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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아프리카의 김정일”에게 명예를 주다

한국은 유네스코가 왜 독재자에게 이러한 명예를 주는지 물어야 한다

Published in: 중앙데일리

유엔이 김정일에게 돈을 받아 인권상을 제정했다고 상상해 보라. 회원국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인권"이란 말 자체를 우롱하는 그런 상을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그 상을 받도록 선정된 후보들은 충격을 받고 수치심을 느낄 것이 분명하며, 대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해서 이러한 "영광"을 받게 되었는지 고민할 것이다.

가끔, 현실은 허구보다 더 낯설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유네스코에서 서아프리카의 김정일 이라고 불릴만한 경력을 가진, 가학적이고 부패한 독재자의 이름으로 상을 재정했다는 소식이다.

그 상이 바로 적도기니의 장기집권 독재자의 이름을 딴 유네스코-오비앙 국제생명과학상이다. 거듭되는 국제인권단체들과 적도기니 인권 활동가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는 현재까지 이 상을 취소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 상의 첫 번째 수상은 올해 6월 말로 예정되어 있다. 대신 보코바는 오직 (한국이 포함된) 이사회만이 이 상을 취소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유네스코 집행위원회는 2008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학적 성취를 표창하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 문제는 오비앙 대통령이 실제로 적도기니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적도기니는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에서 네 번째로 풍부한 원유를 가진 국가로 일인당 평균 국민소득은 거의 한국과 맞먹음에도 불구하고, 오비앙 정부는 국민의 75% 이상이 빈곤상태에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유엔의 인권 담당관들은 오비앙 정부의 야당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 법적 절차를 무시한 구금, 경찰에 의한 광범위한 고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체계적인 억압에 대해 비판해왔다. 또한, 원유로 인한 국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광범위한 부정부패로 인해 경제권, 사회권이 거의 전무한 상태임을 비판해 왔다. 

오비앙 정부에게는 국민으로부터 훔친 부를 숨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과제이다. 국제투명기구는 적도기니를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열 두 국가 중 하나로 꼽는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오비앙 대통령을 "언론자유의 약탈자" 리스트에 포함시킴으로써 그에게 더 어울리는 상을 준 셈이다. 다시 말해 오비앙은 표현의 자유를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꼽는 유네스코가 영웅으로 내세울 사람이 아닌 것이다.

2009년 12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있었던 적도기니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 (4년에 한 번씩 모든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검토하는 절차)에서 한국정부는 다른 정부들과 함께 적도기니의 심각한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유네스코의 지도부에게 왜 그들이 유네스코가 마땅히 반대해야 할 통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독재자에게 영예를 주려는 것인지 질의해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사기 혐의와 심각한 부정을 이유로 야당이 인정하지 않은 선거를 통해 재선된 오비앙 대통령에게 축하전문을 보냈다. 김영남은 오비앙에게 역설법이 아닌 진심으로 "적도기니의 개발과 발전을 위한 그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사실 김정일에게는 오비앙과 동지의식을 느낄 이유가 많다. 두 사람에게는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90년대에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 받았고, 오비앙은 1979년 피비린내 나는 쿠데타를 통해 삼촌을 밀어 내고 권력을 잡았다. 2003년 7월에는 적도기니의 정부 소유 라디오가 오비앙은 "조물주와 영원히 소통하고 있으며" "누구든 책임지지 않고 죽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지옥도 가지 않는" 신적인 존재라고 선언했다. 김정일은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거의 유래 없는 개인숭배를 만들어 낸 당사자이다. 이들의 통치하에 적도기니와 북한은 전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며 비민주적인 국가로 악명을 떨쳐 왔다.

2003년 오비앙 대통령은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국부를 완전히 통제할 수 밖에 없다고 선언하고 수 억불의 자금을 자신과 가족들 명의의 은행계좌에 예치했다. 이는 오비앙 대통령이 유네스코에 기부해서 다음 달에 수여될 상금의 출처가 무엇인지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유네스코의 사무총장과 집행이사회는 이러한 자금의 제공을 불쾌하게 여기고 분노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코바 사무총장과 유네스코의 지도부는 이 문제를 무시해 왔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해 긴급히 항의하고 상을 취소하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58개의 유네스코 집행 이사회국 들에 달려있다.

어느 국가도 이러한 정치적 쇼에 대해 지금 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유네스코-김정일 인권상을 보게 될 날을 상상하는 것도 완전히 억지스러운 일은 아닐 듯 하다.

케이 석은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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