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북한은 중국과의 국경을 대부분 봉쇄했으며,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과도하며 불필요한 검역과 이동 및 교역 제한 조치의 시행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있던 인도주의와 인권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 대부분의 수출과 일부 수입 제한으로 예기치 않게 일반 주민들의 생계와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새로운 제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 유엔 회원국들은 한시라도 빨리 북한의 고립과 인도주의 위기에 대응하고, 북한 당국이 폭압적인 조치들을 중단하고 충분한 감독과 모니터링 하에 인도주의 원조를 수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뉴욕) – 휴먼라이츠워치는 오늘 발표한 보고서에서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한이 중국과 접한 북쪽 국경을 실질적으로 봉쇄함에 따라 그렇잖아도 심각한 상태에 있는 북한의 인도주의와 인권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148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총알보다 깊이 파고드는 공포심: 2018-2023년 북한 봉쇄의 실상’(A Sense of Terror Stronger than a Bullet: The Closing of North Korea 2018-2023)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 검역과 더불어 경제 활동 및 이동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제한 조치 등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과도하며 불필요한 조치들을 도입한 북한의 실상을 기록하고 있다. 북한 정부가 새로 부과한 조치들은 공식 및 비공식 교역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유입되었던 생필품의 공급과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2016년과 2017년에 부과된 유엔 안보리 제재는 대부분의 수출과 일부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북한 경제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계를 유지하고 식량과 생필품을 조달하는 능력에 해를 끼쳤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윤리나 한국 전문 선임연구원은 “2020년 이래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2017년에 부과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으면서 이미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던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었다”면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북한을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감옥으로 만든 정책들을 중단하고,국경을 재개방하고, 국내 이동 제한을 완화하고,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국제사회의 긴급구호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국들은 북한의 고립 심화가 주민들의 기본권에 끼치는 악영향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 새로운 제한 조치가 적용되기 이전에도 북한은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고립된 국가 중 하나였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15-2023년 사이 북한의 최근 상황을 직접 겪었거나 알고 있는 탈북민 32명을 비롯해 북한 밖에 거주하는 북한인 150여 명을 인터뷰했다. 또한 위성사진, 공개된 비디오와 사진, 북한과 중국 내에 연락망을 보유한 기자 및 활동가들과의 인터뷰, 국제 교역 데이터, 언론 보도, 학술 자료를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2016년과 2017년에 발효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따라 중국이 북중 국경 지대에서의 교역과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2017년 말에 국경 지대에서의 활동이 감소했다. 그러던 와중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 지대에서의 이동과 교역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북한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철조망과 감시초소를 새로 설치하거나 보강하고, 허가없이 국경에 접근하는 모든 사람과 야생동물에 대한 ‘현장 사살’을 허용하는 상시 명령과 같은 규칙을 엄격하게 시행하면서 국경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국경 지대에서의 이러한 단속 활동은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정적인 여파를 더욱 악화시켰다.
북한 당국은 또한 뇌물 및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던 경미한 비제재 경제 활동에 대한 단속에도 나섰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1990년대 이래 주민들이 정부의 과도한 통제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었으며, 많은 주민들에게 있어 돈을 벌거나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들이었다. 당국은 또한 외부와의 소통과 정보 접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주민들의 불만을 차단하기 위해 이념 통제를 강화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제한 조치들을 통해 북한 정부는 지난 30여 년간 정부 지배력이 약화된 영역, 특히 국경과 시장 활동, 무허가 이동, 정보 접근성에 대한 권력을 강화하고 통제권을 회복했다.
위성사진에는 2020년 이후 북한의 북쪽 국경 지대에서 보안이 강화된 상황이 뚜렷하게 담겨 있다. 북한의 북쪽 국경 지대 중 총합 321킬로미터에 달하는 6개 구역을 선정하여 심층 분석한 결과, 2022년 또는 2023년에 거의 전구역에 철조망이 설치되었고, 새로 설치된 철조망의 길이는 거의 500킬로미터에 달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분석한 구역 대부분에 현재 2중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고, 3중 철조망이 설치된 구역도 한 군데 있다. 또한 여러 구역의 1열 철조망이 새로 보강되고, 순찰로가 새로 생기거나 개선되고, 새로운 경비대와 감시탑, 초소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분석 대상 구역에서는 2019년 이래 보안시설이 무려 20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새로 설치되거나 보완된 철조망 인근에는 평균 110미터마다 하나씩 총 6,820개에 달하는 시설이 배치되어 있었다. 북한 정부가 이처럼 북쪽 국경의 보안을 강화함에 따라 비공식적인 교역 활동이나 탈북을 목적으로 한 거의 모든 무허가 국내외 이동이 불가능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북한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북한 정부는 오랫동안 식량 안보, 아동의 충분한 영양 섭취, 의약품 접근성 보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몇 십 년째 기본적인 사회복지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우선시해 온 북한 정부는 경제 성장과 경제적 및 사회적 권리 증진을 위해 사회 공공 서비스와 기간시설에 쓰일 수 있었을 국고 수십 억 달러를 핵· 미사일 프로그램에 전용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안보리는 현행 대북 제재 및 회원국들의 안보리 제재 이행 조치를 시급히 검토하여 그러한 제재가 인권과 인도주의 원조 제공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안보리는 또한 북한의 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인권 상황 간의 연관성에 대해 유엔 전문가들로부터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윤리나 선임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은 수십 년째 빈곤과 고립 속에서 살아왔다. 유엔 안보리와 관련국들은 북한의 체계적인 인권탄압 종식을 위해 김정은을 압박하고, 북한이 바깥 세상을 향해 다시 문을 열게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참가자들의 증언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인터뷰 참가자들의 신원과 북한에 있는 그들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는 익명으로 처리하였다.
몇 년 전 탈북한 한 전직 보위부 요원은 2017년 중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2020년 1월까지 1년에 두 차례씩 연락했다고 2023년 3월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22년 12월까지는 2022년 1월 중 친척 한 명과 한 번 통화를 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국내 이동 제한으로 인해 중국 휴대폰을 소지한 브로커를 찾으러 국경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그의 증언이다.
코로나 때문에 삶이 점점 더 힘들어졌다. (…) 그렇잖아도 이미 열악했던 교통 상황에서 코로나로 이동까지 금지 됐고, [미승인] 휴대폰으로 통화하기가 어려워졌다. (…) 그곳에서는 통화를 계속 감시당하고 (…) [북한 외부와는 달리] 매일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 내가 떠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 때문에 삶이 더 어려워지고 훨씬 더 끔찍해졌을 뿐이다.
양강도에서 한약재를 팔다 탈북 후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 30대 여성은 2023년 1월 인터뷰에서 2019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두세 번씩 친척들과 통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2022년 6월까지는 두 달에 한 번 밖에 통화할 수 없었고, 그때 이후 2023년 1월까지는 좀더 자주 통화했지만 연락이 여전히 불규칙적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친척에게]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을 두 번이나 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울었다 (…) 그것도 위험해서 우리는 얼른 화상통화를 껐다. (…) [친척은]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과 [비공식] 교역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쌀이나 밀조차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군인이 그걸 허용해줬다가 [당국에] 들키면 그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 군인들은 굉장히 겁에 질려 있다. (…) [내 친척은] [그 지역] 사람들 사이에선 개미 한 마리도 국경을 못 넘는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양강도 국경 지대 인근의 시골 공장에서 일하다 2010년대 말에 탈북한 한 30대 여성은 2023년 3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전에도 우리는 항상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 당국은 공포 분위기를 조장해서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당국의 선동으로 끊임없이 서로를 감시하게 된] 우릴 둘러싼 긴장이야말로 철조망보다 공포스러웠고, 공포감 때문에 탈출할 수 없었다. 누구든 탈북을 시도하면 반드시 붙잡힐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 철조망을 볼 때마다 너무도 두려웠다.
함경북도에서 장사를 하다 탈북한 뒤에도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연락해 온 한 탈북민은 2023년 1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친척은] 겨울에 오징어랑 게를 잡는다. 그걸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예전만 해도 북한에서 잡힌 오징어는 전부 비공식적인 경로로 중국에 팔렸다. 하지만 [제재와 코로나19 때문에] 그게 다 차단되면서 (…) 잡은 오징어를 모두 북한 내에서 팔아야 했다. (…) 하지만 가격이 워낙 낮아서 아무리 오징어를 많이 잡아도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 (…) 국경 차단으로 많은 일거리가 사라지면서 생존까지 어려워졌다.
양강도에서 장사를 하다 2010년대 말에 탈북한 한 50대 여성은 2021년 5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18년 이래 유엔 제재로] 비공식 교역이 가로막히면서 더 이상 [중국에서] 쌀이 들어오지 않았다. (…) 거기서는 밀수꾼 한 명이 11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는데 (…) 밀수가 막히면 [밀수와 연계해서] 돈을 벌던 사람들의 먹고 살 길도 다 막히는 거다. (…) 밀수가 중단되면 우리 돈을 받던 당국자들도 더는 그럴 수가 없고 (…) 다들 밀수품으로 돈을 벌었다. (…) 밀수가 중단되면 모든 시장 활동이 중단된다.
북한에서 장사를 하다 2010년대 말에 탈북한 한 40대 남성은 2021년 5월 인터뷰에서 당시의 비공식 교역 단속을 회상하며 지금 북한에서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증언이다.
김정은 체제 하에서는 밀수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김정일 때는 비공식 교역이 활발했다. 2013년과 2014년 이후부터 [밀수가] 어려워졌다. [비공식 교역을 통해] 중국에서 상품을 들여 오려면 [눈감아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는] 국경 배치 군인들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부정부패 단속때문에] [많은] 경비병들이 더 이상 [뇌물 수수를] 하지 못하게 됐다. (…) 당국에서는 군인을 위한 사상 교육을 시작했고 (…) 그래서 우리가 시도를 해도 군인들이 거부했고 (…) 이때 밀수를 시도하다 붙잡힌 사람들은 처형됐다. 그러니까 물건값이 뛰고 (…) 값이 오르니까 원래 흰쌀밥을 먹던 사람들은 쌀에 옥수수를 섞어 먹고 (…) 옥수수 섞인 쌀밥을 먹던 사람들은 옥수수만 먹게 되었다. 그러다 옥수수 값이 오르자 사람들은 옥수수 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고, 감자 값도 올랐다. 모든 값이 오르면서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다. 굶주렸을 뿐 아니라 쓸 돈이 없으니까 옷이나 생필품을 사지도 못했다. 길에서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빨래도 못하게 돼서 누더기같은 옷에 지저분한 머리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 (…) 이게 2013년과 2014년에 내가 본 것이다. 지금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나빠졌을 것이다.
양강도에서 비공식 교역을 하다 2010년대 말 북한을 떠난 한 탈북민은 2021년 6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밀수가 막히면 혜산시에 사는 사람들이 전부 굶어 죽는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중국산 물품은 북한 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국내 생산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 혜산시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밀수나 공식 교역에 관련된 일로 먹고 산다…… 밀수가 없어진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