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여성들은 일하는 삶의 모든 단계에서 구조적인 성차별에 직면하며, 이러한 성차별의 영향은 구조적 연령차별과 맞물려 더욱 악화된다.
-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취업 기회가 좁아지고 근로조건이 악화되는데, 이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고용 지원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 정부는 나이와 성별에 관한 유해한 고정관념에 대응하고, 정부의 고용 지원 프로그램에서 편견을 제거하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최소한 생활임금 수준의 연금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서울) – 휴먼라이츠워치는 오늘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여성들이 일하는 삶의 모든 단계에서 구조적인 성차별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성차별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여성들이 나이가 들수록 축적되며 구조적인 연령차별과 맞물려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친다.
92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나이도 많고, 여자라고: 일하는 대한민국 여성이 겪는 구조적 성차별과 연령차별 (Too Old and a Woman: Systemic Age and Gender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at Work in South Korea)>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채용 시 불공정한 처우, 가족 돌봄 책임으로 인한 경력단절, 가족에 대한 돌봄 책임으로 인한 경력단절, 제한된 승진 기회, 유리 천장, 성희롱으로 인해 한국 여성들이 일하는 삶의 모든 단계에서에게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록한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소수의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취업 기회가 좁아지고, 성별 임금 격차가 확대된다. 또한 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여성들은 심각한 성별 연금 격차에 직면한다.
휴먼라이츠워치 노인인권국의 브리짓 슬립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여성들은 평생 동안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짜인 시스템 속에서 일하며, 나이가 들수록 상황은 더욱 힘들어진다”면서 “정부는 여성의 직장 내 평등과 적정 수준의 연금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25년 2월부터 11월까지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28~87세의 여성 41명을 인터뷰했다. 또한 연구자, 학자, 노조 활동가 등 전문가 59인의 자문을 구하고, 정부 데이터를 분석하고, 국내법과 정부·연구기관·국제기구의 보고서를 검토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러한 조사를 통해 여성들이 나이가 들수록 취업 기회가 줄어들고 근로조건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양명주 씨(55세)는 20대에 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심사 업무를 맡았다. 자녀들을 키운 뒤 41세에 일터로 복귀했을 때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유급 병가도 없는 콜센터 시간제 계약직뿐이었다. 명주 씨는 “대기업에 다시 취직해보려고 했지만 그런 자리는 이미 젊은 사람들에게 돌아갔고 중년 여자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콜센터만 나이 제한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여성 재취업 지원 사업은 여성의 직종 분리를 심화시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지원 웹사이트인 ‘노동24’에서 미용, 돌봄, 교육, 관계 지원 등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일자리를 30~50대 여성들에게 알맞는 일자리로 홍보한다.
그리고 고령 구직자들에게는 이보다 더욱 제한된 범위의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홍보한다. 고용24에서 50세 이상 대상으로 분류된 일자리의 60퍼센트가 방문 요양 일자리였고, 90퍼센트가 보건, 돌봄 및 지원, 청소, 건물 경비 및 관리, 요식업 서비스 등 단 5개의 범주에 해당했다. 저임금 돌봄 노동, 건물 청소, 주방 보조, 조리사, 사회복지 일자리 지원자의 대다수가 고령 여성이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조사에 따르면, 나이 든 여성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는 신체 및 정신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고령 여성들은 성희롱, 부적절한 성적 행동,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특히 높다. 학교 급식 조리사, 청소원, 요양보호사 그리고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겪는 고강도의 육체 노동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성차별뿐 아니라, 고령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차별 등 연령차별에도 직면한다. 55세의 운송 노동자인 채은정 씨는 “회사에서는 아무도 나이 든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젊은 남직원들이 나이 든 여직원들을 ‘꿀아줌마’라고 부르는데 “아주 조롱 섞인 표현으로, 꿀을 빨아먹듯이 [나이 든] 여자들이 남자가 누려야 할 혜택을 가로챈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령연금에 관한 규정은 여성들의 연금 수령액을 낮추는 요인이다. 여성의 연금 수령액은 남성보다 평균 47% 낮다. 여성들은 노령연금 전액 수급 요건인 20년 이상 가입 요건을 채우지 못해 감액 연금을 수령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높다. ‘출산 크레딧’ 역시 여성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 혜택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했을 때 지급되고 통상적으로 부모 중 소득이 더 높은 쪽에 배정되기 때문에, 여성이 주 양육자 중 압도적 다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2025년 기준 출산 크레딧 수급자 중 여성은 3%에 불과했다.
40대 중반에 다시 일을 시작한 정경숙 씨(55세)는 65세가 되면 노령연금을 받을 것이지만, 수령액은 빈곤선인 월 120만 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녀는 “연금 수령액이 너무 적다. 월 50만~60만 원 정도 받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70세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성평등가족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에 본 보고서의 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이러한 조사 결과는 고용 및 연금 소득에서 지속되고 있는 성별과 연령에 따른 불평등을 보여주는 정부 데이터와도 일치한다.
한국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누구나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누리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는 연령과 성별에 관한 유해한 고정관념에 대응하고, 정부의 고용 지원 프로그램에서 성별 및 연령에 따른 편견을 제거하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최소한 생활임금 수준의 연금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슬립 선임연구원은 “직장 내 구조적 차별이 한국 여성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유해한 성별·연령 고정관념을 해체해, 젊은 여성이든 나이 든 여성이든 임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직종 분리는 심화되며 노후 소득마저 불충분한, 개선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시스템 속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