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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첫 아시아 순방시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이유

Published in: The Diplomat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존재감이 줄어들어 논외가 되어가는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갇혀있는 듯하다. 언론의 접근이나 기타 공개적인 노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 지도자들 간의 대부분의 회의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하는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외교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어 틸러슨 장관의 트럼프 미 행정부 내 지위가 불확실해 보인다. 틸러슨 장관의 더 큰 목표나 권한의 정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2017년 2월 17일 독일 서부 본에 있는 월드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렸던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본회의와는 별도로 진행된 중국 외교부장(사진에 없음)과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로이터통신, 2017년

이번주 틸러슨 장관이 남한과 일본 및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그야말로 우리를 그나마 안심하게 한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의 임무는 여전히 미스터리한 베일에 가려져 있다. 흥미를 끄는 베일이 아니라 ‘월리를 찾아라’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것에 불과하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동북아시아 순방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언인지 명확하지 않으며 틸러슨 장관은 근래 미 국무장관들이 이어왔던 관행에서 뚜렷하게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미 국무장관이 움직일 때 언론이 동행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 워싱턴 기자단의 항의를 촉발하는 조치였다.             

이번 동북아시아 순방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고위급 인사의 방문이라는 측면에서 틸러슨 장관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호전적인 도발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리고 바로 지난주 한국 헌재가 극적으로 박근혜 한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한 후인 현 시점에 이번 순방에 나선다. 또한, 미 국무장관이 된 이래 처음으로 민주주의국가가 아닌 중국을 방문하게 된다. 틸러슨 장관은, 전 세계 1~3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및 일본 간의 외교 활동, 그것도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불량국을 다루는 모두가 주목하는 심각한 사안들을 외부와의 아무런 소통없이 이행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세계가 틸러슨 장관을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무장관 임명 승인을 받기 위한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북한 외 다른 정부들에 대해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자, 당시 틸러슨 국무장관 임명자는 인권 침해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지난 미 정부의 외교정책을 수용하겠다고 미 의원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틸러슨 장관은 이 약속을 지킬까?

현 미 정부의 난민과 이민자 관련 정책 때문에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되고 누가 봐도 국제법과 민주주의 규범에 대해 명백히 무관심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 볼 때 틸러슨 장관이 중국과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의 규모와 심각성을 고려하면 절대 묵과할 수 없다. 억압적인 일당 국가를 운영하는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언론과 시민사회를 광범위하게 단속해왔다. 한편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은 강제 노동 수용소 운영과 공개 처형으로 주민들을 늘 공포 상태에 가두어 둔다.    

틸러슨 장관은 솔직함으로 이러한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룰 수 있다. 그러면 인권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적대적인 태도나 인권 문제에 대한 일관성 결여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완화할 수 있다. 전 미국 행정부에서도 그랬듯이 틸러슨 장관은 현 정부의 문제가 있는 인권 침해 관련 기록을 인정하고 중국과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강조할 수 있다.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어쨌든 틸러슨 장관은 동북아시아 국가들과 북한 정권의 호전적인 핵개발과 최근 미사일 시험 대응 방안에 관해 회의를 할 때 인권침해 문제를 같은 맥락에서 제기해야 한다. 최근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로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고 일본을 포함한 유엔안보리 내 여러 미국 동맹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확실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현 미국 정부는 이러한 방안을 뒷바침하지 못할 수 도 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 자신은 북한의 호전적인 핵 도발과 인권침해 기록이 어떻게 연관되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북핵과 북한인권 침해 간의 연관성은 분명히 있다. 북한은 일상적으로 북한군을 위한 프로젝트를 포함한 여러 부문에서 북한 주민을 강제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고 만약 북한이 전체주의 사회가 아니었더라면 이 나라의 무기 프로그램 개발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동북아시아 순방에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 정권이 자행하는 범죄가 북한 주민들에게만 처참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 이러한 범죄는 국제 평화와 안전에도 위협을 가한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무장 해제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이 그 주민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반인도적 범죄를 멈추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      

목표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함께 실현하는 것이다. 실무적인 측면에서 틸러슨 장관은 한국과 일본 및 중국 정부와 함께 북한인권 침해에 연루되어있을지 모르는 개인과 단체가 포함되도록 유엔대북제재 강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 국무장관으로서 임무를 소극적으로 시작한  틸러슨 장관에게 이번 동북아시아 순방은 새로운 기반을 얻고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인권과 아시아의 지정학적인 상황에 대해 대담하게 행동하고 솔직해지는 것이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다른 방법만큼이나 좋은 방법이다. 더욱이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위 제안을 이행하는 것은 국무장관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임무의 일부다. 현 미국 정부 내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제안을 실행해서 틸러슨 장관이 잃을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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