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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장관에게 보내는 서한

내용: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과 인권에 관하여

조태열 장관님께,

휴먼라이츠워치는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의 위상 및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한국의 역할을 고려하여 한국 정부가 중요성과 영향력이 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주요 영역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고자 본 서신을 드립니다. 2024년에는 북한, 중국,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수단 등지에서 전반적인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기타 중요한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전세계 100여 개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독립적인 비정부단체로서,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인권 상황을 보고해왔습니다.

북한

휴먼라이츠워치는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와 인권이사회, 총회에서 몇 가지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지원할 것을 촉구합니다.

최근 몇 달간 한국과 해외의 비정부단체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이 무기 개발과 어떻게 직결되는지에 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할 것을 관련 정부들에 촉구해왔습니다. 이러한 연관성에 대해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 유엔 메커니즘을 통한 정보 수집 노력을 뒷받침해줄 것을 귀 정부에 촉구합니다.

2024년 3월 예정된 제55차 인권이사회에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이후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보고서 작성을 인권최고대표에게 요구하고 해당 보고서의 준비와 발표를 지원할 수석 전문가를 지명하는 결의안 채택을 지지해주실 것을 귀 정부에 촉구합니다. 또한 무기 확산 및 인권 문제에 관한 유엔 안보리 회의 등 모든 유엔 포럼에서의 논의와 회의를 통해 시민사회단체나 유엔 회원국, 인권과 무기 개발 및 제재 등 관련 쟁점을 다루는 유엔 기구와 메커니즘에 그러한 연관성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도록 관련 정부들에 권고합니다.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충분한 지지와 자원을 바탕으로 북한 정권이 자행한 범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 향후 설립될 메커니즘에 필요한 사건 파일을 구축하고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인권이사회에서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활용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한국의 정부기관들은 향후 형사 기소를 뒷받침할 북한의 인권 침해 증거를 수집하고 보존해야 하며,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가속함에 따라 불거지는 인권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다른 국가 정부들과 더불어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수년째 휴먼라이츠워치와 다른 단체들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10년 전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의 인권 상황이 무기 개발에 따른 안보 위협과 직결되어 있으며, 유엔과 관련 회원국들은 무기와 인권 문제를 별개로 또는 순차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왔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11개 시민사회단체가 2021년 성명서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각국 정부는 북한과의 전략 논의에서 다시금 인권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북한과의 향후 협상시 인권 문제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안보와 인권 문제를 연계하여 다룰 때 상호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입니다. 북한 무기 프로그램의 기저에는 강제노동, 전체주의적 억압, 지도부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정책 등과 같은 인권 탄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외교적 진전 및 핵비확산 과정에 대한 지속 가능한 검증 일체는 북한이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을 포함한 유엔 제도 전반과 협력할 때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주요 제재 다수가 인권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인권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지 않는 이상은 제재 완화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모든 포럼에서 무기와 인권 두 가지 문제 모두에 대해 북한을 압박해야 합니다.

중국

중국 정부가 국내외에 만연한 억압을 악화시키는 상황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는 공적, 사적으로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올해 중국에 대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에서 중국 정부의 북한 주민 강제송환을 규탄해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자의적인 대규모 구금, 고문, 강제실종, 대규모 감시, 문화적 및 종교적 박해, 가족 간의 강제 분리, 강제노동, 성폭력, 재생산권의 침해 등 위구르족을 비롯한 투르크계 무슬림인들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와 같은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정기적으로 보다 명백하게 중국 정부를 규탄할 것을 촉구합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전역과 티벳 및 홍콩에서 지속적으로 기본적인 자유를 짓밟고 있으며, 해외에 체류하는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박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인권탄압, 그 중에서도 특히 강제노동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이 그러한 인권 침해의 공범이 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성을 야기합니다.

한국은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신장지구, 티벳, 홍콩과 중국 내의 다른 지역에서 자행되는 인권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료들에게 표적 제재를 적용하여야 하며, 2020년 50명의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권고한 바대로 인권이사회의 중국 관련 규명 메커니즘 수립 노력과 기록된 범죄에 대한 단죄 노력을 지원해야 합니다.

미얀마

휴먼라이츠워치는 미얀마에 대한 전반적인 무기금수 조치를 적용하고, 미얀마의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미얀마 군부와 군부 소유 기업에 대해 표적 제재를 부과할 것을 오랫동안 유엔 안보리에 요구해왔습니다. 그리고 2022년 12월 마침내 안보리에서 처음으로 미얀마에 대한 결의안이 채택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 특히 영국과 협력해 미얀마 군부의 결의안 불이행 문제에 대한 공개 토론을 열고 위의 조치들을 부과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은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역내의 다른 관련국들과 표적 제재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여 미얀마의 군부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몇몇 회원국들이 한 것처럼 군부 지도자와 군 소유 기업들에 대해 표적 제재를 부과해야 합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특히 제조업과 천연가스 부문 등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활동에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 및 영국의 제재 등 표적 기업/기관에 대한 동맹국들의 수익 차단 조치에 맞추어 미얀마 군부의 수익과 재정 역량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정권 하에서 특히 여성과 여아들의 심각한 인권 위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현재 관련 메커니즘의 수립과 특사 지명을 위한 몇 가지 옵션을 제시한 유엔 사무총장 평가 보고서의 권고사항을 이행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유엔 사절단(UNAMA)의 역할, 특히 인권 감시 활동이 다른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대체되지 않도록 다른 이사국들과 협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현재 상정되어 있는 유엔 주재 대규모 포맷 그룹과 연락 그룹을 포함하여 모든 논의에 충분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특사를 지명하는 경우, 인권에 대한 깊은 전문성과 신용을 갖추고 젠더 자문, 공개 보고 권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자문을 받을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안보리는 또한 탈레반이 한층 더 심화시킨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 위기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는 전쟁법 위반 행위와 기타 심각한 폭력 행위를 지속적으로 규탄하고, 모든 분쟁 당사자들이 인구밀집 지역에서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폭발성 무기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22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개시한 이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학교 등 교육시설을 공격하고 학교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 정황을 기록하였습니다. 그러한 공격은 우크라이나 아동들의 교육권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나 안보리는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인해 현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유엔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활용하여 학교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을 중단하고 분쟁시 교육권 보호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601호(2021)를 준수할 것을 러시아군에 요구해야 합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안전한 학교 선언(Safe Schools Declaration)과 무장분쟁 중 초중등학교와 대학교의 군사적 이용 금지에 관한 지침(Guidelines for Protecting Schools and Universities from Military Use during Armed Conflict)에 동의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러시아에 촉구해야 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및 기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 간의 분쟁에서 민간인들에 해를 입히는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하여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합니다. 현재 이 문제가 안보리에서 교착 상태에 있기는 하지만, 한국 정부는 모든 당사자에 의한 전쟁범죄를 규탄하는 성명서나 결의안을 포함하여 분쟁 당사자들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을 보호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행동을 추진하고,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가 내린 구속력 있는 명령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가자 지구에 있는 모든 민간인들에게 기본 서비스와 충분한 양의 원조품이 전달되도록 하는 노력을 단념해서는 안됩니다. 2023년 말 안보리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대한 중요한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중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 지속되는 폭력과 억압을 조장하는 불처벌의 문제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처벌 관행을 종식시키고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인종차별과 박해 등 과거와 현재의 반인도적 범죄와 현재의 적대 상황에서 벌어지는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다른 이사국들에 압력을 가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합니다.

수단

한국 정부는 수단의 유엔 사절단(UNITAMS) 활동이 종료된 후 수단에서 분쟁 당사자들에 대한 감시와 조사 활동이 약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이사국들과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한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유엔 사무총장이 새로 지명한 특사와 전시 성폭력 및 무장분쟁 시의 아동에 관한 특별자문관 등 관련 특별자문관들이 안보리에서 정기적으로 수단에 대한 브리핑을 제공하도록 요청해야 합니다. 안보리는 다르푸르와 수단 전역에서 민간인 보호를 가장 우선시해야 하며, 현장에서 인권과 민간인 보호 활동을 감시하고 그 조사 결과를 안보리에 보고할 수 있는 유엔의 조직을 다시 수립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신속지원군(RSF)과 연합 민병대가 대량학살과 강간, 방화, 약탈을 자행한 서다르푸르주의 상황을 고려하여 한국 정부가 책임자 처벌 노력을 지원할 것을 권고합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러한 쟁점들에 관해 귀 정부와 논의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일레인 피어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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