠더폭력 없는 삶을 누릴 권리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 사생활에 대한 권리이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은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개인의 사생활, 가족, 가정 또는 서신에 대한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없이살 권리라고 설명한다.[310]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에서는 오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사생활권 침해가 여성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국가가 사생활권 침해와 관련하여 예방 조치와 구제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311] 2019년에 사생활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피해자의 회복에서 삭제 지원이 매우 중요함을 역설했다.[312] 서울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센터의 서비스가 충분히 홍보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지역의 생존자들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사생활에 대한 권리는 또 법적 절차와도 관련이 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반권고 제33호에서 여성의 사생활과 안전,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법적 절차의 전체 또는 일부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증언과 증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한하고, 가명의 사용을 허용하고, 기타 여성의 신원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등 국가 당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313]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국제인권법 하에서 보호되는 표현의 자유권은 여러 측면에서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이 있다.[314] 표현의 자유 증진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과 여성폭력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온라인 젠더폭력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여성의 권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315] 국가는 무대응과 비실효성으로 인터넷이 여성들에게 적대적인 공간이 되도록 방치함으로써 여성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밀어내며, 그로 인해 온라인 상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디지털 공간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능력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를 고려하여 여성폭력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온라인 젠더폭력을 “척결하고 예방하는데 필요한 입법적 및 기타 조치를 통해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316]
이와 동시에, 표현을 제한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적법한 조치가 될 수도 있으나, 그러한 조치는 표현의 자유권에 부합하고 ‘필요와 비례의 원칙’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317] 인터넷 컨텐츠를 제한하는 한국 정부의 방식은 표현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의 책임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표현의 자유권에 관한 특별보고관 및 여성폭력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여성에 대한 온라인 폭력의 척결과 관련하여 인터넷 플랫폼을 비롯한 민간 기업을 필수적인 파트너로 지목했다. 기업은 생존자들에게 신속한 컨텐츠 삭제 등 투명하고 발빠른 대응과 효과적인 구제책을 제공할 국가적 의무를 이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318]
기업과 인권에 관한 유엔 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에서는 기업이 “직접 기여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사업관계를 통해 기업 운영이나 제품, 서비스와 직접 연결된 인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하거나 완화시킬”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다.[319]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이것은 온라인 공간이 여성들에게 적대적이 되지 않도록 인터넷 플랫폼들이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몇몇 플랫폼은 컨텐츠 삭제 요청에 협조적이었으나, 여전히 다수의 삭제 요청이 무시되거나 거부되고 있다. 이것은 사생활과 효과적인 구제책에 대한 생존자의 권리에 반하는 행위이다.
권고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
-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현행 양형과 구제의 적절성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한다. 이때 a) 현행 형사 및 민사상 법률의 적절성 b) 특히 형사상 처벌이 피해자가 받은 피해에 비례하고,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민사상 구제책이 제공되며 피해자들이 그것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가 등 현행 법률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적용되는 방식의 적절성 등의 사안에 관한 조사 결과와 권고를 공개하는 일정과 권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이 위원회에는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와 그 지원자들 그리고 표현의 자유 및 형사 피고인의 권리에 관한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 범죄 유형별 경찰에 신고된 사건 수, 검찰로 이관된 사건 수, 기소된 사건 수, 세부 형량 등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에 대해 성별 분리된 상세 자료를 이용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수집하고 공개한다.
- 디지털 성범죄의 만연과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의 포괄적인 국가행동계획을 개발하여 온전히 이행하고, 정부의 모든 유관기관에서 이 계획의 이행을 우선과제로 책정하도록 의무화한다.
- 촬영물 삭제 지원, 법률 지원, 심리사회적 지원 등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지원 서비스에 충분한 기금을 제공한다.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이 금지명령구제와 손해배상 등 민사상 구제제도를 이용하도록 돕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불법 컨텐츠 삭제와 관련하여 플랫폼들에 신속하고 분명하게 요청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간소한 절차가 마련되도록 법률 개정과 서비스 제공을 지원한다.
- 경찰 및 법조계, 정치적 대표성, 공적 생활, 민간부문에서 특히 고위직에서의 여성 참여를 높이고, 성별 임금격차를 철폐하고, 돌봄 노동에서 평등한 참여를 증진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을 최소화하고, 성차별적 태도를 종식시키기 위해 조속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성불평등 수준을 낮춘다.
국회에 대한 권고
다음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킨다.
- 아래 사항을 포함하여,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이 민사상 구제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민사상 구제에 대한접근성을 높인다.
- 비동의 성적 촬영물 소지자로 하여금 그러한 촬영물을 삭제하고 유포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금지명령구제
- 인터넷 플랫폼으로 하여금 특정한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삭제하고 영구 차단하도록 강제하는 금지명령구제
- 가해자로 하여금 디지털 성범죄에서 얻은 수익을 해당 범죄의 피해자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명령
- 생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민사소송을 허용하며, 범죄 행동의 위중성과 피해 정도에 비례하는 손해배상액 또는 손해배상액 결정 방법에 대한 지침을 규정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 인터넷 상의 촬영물 삭제나 몰래카메라 탐지 등 가해자의 행동으로 인해 생존자가 부담한 서비스 비용을 가해자가 지불하도록 명령하는 민사소송을 허용한다.
- 다음과 같은 법률을 통과시킨다.
o 일반에 공개되는 모든 최종 판결문을 포함하여 공적으로 제공되는 모든 재판 관련 문서에서 성범죄 피해자의 실명과 기타 피해자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비공개로 한다.
o 민사소송 시 원고의 개인정보(실명, 주소 등)가 피고에게 알려지지 않는 상태로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또한 원고가 변호인 배석 하에 재판 전 심리 또는 유사한 질의에 합리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o 법정에서 원고의 신원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기타 명령을 내리고 그러한 명령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도록 한다.
- 생존자들이 민사상 구제제도를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법률 서비스와 성인지적이고 숙련된 상담 서비스 등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이 포함되도록 범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프로그램을 확대시킨다.
-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장기계약제로 직원을 채용하고, 지역 사무소를 개소하여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생존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광범위한 홍보 활동을 수행하는 등 그 업무를 충분히 이행하도록 자원을 제공한다.
- 모든 학교와 사업장에서 포괄적이고 인권을 존중하는 성교육 및 디지털 시민교육을 의무화한다.
- 형법에서 형사상 명예훼손죄를 폐지한다.
- 가해자나 가해자의 대변인이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하도록 협박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강화한다.
- 음란물 금지에 따른 영향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여 현행 법률이 정부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지,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의 차이를 모호하게 하는 등 그로 인한 예기치 않은 결과는 무엇인지를 조사한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권고
- 생존자들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상태에서, 생존자의 성별과 나이, 피해 유형, 요청한 서비스, 제공한 서비스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지원한 내담자에 관한 상세 정보를 수집하여 공개한다.
-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을 지원하고 디지털 성범죄 예방 활동을 하는 NGO들을 지원한다.
- 젠더폭력 사건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범죄 피해자 지원 위기전화의 역량을 증진한다.
- 현행 성교육 지침을 수정하거나 교체하고, 포괄적인 성교육 및 디지털 시민교육을 제공하고,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을 위해 민사상 구제와 손해배상을 확대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개선하고, 경찰과 사법부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다른 정부 기관들이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한 개혁을 이행하도록 촉구한다.
- 언론사들이 언론 보도시 뿌리 깊은 성차별적 태도를 철폐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증진하도록 권장한다.
교육부에 대한 권고
- 여성가족부 및 보건복지부와 협력하여 다음과 같은 목표 하에 성교육 교과과정 및 제공방식을 개선한다.
- 성정형화를 없애고, 성교육 교과과정에 성소수자의 권리와 상황에 관한 정보를 포함시킨다.
- 성관계시 동의의 중요성, 성평등, 젠더폭력, 건강한 관계,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디지털 시민의식에 관한 교육을 포함시킨다.
- 모든 단위의 교육기관에서 인식 개선, 디지털 성범죄의 영향을 받은 개별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지원 제공, 기관 내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할 시 적절한 대응 등,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대응 정책을 개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지원한다.
경찰청, 대검찰청, 대법원에 대한 권고
- 범죄 생존자, 특히 젠더폭력 생존자들에게 정중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가능케 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그러한 정책을 위반하는 경우 책임을 묻는다.
- 최고위직을 포함하여 모든 직원을 상대로 디지털 성범죄 등 젠더폭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 부당 처우에 대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민원 시스템을 제공하고, 부적절하게 행동한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다.
- 각 기관에서 고위직을 포함한 모든 직무와 디지털 성범죄 담당부서에서 여성의 수를 늘린다.
- 여직원들이 희롱과 차별을 겪지 않도록 하고 그러한 인권침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효과적인 구제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한다.
- 신속하고 민감하게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명확한 증거 수집 절차와 보안이 철저한 기록보관시스템을 수립한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촬영물을 포함하여 모든 증거는 기밀을 유지하여 신중하게 다루며, 그러한 증거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만 접근을 허용한다. 이러한 절차를 위반한 직원은 책임을 묻는다.
경찰청 및 대검찰청에 대한 권고
- 모든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한다.
-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피해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경찰과 검사들을 교육시킨다.
- 여성들이 디지털 성범죄 관련 도움을 요청할 경우 디지털 성범죄에 전문성을 갖춘 여성 경찰관과 검사가 즉시 그러한 여성들의 연락 담당자가 될 수 있도록 한다.
- 디지털 성범죄에 배정된 모든 경찰과 검사가 자발적으로 해당 업무를 선택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경찰과 검찰이 민감한 방식으로 지정 연락자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 등 범죄 피해자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하여 향후 재판 일정 등 사건 진행상황과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절차상 옵션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 수사과정에서 생존자에 대한 요구를 최소화하고, 생존자들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주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도록 하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 수사 절차를 확립한다.
-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모든 피해자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필요시 추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대검찰청에 대한 권고
- 모든 검사가 편견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성차별 등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가하지 않도록 한다.
- 개인적인 이해가 영향을 받을 때는 피해자의 관점과 우려를 고려하며,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로서의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 업무상 또는 사법정의를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지하고 있는 증거물을 기밀로 유지한다.
- 재판에 출석하고 재판부에 대한 진술서를 준비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을 지원한다.
- 생존자들이 피고로부터 협박을 받지 않도록 하며, 또 피고와 마주치지 않고 법정에 출석할 수 있음을 알고 그러한 제도를 이용하도록 돕는 등 생존자를 위한 보호제도를 개선한다.
경찰청에 대한 권고
- 모든 경찰을 상대로 성인지 감수성과 재트라우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젠더폭력 신고자 등 민원인을 부당하게 처우하는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는다.
- 피해자나 증인과의 첫 대면시부터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 복잡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맡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접수를 거부하는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는다.
- 사건을 접수하고 심문 시 적절하게 행동할 의무 등 경찰이 민원인에게 정중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명확한 기준을 수립한다.
- 모든 경찰서에 범죄 신고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하고,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모든 상담이 이러한 공간에서 진행되도록 한다.
- 모든 피해자를 변호사에 연계하고 디지털 성범죄 및 성폭력의 정의 등 관련 절차를 설명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수사과정에서 지원을 제공한다.
대법원에 대한 권고
- 모든 직무에서 여성 판사의 수를 늘린다.
- 특히 피해자에 대한 영향을 이해하는 방법과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양형 지침을 적용하는 방법을 포함하여, 모든 판사를 상대로 성평등, 젠더감수성, 젠더폭력의 영향에 대한 교육을 제공한다.
소셜미디어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권고
-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관련하여 증거 보존 및 제공에 대한 모든 적법한 요청에 신속하게 응한다.
- 삭제 요청 접수 건수 및 관련 대응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이러한 정보에서는 비동의 성적 촬영물 유포와 관련한 사건의 수 및 요청자의 성별 등을 분류한다.
- 다음과 같은 단계를 통하여 비동의 성적 촬영물의 삭제 및 차단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위한 절차를 강화한다.
- 비동의 성적 촬영물의 게시를 금지한다.
- 이용자들이 한 번의 요청서에서 다수의 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 모든 삭제 요청에 대해 응답하고 결정 내용을 설명한다.
- 사람들이 결정에 대한 재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며, 재심은 초기 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나 패널이 맡도록 하고 삭제 요청자가 이들과 연락할 수 있게 한다.
- 삭제된 촬영물이 다시 올라오지 않도록 해당 촬영물을 차단한다.
- 이용 계약에 따라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게시한 이용자에 대해 조치를 취한다.
유엔 및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대한 권고
-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진행상황을 감시하고, 한국 정부가 위의 권고를 이행하도록 촉구하며 이행을 지원한다.
- 모든 유엔 회원국과 민간 부문이, 필요 시 한국의 우수관행을 본받아, 기술을 이용한 젠더폭력을 예방하고 종식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감사의 글
본 보고서는 헤더 바 여성권리 임시 공동디렉터가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작성하였습니다. 윤리나 아시아 지역 선임연구원이 연구에 기여하였고, 에리카 응유엔 여성권리 수석 코디네이터는 연구를 지원하고 본 보고서 중 일부 섹션의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편집은 톰 포티어스 부 프로그램 디렉터와 아만다 클래싱 여성권리 임시 공동디렉터가 맡았습니다. 전문가 검토에는 데보라 브라운 선임연구원 겸 기업과 인권 어드보키트, 한혜정 연구원 겸 아동권리와 테크놀로지 어드보키트, 주디 권 서울시 디렉터, 세이머 무스카티 장애인권 부디렉터, 존 라플링 미국 프로그램 선임연구원, 라이언 토레슨 성소수자권리 연구원, 윤리나가 참여했습니다. 마리아 맥파랜드 산체즈-모레노 수석 법률 자문관이 보고서의 법적인 부분을 검토하였습니다.
강해주와 이수경은 본 프로젝트에 컨설턴트로 참여하여 중요한 의견을 제공했습니다. 정진욱은 신속하고 우수한 번역을 제공했습니다. 주디 권과 노승경은 휴먼라이츠워치의 서울 사무소에서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수즈 버그스텐은 자료를 지원하고 제작 과정을 관리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본 보고서와 관련하여 공익법률연구를 지원하고 보고서를 검토해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이현정, 윤주호, 오명근, 정해인, 김재민, 김지운님께 감사드리며, 이러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신 재단법인 동천의 송시현님과 이탁곤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본 보고서와 관련하여 인터뷰에 응해주신 모든 분, 특히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 혼신을 다해 싸우는 한국의 생존자 지원단체와 활동가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직접 또는 설문지를 통해 본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분들의 정의 실현과 안전, 치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