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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토착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탄소 상쇄(Carbon Offsetting) 프로젝트

협의조차 생략 당하고 강제 퇴거와 생계수단 박탈 위기에 처한 토착민들

2022년 6월 25일, 캄보디아 코콩 지방 사우스 카다몸 REDD+ 프로젝트에 포함된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쌀을 수확하고 있다. © 2022 Human Rights Watch
  • ​​​캄보디아의 주요한 탄소 상쇄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참여와 동의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그러한 사업이 도리어 토착민들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전세계적인 환경 위기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토착민들을 배제하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보존 전략은 용납될 수 없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 이 프로젝트에 탄소배출권 발행을 허용한 표준 수립 기관 베라(Verra)는 프로젝트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총(Chong) 족에게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방콕) – 휴먼라이츠워치가 오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주요한 탄소 상쇄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참여와 동의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그러한 사업이 도리어 토착민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18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탄소상쇄 프로젝트의 피해자: 캄보디아 카르다몸 남부 REDD+ 프로젝트와 총(Chong) 족의 권리 침해(Carbon Offsetting’s Casualties: Violations of Chong Indigenous People’s Rights in Cambodia’s Southern Cardamom REDD+ Project)’는 수백 년 동안 총 족의 터전이었던 열대우림 지역인 카르다몸 산맥 50만 헥타르에 걸친 캄보디아 환경부와 환경보호단체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Wildlife Alliance)의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해당 지역의 총 족과는 아무런 협의 없이 2년이 넘게 계속되었으며, 현재 부족민들은 자신들의 오랜 터전에서 농사를 짓고 수렵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 고발과 강제 퇴거 위협을 받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루시아나 텔레즈 차베즈(Luciana Téllez Chávez) 선임환경연구원은 “전세계적인 환경 위기 대응을 명목으로 토착민들을 배제하고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보존 전략은 용납될 수 없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총 족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토착민에게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고, 토지에 저장된 탄소에 대한 토착민들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이익 공유 협약을 총 족과 체결하는 방향으로 카르다몸 남부 REDD+ 프로젝트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는 29개 부족 중 23개 부족 주민 90여 명 및 정부 관료 3명에 대한 인터뷰를 2년에 걸쳐 진행했으며, 위성사진과 지형도, 언론 보도, 소셜미디어를 분석했다. 또한 2022년 9월부터 환경부와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 및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요 민간분야 주체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었다.

REDD+ 프로젝트 활동은 2017년 8월 총 족과 첫 협의가 시작될 때까지 31개월간 이어졌다. 이 기간동안 환경부와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는 해당 토지의 관리를 둘러싼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면서 총 족에게는 자유롭고 정보에 기반하는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이들은 총 족의 마을 8개를 국립공원에 통합시킴으로써 총 족의 토지와 숲에 대한 관습법 상의 권리를 침해했다.  

총 족의 토착민들은 열대우림 보존이라는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REDD+ 프로젝트가 그들을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해주기를 원하며, 부족 스스로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와는 별도로 보존 활동을 진행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춤노압 코뮨의 한 주민은 “그들[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은 우리의 토착민 정체성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들은 정부의 동의를 이미 얻었다고 여기고 우리에게는 한 번도 허락을 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와의 협의 없이 내린 결정으로 총 족이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부족민 2명은 2018년과 2021년에 보존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인 송진 채취 중에 환경부 국립공원 관리원과 헌병,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 직원으로 구성된 순찰단에게 체포되어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오솜 코뮨의 한 주민은 “그들은 캠프로 난입해 뒤에서 나를 총으로 내리쳤다. 그들은 내 등에 걸친 옷을 포함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총 족의 여섯 가구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농사를 지어오던 땅에서 국립공원 관리원과 헌병,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 직원들에 의해 강제 퇴거 당했다. 공식 기록에 의하면, 당국은 주민 3명을 쫓아낸 뒤 체포하여 재판절차 없이 수개월간 구금시켰다. 프랄라이 코뮨의 한 주민은 “그 일이 있고 나서 우리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평범한 마을 주민들이라 무서워서 감히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전세계 자발적 탄소 거래 프로젝트의 거의 절반을 인증한 기관인 베라(Verra)는 2018년에 REDD+ 프로젝트를 인증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탄소 배출권을 구입해 일정량의 환경 오염에 대한 권리를 할당 받는 것을 ‘탄소 상쇄’라 일컫는다. 2023년 6월 휴먼라이츠워치로부터 조사 결과에 대한 서신을 받은 베라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탄소배출권 발급을 중단했다. 또한 관련 내용을 검토하겠다며, 검토가 끝날 때까지는 조사 결과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총 족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 중 몇 가지는 수차례에 걸쳐 감사 기업들에 전달되었고, 감사 기업들은 2018-2023년 사이 감사 결과를 베라에 제출했다. 2018년에 제출된 첫 번째 감사 자료에 따르면 프로젝트 시작일은 2015년 1월 1일이었으나,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는 2017년 8월에야 시작되었다.

2021년에 제출된 또 다른 감사 자료를 보면, “여러 지역사회에서 보고한 바로는 많은 주민들이 REDD+ 프로젝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중 다수가 REDD+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REDD+의 이득과 자금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공유되는지, REDD+와 소유 농지 간의 경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환경부 대변인은 휴먼라이츠워치에 보낸 서신에서 “탄소배출권 판매는 천연자원 보호 및 보존에 참여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신에서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는  주민들과 폭넓은 상의가 이루어졌고, 자신들의 활동이 합법적인 환경 사업에 해당하며, 이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물과 화장실, 홍토 포장 도로, 학교 2개, 보건소 1개를 설립했고, 학생 5명에게 대학 장학금을 지급했고, 영세 지주들에게 농업 교육을 제공했으며, 2개의 생태관광사업을 운영하여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REDD+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프로젝트에 포함된 어느 지역사회와도 이익 공유 협약을 체결한 바가 없다. 지역사회에 분배할 프로젝트 수익금 비율을 규정하는 이익 공유 협약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 웹사이트에 의하면, 지금의 협약은 수익 배분이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 환경부, 코콩(Koh Kong) 주 정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는 휴먼라이츠워치의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2023년 11월에 ‘토착민 토지 소유권’을 위해 ‘기술적 및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토착민 순찰단을 구성하여 교육을 제공하고 지원’하며, ‘캄보디아 정부의 모든 국립공원 관리원과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 직원을 상대로 정식 인권교육을 제공’하고, ‘정식 인권정책’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한 약속이 실행될 경우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현재까지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가 들려준 답변은 이 프로젝트로 인한 인권 피해를 인정하고 구제책을 강구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는 피해 지역의 주민들과 협의하여 강제 퇴거, 자의적 구금, 부당한 감금의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포괄적인 구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인권 피해에 연루된 프로젝트 직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베라는 프로젝트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개인과 지역사회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보상과, 총 족이 REDD+ 프로젝트의 기존 설계, 경계선, 활동, 시행 주체 및 이익 공유 협약을 재검토하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협의 과정을 조건으로 하여 이 프로젝트를 다시 수립해야 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총 족에게 전통적 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고, 토착민들이 자신들의 토지에 저장된 탄소에 대해 소유권을 가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텔레즈 차베즈 선임환경연구원은 “수년간의 그 많은 위험 신호에도 불구하고 베라가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은 베라의 감독 및 책임성 메커니즘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로 볼 때 베라의 인증을 받은 전세계의 다른 탄소 상쇄 프로젝트들도 숲에 생계를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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