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름에게 학교는 너무도 견디기 힘든 곳이었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밝힌 뒤부터 성적 지향을 이유로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그러한 괴롭힘이 지속되면서 이보름은 우울증이 생겼고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보름은 학교를 중퇴했다.
이보름과 같은 학생들은 인생에서 성공할 기회를 얻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에서는 성소수자 학생들이 너무도 자주 그러한 기회를 부인당한다.
이번주 휴먼라이츠워치는 한국의 학교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조사하여 기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인터뷰한 성소수자 학생들은 특히 고등학교에서 겪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부 학생은 따돌림과 언어 희롱, 신체적 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했다. 학교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를 앓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에 대해 비밀을 보장받으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을 수 있고 지지적인 어른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학생들은 교과과정에서 성소수자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거나 또는 논쟁거리로 다루어지는 현실 때문에 더욱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트랜스젠더 학생들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학교의 복장 규정이나 시설 이용 규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 문제는 고도로 정치화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학생도 단순히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통받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거나 혼자라고 느끼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미래를 희생당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고통받고, 아우팅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과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 학생들은 많은 경우 학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학생들은 괴롭힘과 차별로 인해 우울감과 분노, 위축감을 느끼는 등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정부가 시급한 대응을 약속할 정도로 이미 높은 수준인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 학생들의 자살과 자해 위험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다.
성소수자 아동만이 아니라 일반 아동들도 유네스코(UNESCO) 지침에 따른 포괄적인 성교육을 제공받지 못할 경우 건강이 저해될 수 있다. 성교육은 인권에 기반하며, 과학적으로 정확하고, 나이와 발달 단계에 맞고, 어린 학생들이 건강한 선택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성소수자 학생들은 친구나 인터넷, 음란물에서 성 관련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는데, 그러한 정보원은 부정확하고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ited Nations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는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학교폭력에 대응하고, 학교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성교육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직 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한국의 학생들이 계속해서 고통받고 있다.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여론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필리핀은 여러 분야에서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반대하는 의견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볼 때 한국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아태 지역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선도국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 부처와 관계자들은 학교 관련 정책에서 성소수자 괴롭힘 문제에 대응하고, 성교육을 포함한 교과과정에 성소수자 문제를 포함시키고, 이들에게 비밀이 보장되는 도움과 지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일반 교사와 상담원을 교육시켜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고립감과 괴롭힘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어린 성소수자 학생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정부는 이들이 직면하는 괴롭힘과 차별에 대응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의 모든 학생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