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시인하고 주민들에게 “또 한 번의 ‘고난의 행군’을 결심”할 것을 주문했다. ‘고난의 행군’은 북한이 1990년대의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사용한 구호이다.
당시 북한은 식량 수입을 거부하고 실패한 배급제도를 고수하면서 ‘기근’이라는 표현을 금지하고 대신 ‘고난의 행군’이라는 구호를 썼다. 김정은의 발언은 북한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인 듯 보인다.
당시의 ‘대기근’으로 정확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 수가 수십만에서 많게는 2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시기를 겪은 사람들에게 김정은의 발언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고난했던 북한의 끔찍한 상황을 상기시킨다.
북한에서 당원으로 활동했으며 대기근으로 부모를 잃었던 50대의 한 여성은 “사람들이 얼마나 배가 고픈지 풀과 나무 껍질까지도 먹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끔찍했다. 길거리나 특히 기차역 등 사방에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더럽고 시꺼멓고 뼈만 남은 아이들이 훔친 음식으로 근근히 목숨을 이어갔는데 그 아이들도 대부분 죽었다. 기력이 쇠약해져 집에서 죽은 사람들이 수일, 수주 후에야 발견되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김정은의 경고는 코로나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의 대기근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이 식량배급제도를 피해 불법적으로 거래를 하는 암시장을 활성화시키면서 당국의 권력을 약화시켰다. 김정은은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서 국경이 전면 차단되고 외부 물품이 거의 수입되지 않던 당시 상황으로 북한을 되돌리려는 것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북한 당국은 식량과 물품의 배급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주민들이 당국이 승인한 것 외의 다른 어떠한 정보도 얻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었다.
이는 고된 것을 넘어서 끔찍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