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천에서 개최된 럭비 세븐스 한국-홍콩 결승전에서 국가 연주시간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아니라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불렀던 ‘홍콩에 영광을’이라는 곡이 울려퍼진 것이다.
불과 수시간 만에 홍콩 당국은 강한 어조로 상황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홍콩의 고위 관료와 친중 성향의 정치인들은 엄중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직위는 이에 곧바로 사과했으나, 홍콩 경찰은 조직범죄사무국(Organized Crime and Triad Bureau)에 이 사건을 ‘엄중히 조사’할 것을 명령했고, 한 고위관료는 주홍콩 한국영사와의 면담에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또한 한 관료는 사건의 책임자에 대해 한국 정부에 신변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 중에 만들어진 ‘홍콩에 영광을’은 2020년 통과된 국가보안법 하에서 취해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여러 전체주의적 조치에 따라 홍콩에서 사실상 금지곡이 되었다. 지난 9월에는 하모니카로 이 곡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한 남성이 ‘선동죄’로 체포되었다. 지금 홍콩에서는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전단을 유포하고 영국 식민지 당시의 깃발을 흔드는 행위와 함께, 늑대와 양에 관한 은유적인 동화를 쓰는 것도 선동죄가 될 수 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은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모델로 삼았다. 1980년대 중반 한국이 군사독재에서 비교적 평화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 경험은 언젠가 홍콩도 억압에서 벗어나 원하는 노래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연주하고 부를 수 있는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홍콩 시민들에게 불어넣어 주었다.
홍콩의 국가보안법은 장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심지어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 한 행동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이 홍콩시의 관할권 밖에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에 대해 사람들을 체포하고 처벌하려 시도한다면 그것은 초국적인 인권탄압이 될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잘못된 국가를 트는 것은 전문적인 측면에서 망신스러운 일이거나 정치적 성명서를 낼만한 일일망정 범죄 행위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에서 인권을 재규정하려는 홍콩 정부의 시도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