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이하 ‘CEDAW위원회’ 또는 ‘위원회’)의 차제69회기 전 워킹그룹 회의와, 본 실무그룹에서 실시할 대한민국의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CEDAW) 준수 심의에 앞서 본 의견서를 제출한다. 본 의견서는 여성의 생식권(출산과 생식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제약, 성소수자의 권리와 학교 성교육, 계속되는 여성차별 실태 등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관련 조항으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이하 ‘여성차별철폐협약’) 제 3조, 5조, 10조, 11조, 12조, 13조, 15조, 16조의 내용을 다룬다.
여성의 생식권(출산과 생식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제약
제 12조
2014년 성‧생식 보건 및 권리에 관한 성명에서 CEDAW 위원회는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의 임신중절 수술이 모성사망과 모성질병의 주원인임을 확인하였으며, 당사국들이 낙태 시술을 받는 여성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없앨 것을 명시했다. [1]
대한민국의 낙태 관련법은 징벌적이고 여성과 여아에게 해롭다. 낙태는 범죄로 여겨지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는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원 (US $1800)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낙태시술을 제공 하는 보건 인력은 2년 이하의 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2]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되는 경우는 강간 또는 근친상간이나, 부모가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경우, 임신의 유지가 임신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산부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전학적 장애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이다. 기혼 여성이 낙태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경우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임신 24주 이후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인공임신중절을 금하고 있다.[3]
낙태의 범죄화는 대한민국에서 많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낙태 관련 보건의료 서비스가 제도의 밖에서 비밀리에 행해지며, 낙태가 합법적일 경우에 비하여 낙태를 원하는 성인 및 청소년 여성에게 훨씬 더 위험하다. 세계적으로 낙태 억제 정책이 안전치 못한 낙태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4]
2016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불법 낙태 시술 의료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낙태 규제를 더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10월 서울에서 이러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가 있었으나 본 보고서가 작성되는 시점에는 관련 개정안이 아직 채택되지 않았다.[5]
한국 정부에서는 출생률 저하에 대해 계속 우려를 표해왔지만, 낙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국제인권법과 대치되는 대응방안이다. 인구 관련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생식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를 보장하고, 낙태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국민들이 자녀를 갖거나 더 많은 자녀를 갖는 것이 더 수월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채택할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다음 사항을 질의할 것을 권고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하고 시행할 낙태 관련 정책 변화는 어떤 것인가?
-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는 여성과 낙태 시술을 제공 하는 의료인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취하고자 하는 조치는 무엇인가?
- 부모육아휴직의 평등성 보장 등 임신부와 산모들이 성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은 무엇인가?
휴먼라이츠워치는 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다음 사항을 촉구할 것을 권고한다.
- 낙태를 범죄화하지 않도록 하는 즉각적인 법개정과, 낙태를 택하는 여성과임신중절수술에 관여한 의사와 의료진에 대한 모든 처벌을 철폐할 것
- 국민들이 부모가 되는 결정을 지원하는 규정과 정책을 도입하고,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며, 편부모 또는 미혼부모와 그 자녀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 및 법률상의 오명과 차별 조항을 제거할 것
성소수자 권리와 학교 성교육
제10조, 12조
정확하고 포용적인 섹슈얼리티 교육은 보건, 교육, 정보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며, 원치 않는 임신과 모성사망률 그리고 HIV감염률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6] 2014년 2월 CEDAW위원회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과 생식에 관한 보건과 권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 하며, 이 정보는 책임감 있는 성행동, 미성년임신의 예방, 성매개질환 등을 포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7]
대한민국 교육부 당국은 2017년 2월, 새로 도입한 ‘국가 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서 동성애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2015년, 한국 정부가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신규 성교육 표준안에 대하여 전국의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전달연수를 시행할 때 시작된 퇴행적 행보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8]
현 정책은,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 게이(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전환자) 등 LGBT 성소수자 청소년들을 차별하고 그들의 보건, 교육, 정보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정책이 한국이 국제적으로 준수하기로 약속한 인권 관련 협약 이행사항과도 배치된다고 판단하며, 청소년에게 해로울 수 있고 공공보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의 HIV 감염 건수는 2000년 이후 급증했으며, 감염률 증가세가 가장 큰 계층은 20대 남성이다.[9]
대한민국 정부는 몇 차례 ‘국가 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동성애를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곧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교육과정에서 완전히 배제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명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반드시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동성애에 관해 가르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전했다.[10]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정보를 누락하여 포용성을 갖추지 못한 커리큘럼이 학생들에게 교육상 충분치 못하며,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그때그때 스스로 알아서 또는 선택적으로 교육 내용을 택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휴먼라이츠워치의 의견이다.
지자체의 성소수자 보호 장치 폐지
2015년 8월 대한민국 여성가족부에서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안의 내용 중 성평등 보호의 일환으로 포함된 성소수자 보호와 관련한 내용을 삭제할 것을 대전시에 지시하였다. 대전광역시에서는 이후 조례안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였다. [11]
성소수자 단체에 대한 제약
2015년 2월,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성소수자 지지 단체 비온뒤무지개재단(Beyond the Rainbow Foundation)의 공식적인 재단 등록 승인을 거부하는 차별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법의 평등한 보호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해당 단체는 한국 내 성소수자운동을 지지하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는 재단으로, 성소수자 차별 사례를 기록하고 성소수자 권리 보호 활동과 성소수자와 가족들이 보다 안전하게 시민 공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한다. 재단의 공식 등록 승인이 거부됨으로써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세금 공제되는 기부금 모금과 해당 법률에 완전히 적합하는 재단 운영이 어려워졌다.[12] 이에 비온되무지개재단은, 2017년 3월 재단등록에 관한 건에서 항소법원에서 승소하였다. 법무부는4월 6일 대법원에 항소하였으며 본 의견서가 작성된 시점에 이거능 아직 대법원에서 계류중이다. [13]
휴먼라이츠워치에서는 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다음 사항을 질의할 것을 권고한다.
- 대한민국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한 성지향성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정확하고, 명확하며, 연령에 맞는 정보의 제공과 접근 보장을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가?
휴먼라이츠워치에서는 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다음 사항을 촉구할 것을 권고한다.
-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의 정보, 교육, 보건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동성애의 언급을 배제한다는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해당 내용에 대한 적절하고 비차별적인 교원 대상 교육을 포함할 것
-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재단 정식 등록 신청을 법무부 또는 그 외 적절한 정부 기관에서 접수하도록 허가하고 등록 심사 절차가 신속하게, 차별 없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
계속되는 여성차별 실태
제 3조, 5조, 11조, 13조, 15조, 16조
휴먼라이츠워치에서는 2015년 12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에서 계속되는 여성차별에 관하여 우려를 표명한 것에 공감한다. 차별의 내용에는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여성의 가정과 사회 내 역할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 정책결정권자의 여성비율이 유독 낮은 점, 높은 여성 비정규직 비율과 확연한 남녀간 임금격차, 그리고 미혼모의 경우 입양부모에 비해 아동수당 제공에 대하여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등 미혼모에 대해 사회적으로 만연한 낙인과 차별 등이 포함되어있다.[14]
휴먼라이츠워치에서는 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다음 사항을 촉구할 것을 권고한다.
- 가정과 사회 내 남녀성평등 발전을 위한 포괄적인 인식개선 프로그램의 도입을 통해 현존하는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성별고정관념을 제거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 학교와 공공을 위한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섹슈얼리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
- 평등한 임금을 보장하고 비정규직 고용의 차별을 철폐할 것
- 공공 서비스와 정부 지원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의 미혼모 차별을 철폐할 것.
[1] CEDAW 위원회 발간, <Statement of the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on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Beyond 2014 ICPD review> 57회기 (2014년 2월 10-28일), http://www.ohchr.org/Documents/HRBodies/CEDAW/Statements/SRHR26Feb2014.pdf (2017년 5월 1일 기준).
[2] 대한민국 형법, 1995, 제269조, 270조. 참조 – 휴먼라이츠워치 헤더 바(Heather Barr) 논평 <Abortion Should Not be a Crime>, 코리아타임즈신문(The Korea Times) 2016년 11월 10일자https://www.hrw.org/news/2016/11/10/abortion-should-not-be-crime.
[3] 대한민국 모자보건법제14조 1986년 제정.
[4] 수잔 A. 코헨(Susan A. Cohen), "Facts and consequences: Legality, incidence and safety of abortion worldwide(사실과 결과 – 세계의 낙태 건수와 안전)", <구트마커 연구소 발간집Guttmacher Policy Review>, 2009년 11월 20일, https://www.guttmacher.org/gpr/2009/11/facts-and-consequences-legality-incidence-and-safety-abortion-worldwide (2017년 5월 1일 기준).
[5] 국제앰네스티, “South Korea: Stop Criminalization of Abortion(한국은 낙태 범죄화를 중단하라),” 2016년 10월 28일, https://www.amnesty.org/en/latest/news/2016/10/south-korea-stop-criminalization-of-abortion/ (2017년 5월 1일 기준).
[6] 유엔 인구 기금(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포괄적 성교육)>, 2016년 9월 30일, https://www.unfpa.org/comprehensive-sexuality-education (accessed June 6, 2017); 유네스코(UNESCO),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 A Global Review(포괄적 성교육에 관한 세계 보고서)>, 2015, http://unesdoc.unesco.org/images/0023/002357/235707e.pdf (2017년 6월 7일 기준).
[7] <Beyond 2014 ICPD review>, 상기 각주1.
[8] 카일 나이트(Kyle Knight),휴먼라이츠워치 기고문 “South Korea Backslides on Sex Education(한국, 성교육에 대해 퇴행적 행보 보여),” Human Rights Watch dispatch, 2017년 2월 17일, https://www.hrw.org/news/2017/02/17/south-korea-backslides-sex-education;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Letter to the Government of South Korea on Human Rights and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대정부서한),” 2015년 7월 20일, https://www.hrw.org/news/2015/07/21/letter-government-south-korea-human-rights-and-comprehensive-sexuality-education.
[9]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HIV/AIDS Control in the Republic of Korea.” 2011, http://www.unaids.org/sites/default/files/country/documents//ce_KR_Narrative_Report%5B1%5D.pdf (2017년 6월 7일); 조해월, “What’s next for HIV/AIDS in Korea?” <질병관리본부 국제학술지PHRP(Osong Public Health and Research Perspectives)>, 2013 년 12 월호: 4(6),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922106/#bib2 (2017년 5월 1일 기준), pp. 291–292,
[10] 카일 나이트(Kyle Knight),휴먼라이츠워치 기고문 “South Korea Backslides on Sex Education(한국, 성교육에 대해 퇴행적 행보 보여),” Human Rights Watch dispatch, 2017년 2월 17일.
[11] 코리아헤럴드(The Korea Herald) 기사, “South Korea's Gender Ministry blasted for denying LGBTI rights,” 2015년 10월 7일자,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151007001092 (2017년 5월 31일 기준).
[12]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카일 나이트(Kyle Knight), “LGBT group deserves an answer,” 중앙데일리(Korea JoongAng Daily)사설, 2016년 4월 22일자, https://www.hrw.org/news/2016/04/22/lgbt-group-deserves-answer.
[13] 법률신문 이장호 기자, “[판결](단독) ‘법무부, 性소수자 인권재단 허가해야,” 2017년 3월 20일자,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08730 (2017년 5월 17일 기준); 휴먼라이츠워치에서 문의한 결과2017년 5월 10일 현재 대법원에서 해당 건이 계쟁중임을 류민희 담당 변호사가 밝혔다.
[14] 자유권규약위원회(HRC), “Concluding observations on the fourth periodic report of the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 제4차 보고서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 최종 견해),” U.N. Doc CCPR/C/KOR/CO/4, 2015년 12월 3일, http://tbinternet.ohchr.org/_layouts/treatybodyexternal/Download.aspx?symbolno=CCPR/C/KOR/CO/4&Lang=En (2017년 5월 18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